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 밤과 도토리가 많았던 이유

by MichaelKay

나와 아내가 제제를 처음 만난 지
28개월째를 막 지나던 2017년 가을,

당시 거주하던 집은 경기도 광주의 어느 산자락에 위치해 있어 밤새 가을비가 내리면 집 주변에 제법 많은 밤송이와 도토리가 떨어지곤 했다. 하지만 여름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인 9월 초였으니, 떨어졌으되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밤송이와 채 여물지 않은 도토리뿐이었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하나 봐.
비가 톡톡 더 내리고, 바람이 휭휭 더 불어야
밤도, 도토리도 많이 많이 너를 찾아올 거야."

밤과 도토리를 두 손 가득 쥐여줄 수 없는 상황이 못내 미안했던 나는 자세를 잔뜩 낮추고 제제와 눈을 맞추었다. 제제는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아빠, 도둑이 밤이랑 도토리를 잡아간 거야?"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훑던 제제의 시선이 이내 내게로 돌아왔다. 입을 굳게 다물고 턱에 힘을 준 모양새를 보니 도둑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아빠랑 나랑 힘을 합쳐서 도둑을 물리치자."

'태권 태권' 기합소리가 야무졌다. 그렇게 가을은 깊어가고 자연스레 밤송이는 벌어졌으며 여문 도토리가 마을 앞 산자락을 덮었다.

재작년, 그 마을엔 유달리 밤과 도토리가 많았다.

그게 누구 덕분이었는지는,
지금껏 나만 알고 있는 비밀이다.

img_xl (14).jpg 그 마을엔 밤과 도토리가 많았다.
img_xl (15).jpg 제제가 태어나고 17개월이 되었을 무렵부터 우리는 밤과 도토리를 주우러 다녔다.
img_xl (16).jpg 2016년 가을의 제제.
img_xl (17).jpg 텃밭에서 수확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img_xl (18).jpg 함께 무언가를 줍고, 캐고, 따는 일이 좋았다.
img_xl (19).jpg 제제는 도둑이 나타나지 않도록 마을을 지켰다. (2017년 여름의 제제)
img_xl (20).jpg 산자락, 닭장, 텃밭, 시냇가도 제제의 영역이었지.
img_xl (21).jpg 난제제의 수행비서니까 모든 곳에서 그와 함께 했다.
img_xl (22).jpg 하루하루가 참 즐거웠다.
img_xl (23).jpg 아빠랑 나는 마을을 지켜. 우리는 보안관이니까. (2017년 가을의 제제.)
img_xl (24).jpg 이제 이사 왔으니 여길 지켜야 해!!!


img_xl (25).jpg 근데 왜 여긴 밤이랑 도토리가 없어? (2018년 봄의 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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