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선물하고 싶어요
제제가 장난감을 거실에 늘어놓더니 하나하나 가리키며 선물한 사람을 말하기 시작했다. 친가와 외가 조부모님들을 언급하면서 사촌 형도 빼먹지 않았다. 고모와 이모가 선물한 장난감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제제, 아빠가 이야기하는 거 들어 볼래?"
"네."
아빠가 진지한 말투로 이야기할 때면 제제는 입에 익은 반말을 지우고 공손하게 대답한 후에 다가온다. 그런 제제를 품에 안은 채 장난감을 하나씩 보여주며 말문을 열었다.
"가족들이 제제에게 선물한 걸 전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아빠는 많이 놀랐어. 제제가 무척 영리한 어린이라는 생각을 했지."
"아빠, 나 똑똑해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는 칭찬을 건넸다. 제제는 기분이 좋은지 살랑살랑 웃음 지으며 아빠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 천천히 머리칼을 쓸어주다가 말을 이었다.
"돈이 너무 많아서 넘치는 돈으로 선물하는 사람은 드물어. 외할아버지는 돈을 아껴서 사용하신 다음 제제가 먹을 음식과 가지고 놀 장난감을 사주시지. 친할아버지도 맛있는 음식을 많이 사 드실 수 있는데 조금씩 참으셨다가 제제에게 베풀어 주시는 거야."
"......, "
제제는 가만히 들으며 생각하는 눈치다. 전부터 비슷한 이야기를 몇 번 꺼냈지만 진중하게 대화를 시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생각할 시간을 잠시 주고 다시 입을 열었다.
"가족들 누구나 다 마찬가지야. 할머니, 고모, 이모도 필요한 물건이 많지만 제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양보해 주시지. 그래서 제제에게는 예쁜 옷과 신발이 많은 거야. 성윤 형도 똑같아. 형이 다 가지고 싶지만 제제가 동생이니까 장난감도 물려주고 새 장난감도 건네는 거겠지?"
"그럼 나를 많이 사랑하는 거예요?"
"그렇지, 바로 그거야. 사랑받는 만큼 제제가 어른들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형아에게도 양보할 줄 알게 되면 참 좋지. 그저 아빠 생각일 뿐이지만 말이야."
흘려들어도 괜찮고, 가볍게나마 생각을 해보는 것도 좋다. 어차피 특정 행동을 바라고 건넨 이야기는 아니다. 품에서 꼼지락거리는 제제를 더 깊이 안았다.
"아빠, 나도 선물하고 싶어요."
"좋은 생각이야. 큰 선물이 아니어도 괜찮아. 작은 사탕 한 개, 짧은 편지 한 통, 그게 아니라면 볼에 뽀뽀를 해드리는 것도 멋진 선물이지. 사랑은 주고받는 거니까 받기만 하는 것보다 주기도 하는 게 훨씬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
아빠의 긴 이야기에 제제가 정확히 무얼 느꼈는지는 모른다. 이야기 너머에 담긴 깊은 뜻을 이해하기엔 제제는 이제 겨우 46개월 아이일 뿐이다. 어른들이 건네는 사랑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것은 내 몫이다. 천천히 더 천천히, 그 사랑을 설명하고 또 설명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어제는 딱 한 걸음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