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으로 복귀
애초에 여행 후보지에는 모로코가 있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사하라사막을 가고 싶었다. ‘스타워즈’와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봤던 사막을 걸어보는 꿈을 꾸었다.
그곳에 50년 만에 큰 비가 왔다고 한다. 사막에 호수가 생겼고, 10명 넘게 실종됐다고 전해진다. 처음에 짰던 일정이었다면 나는 리스본에서 포르투가 아니라 모로코로 갔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사막에서 자는 날 큰 비가 내렸을 것이다. 한 세기에 한 번 정도 오는 큰 비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도 했지만, 나는 안전할 수 있었다.
그 대신 나는 포르투를 보았다. 별로 기대하지 않은 도시에서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포르투에서 리스본에 다시 왔을 때 처음과 반대에 있는 숙소를 예약한 덕분에 리스본의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포르투에서 리스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져서 어두워졌었다. 이번 숙소는 구시가지에서 서쪽으로 40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지난번 묵었던 알파마 지역의 반대편이다.
구글맵을 나침반 삼아 지하철을 타고 버스로 갈아탔다. 가보지 못했던 지역의 지하철을 내리니 리스본의 옛스러운 풍경은 사라지고 빌딩들과 명품 브랜드 간판들, 넓은 차도에서 서서히 가는 퇴근길 차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리스본의 현재였다.
여행객의 신나는 표정은 보이지 않고 하루를 마친 사람들의 피곤함 혹은 이제 저녁을 즐기러 가는 설렘이 눈에 들어왔다. 만약 처음 묵었던 알파마에서만 있었다면 여행책에서 봤던 리스본을 확인하고 돌아갔을 것이다. 참 예쁜 곳이지만 아직 과거에만 살고 있는 리스본이라고 기억했을 것이다. 이렇게 퇴근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그건 이 도시에서의 살아감을 가장 잘 보여주는 풍경일 것이다.
높은 빌딩과 익숙한 브랜드를 보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도시에서 태어난 내겐 도시가 자연이었다. 이 나라가 더 궁금해졌다.
ps. 사하라사막은 언젠가 꼭 갈 것이다.
ps.
<포르투갈 여행에서 생각한 것들> 1편은 여기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