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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여행에서 생각한 것들 23

여행지에서 찍은 사람들

by 장재형

포르투갈에서는 간간이 사람을 찍었다.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을 때 좋은 사진이 나오기 위해서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그날의 표정이 담기면 그 순간에서 느꼈던 맛이 잘 전달된다고 믿는다.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을 때 타인을 내 맘대로 찍어도 되는가에 대해서 옳은가에 대한 고민도 있다. 아마 평생 또 볼 일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찍을 수도 있다. 역으로 내가 피사체가 되어 찍혔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항상 좋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나를 멋지게 찍어 준다면 감사한데, 나도 모르게 어떤 부정적인 관점이나 해석으로 찍히고, 그 사진이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찍은 사람의 생각으로 다른 곳에 보여진다면, 행복한 체험은 아닐 것이다.


중학생 때 갔던 퓰리처상 사진전은 내게 충격을 준 체험이었다. 대체 상을 받은 사진은 어떤 사진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혼자 가본 사진전이었다. 역사의 현장을 잘 담은 사진들에 감동을 받은 나는 다음날 다시 가서 사진전 도록을 샀다. 도록에는 사진에 대한 설명이 함께 쓰여 있었는데 사진을 찍은 사람이 아닌 찍힌 사람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 좀 놀랐었다. 아, 이 사람들은 모델이 아니었다. 그 순간에 살거나 죽거나 겨우 죽지 않았던 사람들이었다. 그때 나는 그 사진들을 전혀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었다.


그때부터 사진가의 윤리에 대해 애매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다. 지금까지도 사진을 찍을 때 모르는 사람이 나오면 다시 찍거나 잘 올리지 않으려 한다. 여행지에서는 아무도 내 사진을 볼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도 괜히 잘 찍지 못했다. 역시 타지에서는 그 땅의 사람이야말로 최고의 모델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예전의 내가 안 했던 걸 하기로 했다. 그중 하나로 사람 사진을 의도적으로 찍으려 했다. 사진이 훨씬 살아나는 걸 느끼는 즐거움도 있지만, 더 좋은 건 내 벽을 또 하나 깨고 있다는 것이다.


꽤 사소한 변화고, 특별하지 않은 도전이다. 나는 나를 크게 변화시키는 법을 여전히 모르기에 작게 꾸준히 변화시키려 한다. 바다에서 큰 배는 방향을 한 번에 바꾸지 못하니까.


KakaoTalk_20241221_081726714_11.jpg 이 프레임에서 사람 얼굴이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몇 번의 시도 끝에 찍은 사진


KakaoTalk_20241221_081726714_18.jpg 이제 막 출근해서 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KakaoTalk_20241221_081726714_12.jpg 두 노인은 세상을 보고 한 청춘은 핸드폰을 본다


KakaoTalk_20241221_081726714_14.jpg 벤치가 있으니 사람이 앉고, 사람이 있으니 거리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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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포르투갈 여행에서 생각한 것들> 1편은 여기 있어요

https://brunch.co.kr/@realmd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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