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문 틈에서> 제10장. Deadly Habit
“선생님… 외부 통제요. 그거, 폭력 맞죠?”
하진은 두 손을 깍지 낀 채 말했다.
“엄마 아빠가 절 때린 적은 없어요. 그런데 말만 하면 ….”
하진은 영애를 흘깃 쳐다봤다.
“말해봐. 무슨 일인데?”
하진은 눈을 떨구었다.
“어젯밤엔 잠도 안 오고 가슴이 답답해서… 밖에 나가 무작정 걸었어요. 한참을 돌아다니다 구민 센타 계단에 앉아 있는데… 어디선가 내 이름을 부르더니 엄마 아빠가 막 뛰어오는 거예요. 그리고는…”
영애는 듣고만 있었다.
“엄마가 저보고 미쳤냐고 외쳤어요.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 새벽에 뭔가 이상해 제 방에 가 봤다는 거예요. 제가 밤새 걸었나 봐요.”
“그랬구나.”
하진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누가 보면 ‘부모가 저렇게 좋은데 아이는 왜 저럴까?’ 할 거예요. 그런데 엄마 아빠가 시키는 대로 하면 ‘봐라, 시키니까 하는구나.’ 그래서 계속 시킬까 봐. 너무 싫어요. 숨이 막혀요. 몸이 뒤틀릴 듯이….”
영애는 하진을 향해 미소 지었다.
“그게 무엇이든지, 외부 통제를 하려는 모든 행동을 Deadly Habits, 관계를 해치는 습관이라고 말하거든. 중요한 건 말하는 사람의 마음 상태이니까. 맞는 말도 화가 났거나 톤이 차갑다면, 어떻겠니?”
하진은 다가왔다.
“맞아요. 제 성적표를 보고 아빠가 ‘잘했다.’라고 무표정한 얼굴을 얼른 TV로 돌리셨을 때, 절 한심하게 여긴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엄마가 ‘네 인생이니까, 네 맘대로 살아.’라면서 소리쳤을 때도요.”
영애는 잠시 뜸을 들였다.
“이런 말 들어봤니? 의미 전달이란 게 말이지. 어휘는 겨우 7% 정도래. 대신 목소리 톤이나 억양이 38%, 표정과 몸짓 같은 게 55%를 차지한다고 하거든. 그러니 듣는 사람은 말보다 비언어적 요소를 더 신뢰하겠지?”
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부모님은 다 저를 위해서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은, 엄마 아빠가 기분이 좋았다면 그랬겠어요? 자기 기분 나쁘니까 나한테만….”
영애는 놀라웠다.
Deadly Habits은 기분 나쁜 사람이 하는 행동이라는 하진의 통찰이.
“그래서 저도 제 맘대로 살고 싶었어요. 시키는 대로만 살면 제가 사라지는 것 같아서요.”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엄마 아빠가 날 미워하는 건 아니라고 제 마음을 붙들려고 해도…”
“그랬어? 네 느낌이 알려준 게지. 엄마가 시킨 대로 하면…. 엄마 욕구는 충족되어도 네 욕구 충족은 좌절된다는 걸.”
“맞아요. 기분 나빠요. 엄마가 싫어요. 엄마 살려고 절 죽이는 것 같았어요.”
영애는 하진의 표현이 좀 과하다 싶었지만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에구. 그랬구먼. 외부 통제가 반복되면 서로의 욕구가 좌절되니까… 심리적 에너지가 고갈되면… 살아 있어도 마음은 죽어가겠지?”
영애의 눈빛에 하진이 말했다.
“아, 그래서 그런 행동들을 Deadly Habits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기분만 나쁜 게 아니라, 몸과 마음을 죽음으로 몰아가서요?”
영애는 웃으며 하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런 생각이 드니?”
“그렇잖아요? Deadly Habits은 말 그대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습관이잖아요.”
잠시 후 하진이 영애의 얼굴을 흘깃 보며 말했다.
“사실, 엄마가 고생을 많이 하시기도 하거든요.”
영애는 콧등에 주름을 잡았다.
“고생하시는 엄마를 나쁘게 말하는 게 좀 그렇지?”
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영애는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관계를 나쁘게 하는 습관이 있다면 관계를 좋게 하는 습관도 있겠지? 그러려면, 다른 사람의 욕구를 충족해야 하니까 돌보는 습관(Caring Habits)이라고 하거든.”
영애는 하진을 쳐다봤다.
“무엇을 돌보아야 할까?”
“….”
하진이 눈을 끔뻑거렸다.
영애는 그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몸을 돌보는 게 아니라 마음을 돌보는 거. 부모들은 자녀가 먹고, 자고, 입는 건 끔찍이 잘 챙기지만, 오히려 그러느라 정작 자식 마음을 돌보지 못할 때가 많거든.”
하진이 덧붙였다.
“예전에요. 아침에 늦어서 밥을 안 먹고 나가려 했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김밥을 먹고 가라는 거예요. 당 떨어지면 뇌가 안 돈다고. 제가 뿌리치자 엄마는 억지로 제 입에 밀어 넣으며 화를 냈어요. ‘엄마가 새벽부터 얼마나 고생하며 만든 건데!’라고요. 저는 김밥을 문 채 현관문을 나와 곧장 뱉어냈어요.”
