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를 채운다는 것

by 미선씨

등교 개학을 앞두고, e알리미를 통해 각종 안내사항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등교 수업 방식'에 대한 학부모 설문이 왔다.

- 수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한 찬/반 의사

- 등교 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하는 방식에 대한 선호도 조사

1) 반별 격일제 운영

2) 반별 격주제 운영

3) 매일 등교 운영

다른 엄마들 얘기를 들어보니, 아예 매일 등교가 선택지에 없다는 곳도 있었고, 주 1회 등교하는 방식을 묻는 학교도 있는 것 같고, 교외체험이 가능한데 학교에 진짜 등교시킬지를 묻는 학교도 있었나 보다.


정작 나는 고민 없이 3번, '매일 등교 운영'을 선택했다. 아이 세 명의 스케줄을 관리할 자신이 없어서다. 큰애는 홀수날에 등교하고, 둘째는 짝수날에 등교하면, 막내는 매일 등원한다 쳐도 두 아이와 하원 시간이 다르니까, 아이들 오가는 것만 챙기다가 하루를 다 보낼 판이다.

지금도 챙긴다고 챙기는 수준이 회사에서 전화로 짬짬이 물어보는 게 전부인데, 아침 점심 챙겨놓고 나와도 애들이 먹지도 않고 그냥 버리는 날이 허다한데, 허구한 날 아이들이 수업 안 들었다고 챙겨달라고 만날 담임선생님한테 연락이 오는데, 이 와중에 애들마다 서로 다른 스케줄 체크해가면서 등 하원 챙기고 준비물 챙기고 밥 먹었나 챙겨야 한다고? 하아. 한숨만 나온다.


누군가는 말한다. 코로나 사태로 어차피 아이들을 못 보내는 상황이니, 선생님들이 아이들 챙기는 것에 대한 수고로움을 아는 기회로 좋게 생각하라고. 아이들 키우는 것은 원래 부모 몫이 아니냐고. 다들 힘들다고. 그러니까 참으라고.

부모 몫이겠거니 하고 충분히 발버둥 치고 있다. 처음 개학이 연기될 때만 해도 한 달만 버티면 되겠거니 하며 버텼다. 재택근무도 활용해보고 돌봄 휴가도 써보고 월급도 깎여가며 버티고 있다. 근데 끝이 안보이니 참 힘들다. 등교 개학하면 그래도 한숨 돌리겠거니 싶었는데 등교 개학도 매일 학교 가는 게 아닐 수 있다하니, 더이상 어쩌라는 걸까.



맘 카페에서는, 어떻게 아이들 등교를 시킬 수 있느냐는 의견이 우세인 것 같다. 등교를 최소화하겠다거나 좀 더 안전해지면 보내겠다는 의견이 더 많이 보인다.

그냥 본인 의견을 말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서, 매일 등교를 시키겠다는 엄마들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아이들 안전이 우선인데 어떻게 부모가 그럴 수 있냐는 뉘앙스로.

은근히 상처를 받는다. 애들 안전도 안 챙기는 부모가 된 것 같아서.



'매일 등교하는 개학'과, '등교를 아예 하지 않는 방학' 사이에 온갖 선택지가 등장하는 시기다. 개학이지만 온라인 수업만 하고 학교엔 가지 않는다던가, 학교에 가긴 가는데 오전만 간다거나 오후만 가고 밥은 안 먹는다던가, 한 주는 학교 가고 한 주는 안 간다던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건, 이것도 저것도 다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제발 모 아니면 도였으면 좋겠다. 아예 그만두고 집에 있거나, 아예 맡겨두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희망고문,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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