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ig short
넌 지금 미국 경제가 무너진다에 돈을 걸었어.
미국 경제가 무너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퇴직금을 잃고 직장을 잃어.
this is the shit!
집은 백채인데, 인구는 네명이야.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
마고 로비가 거품목욕을 하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고객을 개똥으로 취급하면서 잘되는 회사가 어디있어?
모두가 내심 세상이 끝나기를 바란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1q84' 中-
진실은 시와같다.
모두들 시를 증오한다.
어렵다.
그것도 많이 어렵다.
스티브 카렐 아찌 때문에 일부러 본 영화인데,
그래도 줄거리는 알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좀 훑어봤더니,
"여러분, 돈 법시다! 돈 벌 준비 됐죠?"
은행은 전부 사기꾼들, 당신의 돈이 사라지는 진짜 이유!
2005년, 모두를 속인 채 돈 잔치를 벌인 은행들.
그리고 이를 정확히 꿰뚫고 월스트리트를 물 먹인 4명의 괴짜 천재들.
20조의 판돈, 세계 경제를 걸고 은행을 상대로 한 진짜 도박!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더라.
예고편이나 홍보 문구가 조금 어폐가 있는게,
직접 영화를 관람하게 되면 사기(?) 로 돈을 왕창 벌어서 룰루랄라 돈잔치를 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절대로 볼 수 없다.
그리고 부도덕한 은행들의 돈놀이의 희생양이 되는
빚더미 속의 하급계층들을 조금 더 심층적으로 그렸으면 더욱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가 됐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영화는 되도록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쉽게
유명인사들을 초빙하여 비유를 적절히 섞어 설명을 하지만
딱 거기까지랄까.
경제나 주식, 자본에 대해 잘 모르는 나같은 사람들에겐 너무 어렵게 다가오는 영화다.
(나같은 이들을 위해 자막또한 넣어주지만 영 못알아먹겠다)
스티브 카렐 아찌를 비롯해 크리스천 베일, 나머지 등장인물들의 연기는 굉장히 볼만하다.
특히 카렐 아찌는 '폭스캐쳐' 에 버금가는 신경질적인 비관론자역을 멋지게 소화했다.
(일부러 살도 찌우심.. 언제고 옆집에 사는 평범한 연쇄 살인마로 등장할 날도 올 듯)
평소 시장경제에 눈이 밝은 사람은 실제로 미국에서 있었던 사태를 영화화 한 것이기 때문에
매 씬마다 무릎을 탁. 치며 개탄하며 볼 듯.
내 취향의 영화는 아니다.
+
이해를 조금 더 돕기위해 아시아 경제의 이종길 기자가 해설을 붙인 평을 썼는데
이걸 읽으니 그나마 좀 '아 그렇구나' 싶게된다.
아래는 기사의 전문.
'빅쇼트'의 배경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다. 2007년에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로 인해 미국의 초대형 모기지론 대부업체들이 줄줄이 파산한 시기다.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은 연쇄적인 경제위기를 촉발했다. 부동산, 주식, 채권 시장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주택시장에서 약 5조달러(약 6002조5000억원)가 증발했다. 이 돈은 투자은행들이 나눠가졌다. 미국 정부가 양적 완화를 통해 쓰러져가는 투자은행과 부동산을 살렸다. 빚을 갚는 건 금융회사들의 몫이 아니다. 미국 국민의 부채다.
영화는 과거의 공포를 낱낱이 해부한다.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시장의 몰락을 예측해 어마어마한 수익을 챙긴 펀드매니저들의 실제 이야기를 재미있게 포장했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업계에서 '미운오리새끼'였거나 무시를 당한 사람들이다. 결점도 많다. 시장 붕괴를 가장 먼저 예견한 캐피털회사 대표 마이클 버리(크리스천 베일)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에 사회생활이 어렵다. 월스트리트의 금융 시스템을 불신하는 펀드매니저 마크 바움(스티브 커렐)에게는 비극적인 가족사가 있다. 도이체방크의 트레이더 재러드 베넷(라이언 고슬링)은 동료들에게 비관론자라고 놀림을 받는다. 전직 트레이더 벤 리케르트(브래드 피트)는 은행들의 무책임한 태도에 진저리를 치고 시골마을에 은둔한다.
