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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쏠이 Mar 20. 2024

깨어남의 순간, 황홀경

02. 일기 3


 그렇게 즐거웠던 경험을 뒤로하고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한 달 동안의 유럽여행 거친 후 약 3개월간은 방안에 누워 밖에 나가지 않으며 살았다. 취업을 하기에는 더 놀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가끔 취업에 대한 불안감에 잠을 설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흔히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하는 마음이 나에게 있었다. 나는 내가 원할 때, 아주 좋은 회사에 취직할 것이라고 은연중에 확신하며 게으르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근거 없는 자신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나름 필리핀 어학연수에서 경험했던 확언일기를 취직과 관련하여 작성하였지만, 해당 문장에 적었던 기일을 지나도 취직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점점 불안의 감정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이제 나에게 깨달음이 시작된 날에 대해 설명하겠다.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영성가들의 경험담을 보아도 깨달음이 오는 것은 특별한 계기 없이 오직 나만이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201910월, 우연히 유튜버의 책 리뷰 방송을 듣게 되었다. 그 책은 레스터 레븐슨의 [세도나 마음혁명]이었다. 유튜버는 해당 책에서 감명 깊었던 구절을 읽어줄 뿐이었다. 유튜버는 특별한 해석 없이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그런데 나는 장장 한 시간이나 되는 그 영상을 들으며 한없이 깊은 행복감을 느꼈다. 장장 세 달 정도 간 집에 틀어박혀 살던 내가 갑자기 그 영상을 다 보기 위해서 카페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느낌은 너무 강렬해서 집에만 박혀 있던 나를 밤 8시에 카페에 가게 만들었다. 나는 창가에 자리 잡고 블루베리 오트밀 스무디를 시키고 유튜브 영상에 집중했다. 그 영상을 처음 듣고 끝날 때까지 약 2시간 정도의 시간 동안 나에게 깨달음의 황홀한 감정이 일었다. 이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레스터의 책은 나의 심금을 울렸고 나는 그저 들으며 황홀해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해당 유튜브의 영상을 거의 다 들어보게 되었으며 거기에 부족함을 느끼던 나는 도서관에서 추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느님과의 수다] 같은 쉬운 책을 시작으로 책을 펼쳐보고 마음이 움직이는 책은 모두 읽었다. 고등학교 이후로는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내가 자발적으로 최대한 빨리, 많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깨달음으로의 첫 발검을을 떼고 나서 느끼는 감정들은 난 생 처음 느끼는 것 들이었다.


 책을 읽거나 카페에서 노트북을 하면서 무한한 평화의 느낌에 눈물짓는 일은 여행을 하며 가끔 겪는 일이었기 때문에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하지만 평소에 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글을 읽는 것이 힘들어졌다는 것은 또 한 번 나를 놀라게 하였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를 하곤 했는데, 해당 커뮤니티의 의견들에 너무 동화된 나머지 커뮤니티의 정치적, 문화적 흐름을 그대로 흡수하였고 그들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어떤 의견이던 내 것으로 받아들이곤 했었다.


 그런데 깨달음이 온 후로 그중 90프로의 글들이 너무 편협한 글이라 클릭해 보기도 꺼름찍 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속의 사람들은 너무 편협한 사고로 모든 사건을 바라보고 욕하고 남들을 재단하고 있었다. 나는 깨달음이 오고 나서야 내가 그런 끔찍한 짓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위한 현재의 작가 첨언

  본문에서 말하는 황홀경의 느낌은 '참 나'와의 연결됨의 느낌입니다. 이 세상이 모두 하나로 연결 되어있고 나, 타인, 자연 모두가 분별된 개체가 아닌 하나로 느껴지는 하나 됨의 느낌입니다. 그 느낌은 모든 것이 충분한 풍족 감, 평화로움, 지금 이 순간이 완벽하다는 '앎'의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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