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 UX 디자인" 편 전문가 인터뷰
이 블로그의 내용은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 UX 디자인/저자 김경홍"편에 실린 전문가 인터뷰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참고로 해당 인터뷰 대상자는 이 블로그의 주인인 접니다. :) 이 인터뷰를 할 때에는 pxd라는 UX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2017년 8월 현재는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인포테인먼트S/W UX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UX 디자인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디자인 과정에서 사람(사용자)를 만나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User eXperience 디자인에서는 사용자 문제를 정의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디자인 전략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자를 만나는 것이 필수입니다. 사용자를 만나는 것은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탐험과도 같습니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환경에서 그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현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디자이너는 이러한 현상들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어야 하며 새로운 통찰(Insight)을 발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성공적인 탐험은 성공적인 디자인 전략으로 연결되며 이것은 곧 혁신으로 귀결됩니다. 사람을 깊게 탐구해야 하는 것, 이것이 UX 디자인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설명해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BMS(Building Management System)'입니다. 대형 빌딩의 경우 관제실에 난방, 조명, 전기, 수도와 같은 빌딩 관리 시스템을 갖춥니다. 이 빌딩 관리 시스템의 주요한 소프트웨어를 Re-Design 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BMS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분야로,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리서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전문 서적, 해외 리포트 등을 보며 전문 이론에 대해 학습하고 2주일 동안 10개가 넘는 대형 빌딩의 관제실을 돌아보면서 실제 업무 환경을 관찰하고 사용자를 인터뷰했습니다. 실무 현장에서 사용자를 만나고 그 분야에 깊이 빠져들다 보니 혁신 포인트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단편적인 지식으로 결과물에 접근하려 했다면 그저 보기 좋은 디자인에 그쳤겠지만, 사용자에게 깊게 빠져들자 그들의 불편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용자를 배려하지 않은, 잘못 설계된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문제가 정의되었고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 전략을 세운 후 결과물을 제안할 수 있었습니다. UX 디자인에서 사용자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준 소중한 프로젝트였습니다.
UX 디자인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사용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이 물건(또는 서비스)을 경험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사용자의 행복만을 좇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으며 비즈니스적인 요구 사항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UX 디자이너는 사용자 행복을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현실과 타협하며 비즈니스적인 요구를 만족시키는 디자인을 할 것이냐, 현실과 치열하게 싸우고 사용자의 행복을 지키는 디자인을 할 것이냐는 UX 디자이너가 늘 직면하게 되는 과제입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나요?
UX 디자이너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사용자(User)입니다. 그 안에서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기 위해 반드시 지녀야 할 무기는 '사용자의 목소리(User Voice)'입니다. 사용자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많은 목소리를 냅니다. 그 목소리를 성실하게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임무이므로 설득력 있게 정리해서 프로젝트 관계자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 디자이너의 소통 능력이 중요합니다. 사용자의 행복을 위한 전략을 고수하고 외부적인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지켜낼 수 있어야 합니다.
UX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좋은 UX 디자인은 자연스럽게 사람의 행동에 녹아드는 것입니다. 단순히 외형적인 것이 아니라 사물(또는 서비스)의 사용 경험에 집중해야 합니다. 의자를 디자인한다고 하면 '예쁘게 생긴 생활 가구'의 관점이 아닌 '몸을 편하게 의지할 수 있는 도구'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몸을 기댄다'라는 경험(Experience)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품의 경험을 서비스의 형태로 환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경험은 사용자에게 의미 있는 서비스 형태로 발전해야 합니다. 경험의 관점에서 사물(또는 서비스)을 바라보고 서비스의 형태로 환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용자 관점에서 좋았던 프로젝트에는 무엇이 있나요?
pxd와 분당 서울대 병원이 함께 기획한 'Smart Bedside Station'이라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저는 부분적으로 참여하였는데, 스마트 베드사이드 스테이션은 환자와 의료진을 위한 스마트 지원 시스템으로 환자 병상에 설치되는 병상 지원 서비스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사용자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기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디자이너가 직접 환자와 보호자가 되어 며칠 동안 실제 병원 서비스를 체험하였습니다. 입원부터 수술, 회복, 퇴원까지의 병상 체험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의 불편과 감정 변화를 경험하였습니다. 직접 체험을 통해 인터뷰만으로는 얻기 힘든, 이면에 숨겨진 것들을 발견하여 살아있는 정보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간호사와 동행하며 업무 패턴을 관찰(Shadowing)하고 의사 인터뷰를 통해 환자 관리 시스템에 대해 넓은 관점에서 분석하였습니다. 사용자뿐만 아니라 사용자에게 영향을 끼치는 주변 관계자들까지 분석하여 전체 시스템 구조를 살펴보고 문제를 정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설계된 Smart Bedside Station은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여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의료진의 업무 패턴도 개선하는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서비스 이용자를 깊게 탐구하는 것에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2013년 reddot Design Award에서 Best of best를 수상하고 2014 IF Design Award에서 Communication Design Award를 수상하였습니다.
