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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Jun 26. 2019

걷는 듯 천천히 리뷰 - 고레에다 히로카즈

일본 영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에세이.

걷는 듯 천천히




머리말을 대신하여


1장 영상의 주변에서

행간

메시지

세계

대화

혁명

다큐멘터리

책임

리트윗

사자

상에 대하여

복잡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천사

결핍


2장 일상의 풍경

자가용

기운

최고의 연인

코스모스

연속극


상중의 엽서

파도 소리


3장 멀고도 가까운

원체험

괴수

뒷맛

태풍의 소리

원풍경

고향

자전거

딸기

그리움


4장 배우 이야기

저기, 그것 좀 줘

배경

자유

절교

아무것도 하지 않아

듣는 힘

안 되겠어

번짐

기차

속이다


5장 미디어의 틈새에서

'품성보다 분노'라는 박력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

칸 영화제에서 돌아와

안도와 후회


6장 애도하다

무라키 씨

하라다 씨

나쓰야기 씨

야스다 씨

수염

엄마의 등

재회


7장 3월 11일, 지금부터

웃는 얼굴

올바름

이야기화

당황

주저

망각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에세이집이다.


그의 영화를 몇 편 봤지만 감독의 얼굴은 기억이 나지 않는 인물이다. 그의 여러 영화처럼 상당히 간결한 문체와 조용히 독백을 하는 듯한 문맥으로, 읽는 이로 하여금 생각의 공백을 만들어주는 에세이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TV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의 영화감독이라서 일반적인 상업 영화감독들과 비교했을 때, 극 연출법이나 스토리텔링이 약간 다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에서 종종 카메라가 멀찌감치 떨어져, 배우의 행동을 관찰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게 바로 이 감독의 아이덴티티. 2011년 일본의 도호쿠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반응하는 일본 각계(특히 정치계)의 반응을 면밀히 살피며,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입장을 내놓은 글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그 외의 글들은 감독이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지, 어떻게 하면 일본 상업영화들 틈바구니에서 예술적인 감각으로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약간의 힌트들도 들어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집어 든 건, 문학동네의 sns에서 문득 발견한 '결핍'이라는 글귀를 보고 냉큼 구입했었지만 의외로 너무 담담하고 소박하게 쓴 글들이 많아서(그의 여러 작품들은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각종 상들을 휩쓸었다), 끝까지 읽는데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지났다. 2018년 10월에 구입한 책인데 2019년 6월에 책 읽기를 마쳤다. 좀 심각할 정도로 책을 멀리하고 살았었는데 이제는 책을 더 가까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소설을 기반으로 책 읽기를 시작한 인간이라, 다시금 책과 친해지려면 이런 가벼운(?) 에세이집이 최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성격을 보여주듯, 아직도 개인 자가용이 없는 게 좀 놀라웠던 에세이였다. 인간의 본질을 항상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그걸 절절하게 스크린으로 옮길 수 있을까 늘 생각하는 감독이다.








나는 주인공이 약점을 극복하고 가족을 지키며 세계를 구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영웅이 존재하지 않는, 등신대의 인간만이 사는 구질구질한 세계가 문득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그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를 악무는 것이 아니라, 금방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는 나약함이 필요한 게 아닐까. 결핍은 결점이 아니다. 가능성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계는 불완전한 그대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풍요롭다고 여기게 된다.

걷는 듯 천천히 59p ~ 60p







"세상에는 쓸데없는 것도 필요한 거야. 모두 의미 있는 것만 있다고 쳐봐. 숨 막혀서 못 살아."

걷는 듯 천천히 68p







내가 감독한 <아무도 모른다>는, 어머니에 의해 남겨진 사 남매가 도쿄의 한 아파트에서 1년간 생활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칸에서는 상영 후 나흘간 여든 곳 가까운 해외 언론사의 취재를 받았는데, 가장 많이 반복해서 질문받거나 지적된 점은 "당신은 영화의 등장인물을 도덕적으로 심판하지 않는다. 아이를 버린 어머니도 단죄하지 않는다"였다. "영화는 남을 심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감독은 신도 판사도 아니다. 악인을 설정하는 것으로 이야기(세계)는 알기 쉬워질지 모르지만, 반대로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관객들이 이 영화를 자신의 문제로서 일상에까지 끌고 들어가도록 할 수 있지 않나 싶다"라는 게 내 대답이었다.

걷는 듯 천천히 160p ~ 161p






지금 취재 중인 가수 코코는, 토크를 마칠 때, "그래서 부릅니다"라고 객석을 향해 말합니다. 자신의 나약함이나 어쩔 수 없는 현실, 소중한 친구의 죽음 등을 마주했을 때... 그럼에도 자신은 노래를 부르는 것 밖에 할 수 없기에 고개를 들고 "그래서 부릅니다"라고. 저는 이 말이 "그럼에도, 부릅니다" 가 아닌 것이 그녀의 강인함이자 대단함이라고 느낍니다.

걷는 듯 천천히 187p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는, 실패까지도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결국 문화로 성숙된다. 그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망각을 강요하는 것은 인간에게 동물이 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것은 청지와 언론이 행할 수 있는 가장 강하고, 가장 치졸한 폭력이다.

걷는 듯 천천히 2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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