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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Jan 13. 2019

# 52. 아기 개나리

2018년 3월의 이야기


2018년 봄, 

샛노랗게 만개한 개나리 군집을 제제에게 보여주고 싶어 새벽마다 몇 번이고 홀로 공원을 찾았다. 
 
"제제, 개나리가 뭔지 기억해요?" 
 
"네! 노란 꽃이 피어요." 
 
유난히 잦았던 봄비와 드센 봄바람 덕분에 개나리도 힘에 부쳤던 모양이다. 꽃이 피었는지 확인하고 돌아가기를 여러 차례, 좀처럼 개나리꽃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내일이면 꽃이 차오르겠지 하는 예상을 몇 번이나 번복하게 만들던 3월 말, 그제야 공원은 완전히 노란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간 제제와의 산책은 다른 공원에서만 했다. 마치 숨겨둔 선물처럼 해당 공원 방문만큼은 미뤄왔으니 드디어 개나리를 만나러 갈 때가 됐다. 
 
"오늘, 우리 개나리를 만나러 갈까?" 
 
개나리는 노란 옷을 입은 어린이를 좋아한다는 내 말에 제제는 냉큼 노란 점퍼를 찾아 입었고 그 길로 차를 몰아 함께 개나리에게로 갔다.
 
"노란 옷을 입었으니까 나도 개나리야." 
 
어깨를 들썩이며 아기 개나리가 즐거워하니, 새벽마다 꽃이 피었는가 공원을 염탐하던 수고로움도 손쉽게 잊혔다. 전에 살던 마을에도 주변에 개나리는 있었다. 하지만 드문드문 흩어져 자라는 몇몇으로는 '노란 물감을 통째로 짜 놓은 도화지'같은 모습을 보기는 힘들었는데 온통 노랗게 물든 도화지 속으로 아기 개나리가 걸어 들어가 함께 어울리는 것을 보고 있으니 내 마음에도 노란 꽃이 가득 피어났다. 
 
"아빠도 노란 옷을 입고 왔어야지~!" 
 
눈치 없이 다른 색깔 옷을 입었다고 제제에게 꾸지람을 들은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꽃은 지고 공원은 노란색에서 초록색으로 다시금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나 그걸로 충분했다. 

어느 봄날, 도화지 속 그림에는 노란 옷을 입은 아기 개나리와 흐드러지게 피어난 개나리 친구들이 분명히 있었으니까.


 

개나리야 안녕? (2018년 3월, 34개월 제제예요.)


아빠, 나도 개나리야. 아기 개나리~
친구들아, 반가워~ 난 제제라고 해.
잉? 개나리 친구들이 조금 있으면 다른 곳으로 이사해?
얘들아, 그럼 언제 다시 오니?
내가 다섯 살이 되면 온대~ 지금이 2019년 1월이고, 제제도 다섯 살이 됐으니 개나리도 곧 오겠죠? 시간 참 빠르네요.
아빠!! 아빠도 노란 옷을 입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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