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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Sep 28. 2016

당신의 조각들

타블로

"메이는 뇌의 기능 같은 것들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어. 지난번에는 나한테 사람들은 어렸을 때 많이 접하게 되는 것들에 '조건화'된대. 무슨 말인지 알겠어? 왜, 음악 같은 거 말야. 나한테는 음악이 그런 존재여서 내가 항상 음악을 찾고 있다는 거지. 알겠어?"

"다 개소리야."


                    -쉿


마크는 고개를 저으면서 다시 멍 자국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멍 위에다 손가락을 올려놓았다. 멍을 만지는 일은 아프지만 동시에 역겨울 정도로 기분 좋은 일이기도 했다.
(중략)
마침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그녀는 "잠깐만 기다려 주실래요?" 하고는 <엘리제를 위하여>가 흘러나오도록 했다. 통화 대기음으로 전락해버린 베토벤.



                    -쥐


상상하곤 했다. 지금쯤이면 내가 이미 죽었거나 아니면 엄청나게 성공했을 거라고.
(중략)
학창시절에는, 아버지를 닮고 싶어하는 아이들과 아버지의 정반대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 대충 두 부류로 또래를 나눌 수 있었다. 난 후자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가 걸어갔던 길을 역행하려 발버둥쳤기에 오히려 그대로 닮게 된 경우다. 별을 쫓다 구름만 휘젓고 주저앉은 패배자. 그렇게 내 앞에 갈라져 있던 길은 사실 처음부터 큰 원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승리의 유리잔















'에픽하이' 라는 힙합그룹의 리더로서 무수한 경력을 등에업고 그가 어릴적 영어로 썼던 글들을 직접 번역하여 책으로 내놨다. 
이적과 이상은이 내놨던 책 이후로 음악가가 쓴 책은 오랜만.
책을 구입하기 전엔 엄청 읽고싶은 마음이 간절했었는데 막상 책을 사 와서 보니 손이 잘 가지 않았다. 
현재 대중에게 보여지는 저자의 평소 모습과 '예전에 썼던 글' 이라는게 읽기 꺼려지는 이유라면 이유랄까. 
아니면 너무 오랜만에 책을 읽어서 그런건 아닐지.. 

아무튼 초반부를 지나 중반까지 오니 그의 글이 좀 익숙해져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단편집에서 오는 매력은 이런것에 있지 않을까. '어차피 곧 끝날 이야기'

조금 어색한 이야기들도 있었고 조금 빤한 이야기 들도 있었고 조금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 글도 있었다. 
이적이 쓴 '지문사냥꾼' 처럼 뭔가 꿈을 쫓는, 그런 이야기를 상상했던 나로썬 그저 제목 그대로 
이야기 조각조각들을 나열해 놓은 모양이라 어색하게 바뀐 한국말들이 가끔 거슬리기도 했지만 
예약판매 만으로 엄청난 성황을 이뤘다고 하니 소정의 목적은 달성하지 않았나싶다. 

무엇보다 그의 글들은 길게 건질만한 이야기가 없었다. 
단어 하나. 문장 한줄. 그게 다다. 소싯적에 쓴, 음악가가 쓴 글이니 그러려니 했다. 
더구나 긴 가사속에서도 압축을 해야하는, 랩을 하는 사람이니.. 

그리고 또 한가지. 
사진들이 책 중간중간에 들어가 있는데 뜬금없이 등장하는, 이야기에 전혀 상관 없는 뉴욕의 풍경들이 나올때면 진이 빠지곤 했다. 
사진도 당연히 저자가 직접 찍은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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