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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Sep 27. 2018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1982년 여자로 태어나 언니, 남동생 사이에 낑겨있던 김지영의 이야기

82년생 김지영




2015년 가을
1982년~1994년
1995년~2000년
2001년~2011년
2012년~2015년
2016년

작가의 말
해설 김고연주(여성학자)
우리 모두의 김지영








말도 많고 탈도 많아서, 궁금해서 읽었던 책이다. 82년생 김지영이 진짜 페미니스트를 위한 책인지 궁금하다면 직접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2015년 가을, 82년생 김지영씨는 빙의 비슷한 걸로 주변 사람들(특히 남편)을 놀래킨다. 정신병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이 그녀가 빙의된 사람들 모두가 이미 죽거나 해서 세상에 없는 이들 뿐. 그렇게 뜬금없는 정신병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1982년 여자로 태어나 언니, 남동생 사이에 낑겨있던 김지영은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 이만큼의 성차별과 여성탄압(?)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불합리한 인생을 산다. 하지만 의외로(?) 우리가 이 책에서 기대하던 사회에서 여성들이 받는 차별, 성희롱, 데이트 폭력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주로 사회 이슈가 된 주제들 사이에 김지영이 끼어있을 뿐. 작가 조남주는 그런 모든 것들을 오직 통계와 팩트체크(실제로 각주가 달린 모든 것들은 작가 자신이 자료들을 찾아 본, 실제 사례들이 대부분이다)로 뭇 남성들이 이 책에 품을 반기를 조지고 뭇 여성들의 지지를 얻을 힘을 갖게 된다. 이 지점에서 오직 역사에 기록된 사료들로만 여성이 사회에서 받는 차별을 일반화 시키기엔 큰 오류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이 쓸데없는 말만 하는, 오직 여성만을 위한 편협한 책은 아니다. 남자인 내가 읽어도 쉽게 수긍이 가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여성이 얼마나 차별을 당하고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명제는 굳이 자료를 찾아보지 않아도 이미 여러 곳에서 우리가 보고 배우고 (남자인 나도 모르게)실행해 왔기 때문에 쉽게 반문할 수는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늘 남녀평등을 외치는 무리들을 볼 때면 아직 휴전중인 대한민국에서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군대에 가야하고 남자는 군대 가산점 제도를 폐지해야 맞는거다. 남아선호 사상의 시대를 건너온 우리가 여전히 여성 차별에 대해선 미온한 반응과 정책을 펼치는 것 역시 사실이기 때문에 조금 더 똑똑하고 평등한 시대로 바꿔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남성에 대한 꽤나 대중적인('대한민국 남성 평균' 을 은근히, 그리고 꾸준히 시사한다) 시선과 작가 자신이 겪은 것 같은 디테일한 여성혐오(차별, 희롱)가 가득 담긴 책이지만 남성들이 읽어도 충분히 공감할만한 책이다. 김지영이라는 인물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에서 여성이 받는 차별은 거의 다 들어가 있는 수준. 그래서 매우 잘 읽히고 주인공의 시간이 쉴새없이 흘러간다. 작가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시선으로 책을 쓸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동안 쉬쉬해왔던, 만연한 여성차별을 세상에 당당하게 떠들어 댈 수 있었던 시도와 용기는 참으로 대단해 보인다. 다만 이 책 하나로 대한민국의 모든 남성들이 다 그럴거라는 편견조차 생기기 쉬우니, 일그러진 페미니즘을 내세우는 여러 단체들에겐 필독서이자 바이블이요,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에겐 '82년생 김지영' 을 읽으면 페미니스트니까 넌 아웃. 같은 꼴같잖은 일들도 벌어지곤 했다. 이 책이 현재 100만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아주 못 쓴 페미니즘 책도 아니거니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여성차별을 담았고 남자들이 비아냥거리며 웃어넘기기엔 대한민국 대다수의 평범한 여성이 겪는 일이 세세히 나와있기 때문에 남자고 여자고 꼭 한 번 읽어보면 어떨까 싶은 책이다. 훌륭하고 잘 쓴 책은 분명히 아니지만, 그리고 일반화의 오류를 당당하게 내세우듯 뽐내는 책이지만, 당신이 남성이고 여성인 이상(게이나 트랜스 젠더는 안 읽어도 돼) 페미니즘이 정착하려다 다시 과도기로 접어든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 번 쯤 봐도 무방한 그런 책이다.

여주의 빙의로 시작해 뜬금없이 등장하는 성차별, 그리고 결국 이 모든 이야기들은 남자 정신과 의사가 자신의 소견으로 김지영씨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는 짧지만 긴 82년생 한국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끝나서 '소설' 이라고 하기엔 꽤나 어울리지 않는 여성의 일대기 이지만.


가장 웃기면서 어이가 없던 구절이 하나 있었는데 김지영이 초등학생 시절, 학급에서 남자아이들 먼저 번호를 매기는 것과 더불어(때문에 번호순으로 먹는 급식이라 여자아이들의 식사가 늦고 덕분에 허겁지겁 먹고 그랬단다) 주민등록 번호 뒷자리 첫번째가 왜 남자부터 1번을 매겼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구절이 나온다. 학창시절이야 그렇다 치고 주민등록 번호는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하던 80년대의 대한민국을 까고싶었던 모양인데 그럼 주민등록제도를 도입한 박정희 부터 씹어대는게 순서 아니냐?

더 웃긴건 82년생들의 초등학생들은 급식문화 자체가 없었다. 또한 작가 스스로가 직접 찾아나선 여러 통계들은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대로 입맛에 맞게 가져온 것들이 대다수.



지금 이순간에도 여자라는 성별 덕분에 많은 걸 포기하고 차별받고 남성들이 주는 공포에 떠는 여자들이 많다는 걸 남자들은 늘 상기해야 한다. 물론 남자를 호구로 보고 '너 한 번 좋돼봐라' 라며 달려드는 꽃뱀이나 병신같은 여자들은 잡아 족치는 게 맞다.







"내 딸이 요 앞 대학에 다니거든. 지금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이제 집에 간다고 무서우니까 데리러 오라네. 미안한데 나는 먼저 갈 테니까, 김지영 씨, 이거 다 마셔야 된다!"
김지영 씨는 겨우 붙잡고 있던 어떤 줄 하나가 툭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당신의 그 소중한 딸도 몇 년 후에 나처럼 될지 몰라. 당신이 계속 나를 이렇게 대하는 한.

- 82년생 김지영 117p
















+

난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여자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배웠기 때문에 여지껏 만났던 상대들에게 폭력적으로 대한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육체적 폭력, 언어적 폭력 모두.






++

82년생 김지영을 영화화 하고 '그' 김지영 역할을 정유미가 맡는다고 했을 때, 뭇 남성들의 윰블리 탈덕 선언과 함께 온갖 악플을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다는 걸 실시간으로 봤다. 한국의 페미니즘이 기괴하게 정착되고 있다는 걸 모두가 알텐데 굳이 작품을 선택한 배우한테 해코지를 할 필요가 있을까? 다들 합의금 많아? 왜 그러려니가 되지 못할까 우리는. 이래서 우리가 욕을 먹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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