하진은 뭔가를 발견하고 반가운 듯 벽에 붙은 표를 가리켰다.
“선생님, 저기요. 관계를 해치는 습관…. 비판하기, 불평하기, 협박하기…. 다 저거네요. 반대로 관계를 좋게 하는 습관은 경청하고, 존중하고, 격려하는 거고요.”
영애도 시선을 돌려 표를 바라봤다.
“맞아, 관계를 해치는 습관(Deadly Habits)을 하면 힘 욕구가 충족되겠지? 반대로 관계를 좋게 하는 습관(Caring Habits)을 하면 사랑 욕구가 충족될 거야.”
영애는 하진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니, 어쩌면, 힘 욕구를 충족하고 싶을 때 Deadly Habits을 하고, 사랑 욕구를 충족하고 싶을 때 Caring Habits을 할는지도 모르지.”
하진은 주먹을 턱 밑에 괴며 듣고 있다가 말했다.
“그러겠네요. Deadly Habits은 관계가 나빠지고, Caring Habits을 해야 관계가 좋아지겠네요.”
하진은 갑자기 찡그렸던 미간을 펴며 물었다.
“엄마가 제게 한 게 Deadly Habits 맞죠? 그런데 선생님, 어떻게 해야 Caring Habits을 할 수 있을까요?
영애는 대답 대신 되물었다.
“너는 어떨 때 남의 마음을 돌보게 돼? 네가 기분 좋을 때? 아니면 나쁠 때?”
하진은 두 손을 맞잡았다.
“기분 좋을 때요. 엄마도 기분 좋을 때는 잔소리도 웃으면서 하니까, 제 기분이 안 나쁘거든요.”
하진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다시 물었다.
“선생님, Caring Habits을 하려면 자기 기분이 좋아야 하잖아요? 어떻게 해야 기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영애는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내적 통제력이 있어야 하겠지? 내가 원하는 행동을 내 맘대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 왜 어려울 것 같니?”
영애는 하진의 심각한 얼굴을 보며 미소 지었다.
“맞아. 쉽지 않지. 그래서 훈련이 필요한 거지. 그런데 안타까운 건….”
하진이 눈을 반짝였다.
“많은 사람이 외부 통제를 하면 원하는 걸 더 빨리 얻을 수 있다고 착각한다는 거야. 그러니까 Deadly Habits을 거리낌 없이 쓰겠지? 관계를 잃으면… 결국 모든 걸 다 잃게 되는 건데….”
하진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엄마는 왜 제가 문제라고 했을까요? 차라리 솔직하게 말했으면 좋았을걸요. 엄마를 위해서 공부해 달라고요. 예전에 공부 잘했을 때는 고마웠다고요.”
영애는 그의 말을 되받았다.
“고마웠다고. 네 말대로, 그랬다면 어땠을까? 사실 감사하는 마음 자체가 강력한 Caring Habits이거든. 감사하는 마음만으로도 욕구가 충족되니까. 그래서 ‘The Secret’ 같은 책에서도 ‘감사하기’를 그렇게 강조하는 거겠지?”
하진은 다시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럼 반대로 우울한 것은 Deadly Habit인 거네요? 불행한 거니까요.”
영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 행동 속에는 ‘네가 바뀌지 않으면 나는 계속 불행해할 거야. 내가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을걸?’ 이런 메시지가 숨어 있거든. 결국 상대를 바꾸려는 외부 통제인 거지.”
하진은 고개를 떨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도 제게 의존하는 게… 쪽팔렸을까요? 엄마는요, 공부 얘기 나오면 아빠 앞에서 제일 예민해져요. 제가 시험 망치면 아빠가 꼭 ‘쟤는 당신 닮아서 그래.’라고 하거든요. 그럴 때마다… 엄마는 발끈하시거든요.”
하진이 엄마의 민감한 마음을 짚어내는 그 말투에, 영애는 작게 웃었다.
엄마의 인간적 약점을 귀엽게 바라보는 하진의 마음이 느껴졌다.
※독자에게 드리는 질문
누군가 기분이 나빴다면, 욕구가 좌절되었다는 신호이겠지요?
타인의 욕구를 좌절시키는 행동은, 그 행동이 아무리 옳다고 하더라도 Deadly Habits일 거예요.
누군가가 나에게 하는 말이 옳다고는 생각이 들면서도 마음이 불편했던 적이 있나요?
그가 하는 말과 행동은 어떤 종류였나요?
당신은 누군가에게 옳다고 여기는 말을 하거나 요구하지 않나요?
어떤 종류인가요?
※Deadly Habits(관계를 해치는 습관)
상대의 욕구를 좌절시키며 궁극적으로 단절을 초래하는 통제 행동들이다.
7가지 관계를 해치는 습관에는 비판하기, 비난하기, 불평하기, 잔소리하기, 협박하기, 벌하기, 매수·회유하기이다.
Deadly Habits은 7가지보다 더 많을 수 있다.
※Caring Habits(관계를 좋게 하는 습관)
상대방의 마음을 돌보는 습관들은 결과적으로 상대방의 욕구를 충족시켜 서로 간의 관계를 소통시키는 행동들이다.
7가지 관계를 좋게 하는 습관에는 경청하기, 존중하기, 지지하기, 믿어주기, 격려하기, 수용하기, 불일치 협의하기이다.
Caring Habits은 7가지보다 더 많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