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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Mar 02. 2019

# 89. 태극기를 그려 볼래

2018년 여름, 광복절을 맞아 제제에게 들려준 태극기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옛날에 일본이라는 괴물이 우리나라를 꿀꺽 삼켰어. 괴물 뱃속에 갇힌 우리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열심히 싸우셨지. 태극기를 휘둘러 괴물의 배를 콕콕 찌르고 입을 콩콩 때렸더니 결국 괴물은 아파서 다시 입을 열고 우리나라를 뱉어냈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기뻐서 태극기를 막 흔드셨어.

 

당시 39개월이었던 제제는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며 열심히 태극기를 흔들더니 이겨라, 이겨라 응원까지 했었다.

 

어제 삼일절,

 

제제는 다시 태극기를 휘두르며 아빠의 이야기를 들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제제는 46개월이다. 제제가 7개월만큼 더 자랐으니 내 이야기에도 그만큼의 살이 붙었다.  

 

옛날에 일본이라는 괴물이 있었어. 괴물은 우리나라를 괴롭히는 아주 나쁜 녀석이었대. 사람들을 끌고 가서 밥도 안 주고 일을 시켜서 아프게 만들거나 폭탄이 떨어지는 곳에 데려가서 싸우라고 했지. 그래서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돌아가셨어.


"우와, 진짜 나쁜 녀석이다."


괴물의 욕심은 끝이 없었어. 우리나라에 있는 맛있는 곡식과 과일, 물고기까지 다 빼앗아가는 바람에 수많은 어린이들이 굶고 병들어서 하늘나라에 가게 만들었지. 괴물은 예쁜 꽃과 나무, 그리고 보물까지도 전부 훔쳐갔어.


"괴물을 물리쳐야 되는데..., "


그래,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괴물과 싸우기 시작했어. 태극기는 우리나라를 대신하는 깃발이니까 우리에게 더 강한 힘을 줄 수 있거든. 괴물이 무서웠지만 사람들은 용감하게 태극기를 들고 싸웠어. 우리나라를 지키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태극기를 열심히 휘둘렀지. 괴물이 물러가고 우리가 지금 이렇게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건, 전부 그때 태극기를 들었던 분들 덕분이야.


"괴물이 태극기를 빼앗아가면 어떡해."


그래서 사람들은 태극기를 누구나 그릴 수 있어야 해. 빼앗기면 또 그리고, 빼앗기면 또 그려서 우리나라 깃발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야. 그릴 옷감이 없으면 땅에 그리면 돼. 땅이 젖었으면 마음속에라도 그릴 수 있으면 충분하겠지. 그렇지 않으면 괴물은 언제든지 다시 나타날 수 있어.

 

"아빠, 나 태극기 그려 볼래."


"좋아, 아빠가 가르쳐 줄게."


태극의 음과 양을 알아들을 리가 없다. 건곤감리를 이해할 나이도 아니다. 뭐가 됐든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 태극기를 펼쳐둔 채, 내 머릿속이 다시 바삐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난 여름 광복절에 제제에게 태극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그로부터 7개월이나 지났으니 제제도 많이 자랐어요. 그래서 이번 삼일절에는 더 긴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건곤감리를 어떻게 설명할까 하다가 그냥 한 번 그려보라고 제 마음대로 설명했죠. 우리나라는 쭉 뻗은 길이야.
태극기를 그리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그 쭉 뻗었던 길이 갈라지게 돼.
그러면 네 바퀴 자동차로 쌩쌩 달리던 길을
두 바퀴 자전거로 달려야 하고, 나중엔 그 길마저 사라지지. 그럼 나라가 힘을 잃고 제자리에 서게 돼.
태극기를 그릴 줄 알아야 해.
제제가 힘차게 태극기를 휘두릅니다.
아빠, 나 태극기를 그려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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