이들은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확신한다. 이 판단을 근거로 거침없이 투자해 큰돈을 번 다음에는 죄책감을 느낀다. 리케르트는 환호하는 새내기 자산관리사 찰리 겔러(존 마가로)와 제이미 시플리(핀 위트록)를 꾸짖는다. "방금 우리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미국 경제가 무너진다는 데 돈을 걸었어. 우리가 옳으면 사람들은 집을 잃고 직장도 잃고 은퇴 자금도 잃어. 연금도 없지. 실업률이 1% 증가하면 4만명이 죽는다는 거 알아?"
애덤 매케이 감독(48)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이들을 '진정한 영웅'이라고 했다. 그런데 카메라의 초점을 이들이 영웅이 되는 과정에 맞추지 않는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고 금융위기를 왜 막을 수 없었는지 추적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노력을 상업영화의 포맷으로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어려운 경제용어가 나올 때마다 자막에 의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매케이 감독은 TV 풍자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의 메인작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영상 실험을 했다. 이 경험이 빅쇼트에서 난관을 극복하는 열쇠가 됐다.
그는 영화에 연극적 요소를 과감하게 삽입했다. 연극에서는 배우가 관객에게 즉흥적으로 말을 건네도 장면의 진실이 파괴되지 않는다. 빅쇼트는 관객에게 여러 차례 말을 건다. 화자는 주인공 뿐이 아니다. 배우 마고 로비(26), 셀레나 고메즈(24)와 행동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71), 세계적인 셰프 앤서니 부르댕(60) 등 유명인사들이 출연한다. 거품목욕, 해산물 스튜 요리, 카지노 블랙잭 게임 등 다채로운 장면에서 어려운 경제용어를 설명하거나 특별한 상황을 해석하며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이 신들은 관객과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며 주제의식을 분명히 하는데 일조한다. 고슬링은 "내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관객을 똑똑한 사람으로 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배리 애크로이드(62)의 촬영도 비판적인 흐름을 유지하면서 관객을 끌어들이는 데 한 몫 한다. 영화에 자주 나오는 사무실 장면을 찍을 때 카메라를 배우의 앞이 아니라 한쪽 구석에 설치하고 롱 렌즈를 사용했다. 그 결과 화면이 월스트리트를 소재로 삼은 기존 영화들과 달리 근엄하거나 차갑지 않다. 관객은 사무실 안에서 배우와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간간이 등장하는 뉴스 화면이나 사진으로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도 든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큰 아픔을 겪은 관객이라면 이런 컷들은 '시계태엽 오렌지(1971년)'의 루도비코 프로그램처럼 섬뜩하게 다가갈 것이다. 관련이 없었어도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는 경고로 받아들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흥미롭게도 영화는 옥에 티마저 이야기의 배경을 현재로 느끼게 한다. 카지노 신에 등장하는 한 남성은 미국프로농구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선수(클레이 톰프슨ㆍ26)의 유니폼을 입었다. 톰프슨이 골든스테이트에 입단한 해는 2011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진 뒤다. 물론 월스트리트는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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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작은 유독 국내에서만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는데
과격하거나 선정적인 장면은 단 씬도 등장하지 않는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빅쇼트'를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선정했다. 이는 주제와 선정성, 대사 등 3개 항목이 높았기 때문. 선정적인 부분이 자극적이며 거칠게 표현되어 있고 그 외 주제, 대사 부분에서도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청소년관람불가다. 그래서 '빅쇼트'는 만 18세 미만인 청소년은 보호자가 동반하더라도 관람이 불가능하다.
..라는 핑계를 대며 등급을 저따위로 매겨놨다.
영화가 좀 어렵긴 하지만 실제 있었던 이야기고 똑똑한 청소년들이 봤을 때(이 영화를 굳이 보러 '극장' 에 까지 갈 청소년이 얼마나 있겠냐마는)
금융에 대한, 더 나아가 정부와 나라에 대한 반감이나 불신 따위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매긴게 아닐까.
이 영상물등급위원회 자식들아.
선정적인 장면-대사는 단 한 씬도 없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