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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여행에서 생각한 것들 25

대륙의 끝에서

by 장재형


Cabo da Hoca. 유럽 대륙의 서쪽 끝. 육지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이번 여행에서 하루 정도는 꼭 자연을 걸어보자고 결심했었다. 그냥 여행을 즐기지 뭘 그리 결심을 이것저것 했었는지. 인간의 역사로 이뤄진 것이 아닌 공간 속에서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감흥을 기대했고, 나의 선택은 ‘카보 다 호카’였다.


숙소에서 출발해 지하철을 타고, 시외로 가는 열차를 타고, 신트라 지역에 도착해서 버스를 탔다. 신트라는 리스본 교외에 위치한 지역으로 아름다운 옛 성이 있고 대서양에 접해 있어 도시에서 당일치기로 놀러 가기 좋은 곳이다. 열차도, 버스도 한 시간에 한두 번 오기에 갈아탈 때마다 기다림이 있던 여정이었다.


산속에 꾸불꾸불 이어지는 길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대서양. 내 생각엔 바다 이름을 너무 잘 지었다.


버스를 내려 천천히 걸어가니 주차장에 오토바이가 가득했다. 동호회에서 다 모이는 날이었던 것 같다. 주변에 다른 건물은 거의 없고 푸른 초원과 산만 보이는데, 검은 가죽잠바를 입은 남자들이 오토바이 굉음을 내고 모여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이질적으로 느껴지면서 코미디 영화처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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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을 따라 걸어가니 드디어 마주했다. 호카 다 로카. 높은 비석 위에는 십자가가 있었다. 대서양과 부딪치는 절벽의 끝에 서니 벅차오르는 기분이 저절로 들었다. 평소에 느끼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동해나 대서양이나 끝이 보이지 않는 푸른 수평선은 같은데 높은 절벽 위에서 보는 기분은 확실히 달랐다. 저 바다로 계속 나아가면 절벽에서 떨어져 죽을 거라는 옛사람들의 세계관이 이해되기도 했다. 어떻게 이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 새로운 대륙을 찾아갈 수 있었을까.


주변을 이리 걸어보고 저리 걸어보다가 주변을 보니 여행을 하지 않고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한 사람은 한쪽에서 파인애플 주스를 팔고 있었다. 대서양을 보며 마시는 파인애플 주스는 상상만 해도 달콤했지만 굳이 감정의 사치에 돈을 쓰지 않기로 했다.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의 종교를 전도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입간판과 전도지를 본 적 있어서 낯설지 않았다. 여기까지 와서 자신의 믿음을 전도하는 저분은 어떤 철학으로 삶을 살고 있는가.


대륙의 끝에서 여행과 매매와 전도. 이 세 가지 이유가 대항해시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전통이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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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포르투갈 여행에서 생각한 것들> 1편은 여기 있어요

https://brunch.co.kr/@realmd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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