독창적인 디자인을 위해 따로 노력하는 것이 있나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발상은 경험에 기인하는 것이며, 다양한 경험은 생각을 확장하는데 큰 영향을 끼칩니다. 자연스러운 기회를 통해 많은 것들을 경험하려고 합니다. 디자인적인 영감을 얻기 위해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경험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곧 스트레스가 되고, 독창적인 사고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항상 새로운 경험에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UX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일까요?
'학습 능력', '공감 능력',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pxd의 이재용 대표가 2011년 pxd 팀블로그를 통해 소개한 'UX 디자이너의 자질'이라는 글에서 얻은 철학입니다. 처음 이 글을 읽었을 때에도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년간 실무를 경험하면서 더욱더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해당 내용을 빌려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학습 능력이 필요합니다. UX 디자인은 분야 자체가 다학제적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다양한 방법(Method)과 도구(Tool)를 활용하여 작업합니다. 여러 가지 리서치 기법을 활용해야 하고, 다양한 분석 방법을 활용해야 합니다. 디자인 감각은 기본이고 인간 심리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므로 필요한 지식 분야가 광범위합니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주어진 과제를 단기간에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두 번째, 공감 능력이 필요합니다. 공감 능력은 'UX 디자이너를 가장 UX 디자이너답게 만드는 능력'입니다. UX 디자인에서 사용자와의 만남은 필수적입니다. 그 과정은 대부분 관찰이나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 아래에 깊숙이 감춰진 요구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숨겨진 요구에서 혁신 사항들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현상만 보고 이면에 숨겨진 작은 요구들을 발견할 수 있다면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문제를 잘 정의해도 적절한 솔루션을 찾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전략 수립을 통해 목표(Goal)를 선정하였다면 목표 달성을 위해 해결책을 찾고 제품화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UX 디자인을 진행할 때 힘든 부분이나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최근 UX 디자인에서는 프로젝트 기간이 점점 단축되고 있습니다. 디자인 개선을 위해 반드시 사용자를 만나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제약이 많아졌습니다. 관계자 요구에 따라 정량적인 조사에만 의지하는 경우가 있고, 사용자 조사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좋은 디자인을 위해서는 올바른 방향을 찾아야 하는데 근거 있는 방향을 찾지 못한 채 감각에만 의존해서 디자인해야 합니다. 결국, 트렌드는 따라갈 수 있지만 날(Edge)이 선 디자인을 하기 힘듭니다. 앞으로 프로젝트 기간이 충분히 주어지고 사용자 조사 과정이 풍성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UX 디자인은 어떻게 진화할까요?
UX 디자이너는 사용자와 제품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사용자의 소유권을 높이는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SDN(Service Design Network)의 창립자 마이클 엘호프(Michael Erlhoff) 교수의 강의 중 인상 깊은 사례가 있습니다. 러시아의 어느 대학이 숲 한가운데에 건물을 지어 학생들은 등교하기 위해 숲을 지나다니면서 편한 길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 길은 자연스럽게 길이 되었고 학교에서는 그 길을 보행자 길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사용자의 본능적인 경험을 존중해 훌륭한 길을 찾고, 학생들은 참여자가 되었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길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자 경험이 활용되고 길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학생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길을 다닌 것입니다. 사용자는 디자이너 못지않게 창의적입니다. 주인의식을 가진 사용자는 디자이너보다 능독적인 참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디자이너가 전적으로 개입하여 사용자 경험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주인의식을 높이고 스스로 발전시킬 수 있는 디자인 형태로 진화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기업 또는 디자이너는 콘텐츠를 사회에 환원하고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익 사업이 아닌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비즈니스, 디자인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기회를 만들고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디자이너의 역량을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역량을 나누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UX 디자이너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