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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여행에서 생각한 것들 21

여행의 변곡점

by 장재형

오늘 포르투의 날씨는 어제와 다르게 상당히 밝고 맑았다. 아침에 일찍 나올 힘이 되었다.


포르투의 가장 상징적인 장소였던 ‘동 루이스 다리’를 다시 보고 싶어 강가로 천천히 걸어갔다. 아직 8시 전이라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열지 않았다. 가는 길에 달콤한 빵 냄새가 나서 뒤돌아보니 에그타르트만 파는 곳이었다. 이토록 향이 나는데 안 먹을 수가 없었다.


오, 에그타르트. 서울에 돌아와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의 맛이 떠오른다. 갓 구운 아침의 파스텔 드 나타, 에그타르트! 한 입 먹는데 여행 중 가장 맛있는 에그타르트였다. 심지어 나중에 알고 보니 포르투 3대 에그타르트 맛집 중 하나였다. 노란 계란 크림과 바삭한 빵이 입안에 들어올 때 한 편의 벽화를 남기고자 작정한 화가처럼 순식간에 입안에 풍성하면서 과하지 않게, 달달하면서 과하지 않게, 담백하면서 모든 맛을 어우러지게 샛노란 그림을 그리고 배 안으로 냉큼 달아났다. 아직 오븐에서 받은 온기가 남아 있어 배까지 따뜻해지는 배려까지, 모두 감사했던 에그타르트였다.


동 루이스 다리를 다시 보니 처음 봤을 때보다는 멋있다는 느낌이 좀 식었다. 그냥 철골로 된 2층 다리고, 그 사이에 반원 모양으로 다리를 받쳐주는 특별한 디자인만 남았다. 아마도 아침에 인파 없는 다리라서 그럴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애정을 받는 순간 무채색의 다리도 빛이 나는 법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안 보여도 든든하게 포르투를 지탱해 주는 기둥 같은 다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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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는 포르투에서 가이드를 만나 시티투어를 진행했다. 처음 봤을 때 좀 어려 보이는 여성 분이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내 편견이 있었다. 그러나 그분은 보란 듯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흥미로운 시간을 만들어주셨다. 포르투갈 오기 전에 몇 권의 책을 읽고 왔는데 그 책의 내용들과 포르투 도시의 모습이 가이드의 쉽고 체계적인 설명으로 꿰어지는 짜릿한 즐거움이 있었다.


아, 책에서 본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 아, 그때 본 건물이 이런 의미였구나. 지식이 현실화되는 순간은 언제라도 참 감사하고 뜻깊게 새겨진다. 정리가 된다는 건 내가 조금이라도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결국 포르투갈은 가톨릭이 이슬람을 몰아내며 시작되고, 작은 도시에서부터 독자적으로 살아가려는 노력(혹은 욕망)으로 커나갔고, 변방의 끝에서 큰 뜻을 품은 이들의 모험 덕분에 성장했지만, 큰 리더가 잇따라 나오지 못한 아쉬움으로 위대한 나라의 반열에 들지는 못했다.


이제 리스본과 포르투가 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일종의 여행의 변곡점이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녀는 한국에서 커리어 지속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2년 전 이곳으로 홀로 이민을 와서 가이드를 시작했다. 2년 만에 이렇게 성장해서 이 정도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포르투가 앞으로 몇 년 안에 얼마나 성장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분은 몇 년 안에 훨씬 더 성장할 것이다.


가이드와 헤어지고 포르투에서 남은 몇 시간은 또 걸었다. 이번엔 음악을 들으며. 김동률, 김윤아, 유재하, 에피톤프로젝트... 음악이 들어가니 새로운 영화가 내 앞에 펼쳐졌다. 어찌 보면 모든 여행은 여행자가 컷과 씬을 선택해서 내 눈으로 찍고 있는 로드무비 아닌가.


리스본을 갈 시간이 오고 있다. 포르투의 노을 시간은 아직 좀 남았다. 기다렸다 보고 갈까 생각하다 기차역 방향으로 걸었다. 그것이 그토록 아름답다면, 다음에 다시 이곳에 올 핑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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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포르투갈 여행에서 생각한 것들> 1편은 여기 있어요

https://brunch.co.kr/@realmd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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