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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Jan 20. 2019

# 60. 이제부터 맛집 투어 가즈아~

제제가 태어난 후,

외식을 할 수 있었던 곳은 많지 않았습니다. 숯불을 비롯한 가열 방식이 존재하는 곳은 지금도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고 회전율이 빠른 인기 맛집도 열외입니다. 보통 제제에게 위험하지 않고,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를 가정하고 음식점을 선택해요. 위험요소야 당연히 부모 입장에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겠지만 타인에 대한 생각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 같았습니다.  
 
"왜 음식점에서 돌아다니면 안 되는 거야?"
 
언젠가 제제가 했던 질문이에요. 이후로도 몇 번 더 같은 질문을 했지만 제 대답은 한결같았습니다.

 
"아빠랑 엄마는 항상 제제가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다른 사람들도 전부 그런 건 아니야. 제제가 먼저 조심하고 예쁘게 맘마 먹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좋아할 수는 있지. 눈이 마주쳤을 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면 더 좋아할지도 모르고."
 
막 걸음마를 뗀 제제를 위해 더 쉽게 설명했고 점점 자라나는 녀석에게 같은 내용에 조금씩 살을 붙여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부모에게 편안함을 주는 아이였어요. 떼 부리는 일도 없었고, 우악스러운 장난을 치지 않는 성격이기도 했고요. 바닥에 주저앉아 운다거나 고집을 피우는 일도 없었지만 그래도 가르치고 또 가르치고 다시 가르쳤어요. 제제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참을성을 가지고 지속적인 설명을 했죠.  
 
"난 인사를 했는데
저 아저씨는 인사를 하지 않아."
 
"인사는 내가 즐겁게 하는 걸로 생각하면 좋아. 함께 하면 좋겠지만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있거든. 저 아저씨도 마음속으론 제제에게 고마워할 거야."
 
내 아이에 대한 이해를 바라는 것보다, 내가 끊임없이 제제를 가르치고, 필요하다면 공손하게 머리를 숙여 타인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제 고작 44개월이지만, 제제는 가만히 앉아 어른들과 대화를 나누며 테이블을 지킬 줄 압니다. 예전에는 그저 타고난 성격과 성향이 그랬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의 모습 중 많은 부분은 오랜 시간을 두고 가르친 결과라고 믿고 있습니다.
 
토요일 오전,
제제는 아빠와 엄마의 손을 꼭 잡고 태어나 처음으로 순대국밥을 파는 식당에 갔습니다. 아빠는 내장국밥, 엄마는 순대국밥, 제제는 아기국밥을 주문하고 사이좋게 테이블을 두고 앉아 즐겁게 식사를 했죠. 뜨거운 국물이 뚝배기에 담겨 있었지만 아빠, 엄마의 도움을 받아 호로록호로록 배부르게 먹으며 제제는 내내 즐거운 표정이었어요.
 
조용하고 차분하게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길, 주변 테이블에 자리한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웃음 띤 얼굴로 바라보는 이들에게 가볍게 목례로 답했어요. 이제 제제와 함께 갈 수 있는 식당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맛집 리스트를 작성해서 차근차근 한 군데씩 들러보려고요.


이제부터 맛집 투어 가즈아~!!!


아빠, 따뜻한 국물이랑 밥 먹고 싶어.


순대 국밥을 파는 식당에 갔어요. 제제랑 함께 가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내는 순대 국밥, 저는 내장 국밥을 주문했고요. 제제가 주문한 아기 국밥은 잠시 대기, 그래도 차분히 잘 기다립니다.


저와 아내가 좋아하는 맛집인데 그동안 제제와 함께 올 수가 없었습니다. 뜨거운 국물이 있으니 다칠 수도 있고 혹여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어서요.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나만 빼고 먹으러 다녔다고!!!


나오자마자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비주얼이 영, 그래도 제제는 열심히 아기 국밥을 먹습니다.


즐겁게 잘 먹고 식당을 나서는데 다른 손님들이 제제를 칭찬해주시거나 예뻐해 주셨습니다. 제제야 이제부터 맛집 투어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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