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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짜민 Feb 20. 2024

3화. 주도권 그리고 남자의 열등감

연애는 그저 시작되지 않은 연습 게임일 뿐

 앞서 2화에서 결혼한 남녀는 '성'과 관련해 연애때부터 주도권 싸움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외에 결혼이란 것은 남녀 관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다양한 권리 싸움이 펼쳐지게 되는데,(앞으로 연재할 내용이 그득하다.) 오늘은 연애와 결혼 그 연장선상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결혼 후 남녀는 소위 주도권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글쎄, 난 상대를 너무 사랑해서였을까 아님 한없이 잘해주는 남자에게 방심해서였을까. 1화에서 말했던 것처럼 연애에 무지했던 나는 주도권 싸움이라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다.


6년 동안 연애하면서 항상 천사 같았던 그였기에 결혼 후에도 다를 것이 없을 줄 알았다. 날 항상 위해줄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나는 그를 6년 동안 바라봤던 것이다.




공주에서 동료 병사로


아무리 공주 같은 연애를 한들, 결혼해서까지 그 관계가 유지될 거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게 좋다. 결혼식을 올린 뒤 그는 급격하게 변했다. 다 잡은 물고기라고 하던가. 싸움의 시발점은 내가 퇴사를 하게 되면서부터이다.

다 잡은 물고기

 

내가 불안정하게 회사를 재직 중이었다가 말도 안 되는 사내 정치에 휘말려 타의에 의해 퇴사하게 되면서 부부 관계의 파탄은 시작되었다.


"결혼 전 오빠가 각출해서 내고 살자던 생활비 통장도 그렇고.. 실업급여받는데 그걸로 생활비와 월세를 내야하나..?"

 

 결혼 전에는 결혼할 때 몸만 오라고 했던 그 였다. 연애 때 몸만 오라던 그는 결혼 후 나와 함께 살게 되면서 맞벌이를 원했고, 생활비와 월세를 함께 내길 바랐다. 공동통장에 각자의 돈을 내고 그 외의 돈은 물어봐도 자세히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 나는 내는 돈이 얼마 안 되는 돈이기도 했고, 회사를 잘 다니고 있을 때는 큰 문제가 아니었기에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퇴사를 하게 되면서 남편은 200만원 안되는 내 실업급여라도 생활비에 충당하길 바랐다.


나는 퇴사를 당한것도 서러운데, 위로는 커녕 얼마 안되는 돈을 생활비에 보태라는 그의 묵언 속 의견에 배신감이 들었다. 말이나 말 지. 내가 참 바보같았던 건 장기 연애 5년차가 됐을 무렵 공동 데이트 통장을 만들자고 한것도 그 였다. 이런 작은 실마리들 속에서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내가 참 바보 같다.


 결혼 전과 후가 너무 변해버린 남편의 모습을 보고 인터넷에서 경제권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검색해 보았다. 남자들은 자신의 월급을 여자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결혼 후 주도권싸움이라는 것을 목숨 걸고 한다고 한다.



남자의 열등감

생각해 보니, 하필이면 연애 때부터 남편 편에 서서 연애 조언을 해주는 친구 한 명이 있었다. 결혼 후 정상적인 회사생활을 하지 못해 아내의 월급으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남자였다. 아마도 그 남자는 본인의 가정에서 아내의 월급으로 생활하다 보니 딩크족으로 살게 되었고 본인이 가사를 도맡아 하게 되었다. 그런 친구가 조언이랍시고 나의 남편에게 경제권을 와이프에게 주지 말라고 이야기를 한 느낌이었다. 한마디로 본인의 열등감을 다른 가정에 이입하여 충고한 것이다.




연애시절에는 나의 모든 것이 좋아서 달려드는 이 남자를 보면서 결혼해서도 그 사랑이 유지될 거라는 천진난만한 착각 속에서 나는 결혼식을 올렸고, 결혼 후 변해가는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남자와 6년이나 연애하고 제대로 사람을 보지 못한 나 자신이 매우 한심해졌다.


나는 연애시절에는 이 사람을 사랑했지만 부모님이 흔쾌히 허락한 결혼이 아니었기에 결혼 후 그의 변한 모습이 더욱 경멸스러워졌고 큰 배신감을 느끼면서 결혼 생활을 하면서 이런 일들과 관련되어 남편과 격렬한 부부싸움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권태기를 넘어서 서로를 증오하는 단계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남편은 죽을힘을 다해 아직도 본인의 월급을 사수하려는 전쟁을 하고 있다. 정말 증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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