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에서 둘째 날이 지나간다
미술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공원이 있어 그곳으로 방향을 돌렸다. 비가 내리다 그치다 반복하는 날씨에 사람이 없어서 오히려 고즈넉하게 걸을 수 있겠다 싶었다.
공원에는 몇 안 되는 사람과 몇 안 되는 비둘기, 그리고 몇 안 되는 닭과 몇 안 되는 공작새가 있었다. 정말 닭과 공작새가 공원에서 걸어 다니고 있었다. 이 상황이 너무 웃겨서 혼자 웃어버렸다. 혼자 하는 여행에서 미소가 아니라 웃음을 내뿜은 건 처음이었다.
포르투갈 귀족이 살았던 집을 박물관으로 꾸민 곳이 근처에 있다고 해서 구글맵을 보고 갔지만 찾을 수 없어 그냥 포기했다. 좁은 골목들이 엉켜 있어서 좀 더 뒤져보면 찾을 수 있었겠지만 그 외에도 갈 곳은 많았다.
아주 좁은 돌담길이 있어 따라 걸었다. 폭이 1.5미터였다. (폭이 1.5미터라고 중간에 표지판이 있어 알았다) 아무도 없는 시골길을 걷는데 아내와 신혼여행으로 갔던 에든버러를 연상시켰다. 비가 처연하게 오는 줄 알았는데 그 시간의 비는 사소한 수다 같은 비였다.
그렇게 걷다가 다시 어제 봤던 도우루강이 나왔다. 천천히 어제 봤던 길이 가까이 다가온다. 길이 만나고 또 마주치고 새로운 길이 나오고 헤매고 되찾고 꼬이고 풀리는, 그런 곳이었다. 비가 더 세게 우수수 내렸다.
비가 많이 오니 시선을 멀리 보지 못하고 당장 앞을 보게 된다. 우산을 쓰느라 내 눈높이만큼만 본다. 우비를 입고 유모차를 밀고 있는 부부의 풍경은 이곳에 여행 와서 참 고생하고 있구나 생각을 들게 했다. 많은 여행객들이 우산이 없어 등산복 재킷에 달린 후드 모자를 눌러쓰고 갔다. 여행객의 돈을 버는 사람은 우비를 입고 뭔가를 열심히 나르고 있었고, 식당 사장님은 문 앞에서 한숨을 쉬고 있었다. 모두 포르투의 사람 사는 풍경이었다.
포르투를 떠올릴 때 공사 소리도 떠오르지 않을까. 시내에 공사가 참 많았다. 뭘 공사하는지 모르겠지만 어디를 가든 우두두두 파고 뚫는 소리가 가득했다. 일부러 공사장을 피해 다른 길로 가면 또 공사 현장과 마주했다. 시끄러운 만큼 도시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다음에 다시 오면 어떤 새로운 모습들이 채워져 있을 것이다.
비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숙소에 좀 더 일찍 들어왔다. 지붕 위의 빗소리가 이 집의 낭만을 더해주고 있었다. 정어리 통조림 두 개와 콜라 한 캔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한국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난 맛있기만 했다. (지금 서울에서도 조금 그립다)
아, 오늘 하루 에그타르트 3개 먹었다. 매일 에그타르트를 먹겠다는 결심을 계속 지켜가고 있었다. 포르투에서 두 번째이자 마지막 밤이었다.
ps.
<포르투갈 여행에서 생각한 것들> 1편은 여기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