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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Jan 13. 2019

# 51. 아빠는 아이언맨

제제가 멋쩍은 표정으로 다가오더니 두 손에 들고 있던 탱크로리를 내민다. 
 
"아빠, 엄마는 척척박사니까 고쳐달라고 하자." 
 
여러 가지 트럭을 선물하고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탱크로리의 트럭과 탱크 연결부위가 파손됐다. 이런 경우엔 꾸중하지 않는다. 나쁜 행동이라고 말하는 일도 당연히 없다. 본래 한 번 선물한 물건은 온전히 제제의 소유라고 생각하기도 하거니와, 내가 주의사항을 일러주지 않은 것이 사실 제일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 어디 다치거나 하진 않았고?
아빠는 장난감보다 우리 아들이 더 소중하거든." 
 
"응, 나 안 다쳤어." 
 
잠시 움츠러든 표정이었던 걸 보면, 제제도 자신이 뭔가 실수했다는 걸 안다는 뜻이다. 다정하게 말을 건네니 금세 마음의 짐을 벗어던지고는 싱글벙글이다. 
 
"이번에는 아빠가 수리해줄게."

바르게 사용하고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 것은 살면서 차차 익히면 될 따름이다. 네 살짜리 꼬마에게 필요한 것은, 망가진 장난감에 대한 자책보다 언제나 감쪽같이 고쳐주는 내 편이 있다는 자신감이다. 
 
"에이~ 아빠는 고치는 거 못 하잖아.
엄마가 척척박사니까 엄마에게 부탁할래." 
 
제제가 보내는 엄마에 대한 절대적 신뢰에 내 마음도 즐거웠지만 그렇다고 마냥 무시당하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장난감을 고칠 수 있는 몇 가지 도구를 이용해서 10분 만에 말끔히 수리했다. 트럭과 탱크를 연결하고 좌우로 움직여보며 점검했지만 전혀 이상이 없는 상태다. 
 
"이제 조심히 다뤄야 해." 
 
탱크로리를 건네며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면 연결부위가 파손되는지 천천히 보여줬다. 서너 번 다른 상황을 대입해서 시연하고, 제제가 알아듣는 눈치일 때, 웃으면서 등을 토닥였다. 
 
"아빠, 근데 이거 또 고장 나면 어떻게 하지?" 
 
말없이 제제를 안아 들고 현관 앞 팬트리를 열었다. 내가 과거 건축설비 사업을 할 때 사용하던 수백 가지 공구가 담긴 상자들을 차례로 열어서 제제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이건 비밀이니까,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돼.
사실, 아빠는 혼자서 커다란 집도 지을 수 있어." 
 
"우~~~ 와!!!"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쩍 벌리는 제제의 모습을 보니 적잖게 놀란 듯하다. 이것저것 끊임없이 만지작거리던 제제가 잠시 후 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아빠, 아이언맨이야?" 
 
그렇다.
비록 슈트 없는 맨몸이지만
나는 육아 아이언맨이다. 

아빠, 탱크로리 고장 났어. 엄마한테 고쳐달라고 하자.


선물하고 하루가 지나지 않았는데 연결부위가 파손됐어요. 주의사항을 일러주지 않은 제 책임입니다.
아빠가 고쳐준다니까 믿지 않더라고요. 평소에 제제의 장난감 조립이나 수리는 아내가 맡아서 처리하거든요.
들 때, 트럭과 탱크 부분을 함께 잡아야 하는데 한쪽만 잡고 들면 금세 고장 나거나 부러질 수 있죠.
이렇게 부러졌습니다. 연결할 수가 없겠죠? 제가 미리 제제에게 일러두지 않았으니 제 잘못이 맞아요.
응? 아빠 아이언맨이야? 제가 전업주부가 되기 전, 사업할 때 사용하던 공구들을 보여주니 아이언맨이냐 묻더군요.
장난감 수리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특히 부러진 건 또 부러지기 쉽지만 그래도 계속 수리해주면 되니까요. 우선, 글루건을 준비하고요.
부러진 부분을 잘 갈아준 후, 접착액을 바르고 부러진 부분을 붙입니다.
튀어나온 부위는 자르고 갈고 하면서 단단해질 때까지 부지런히 손을 놀립니다.
진짜 할 수 있어? 장난감 고치는 건 엄마가 잘하잖아. 끝내 믿지 못하는 제제입니다.
완성 후, 다시 조립하고 좌우로 움직여봅니다.
수리 완료. 제제에게 이번엔 주의사항을 알려줬어요. 잘 가지고 놀아~ 고장 나면 언제든지 말해. 아빠는 사실 아이언맨이야. 슈트는 없지만 말이야.
어린이집 친구들에게 우리 아빠가 아이언맨이라고 말해도 돼? 아니,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이야.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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