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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여행에서 생각한 것들 29

포르투갈에서 만난 브랜드

by 장재형

포르투에서 만났던 브랜드 ‘EMENTA’ 매장을 리스본에서도 찾아갔다. 이상하게 이 브랜드가 기억에 남았고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


귀여운 아기가 스케이드보드를 들고 있는 로고부터 뭔가 심상치 않았다. 로고가 브랜드의 모든 걸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어떤 로고를 선택했느냐의 결정은 브랜드의 안목과 철학을 어느 정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매장에 들어가서 재킷 종류로 몇 번 걸쳐봤는데 사이즈가 내게 딱 좋았다. 직원에게 난 이 브랜드가 좋아서 한국에 들여오고 싶다고 말하니 마침 자신이 창업자 중 하나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 브랜드를 12년 넘게 운영했고 골덴 재질로 된 가방이 히트를 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국에서 생산할 수 있으면서 괜찮은 소재를 찾다가 방수가 되는 골덴을 찾았고, 약한 비가 자주 오는 포르투갈에 잘 어울려서 가방, 재킷, 바지 등을 만들었다. (하지만 매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건 티셔츠라고 말해줬다)


한국에 올 생각 없는지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물어보니 지금도 아시아에서 연락은 오지만 유럽에서 먼저 브랜딩을 쌓아야 해서 아직 진출할 생각이 없다고 솔직히 말해줬다. 약간 아담하고 수염 난 그의 비즈니스를 응원하는 말로 답했다. 그냥 직관인데, 이 브랜드는 더 잘 될 것 같다.


재킷을 하나 샀다. 왼쪽 가슴에 로고가 있는 검은색의 캐주얼한 느낌의 재킷이다. 포르투갈에서 유일하게 산 기념품이다. 딱 하나만 기념품을 사야 한다면 옷을 산다. 예전엔 주로 티셔츠를 샀다. 집에서 편하게 입는 용도로 대충 사도 그 옷을 입을 때마다 그 여행을 떠올리기 좋다. 이번에는 재킷을 샀다. 내 몸에 착 걸치는 느낌이 좋았다. 기성복의 모양이 내 몸의 모양과 어울리기 쉽지 않다.


싸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포르투갈을 기억하기에 가장 좋은, 나를 위한 선물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잘 입고 다닐 거니까, 한국 어디서도 이 브랜드를 보기 어려울 거니까, 앞으로 남은 시간 돈 아끼면 되니까, 나중에 ‘EMENTA’가 엄청 성장하면 미리 알아본 사람으로 보일 수 있으니까, 여러 가지 이유를 내고 한 벌 샀다.


아침과 달리 점심부터 날이 더워져서 옷을 갈아입기 위해 숙소에 돌아와 좀 쉬었다. 여행 중간에 숙소에 와서 쉬는 건 내겐 처음 있는 일이다. 뒹굴뒹굴 누워서 음악을 듣다가 왜 그 브랜드를 한국에 가져와서 사업해 볼까 하는 과감한 생각을 했었나 생각을 해봤다.


일을 쉬고 여행을 했는데, 여행마저 쉬었던 시간. 그 시간에 직관과 상상력이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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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포르투갈 여행에서 생각한 것들> 1편은 여기 있어요

https://brunch.co.kr/@realmd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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