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bster
그 자식은 안경을 써 아니면 렌즈를 껴?
-성적 취향은요?
-여자요.
-대학 때 딱 한번 남자와 잔 적은 있어요. 양성애자라고 써도 되나요?
-안돼요. 지난 여름부터 금지됐어요. 운영상 문제 때문에요. 이성애자인지 동성애자인지 지금 결정하셔야 해요.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이 돼야 합니다. 이곳에 왔다고 해서 우울해 할 필요는 없어요. 동물이 되도 짝은 찾을 수 있으니까요. 짝을 못 찾게 되면 어떤 동물이 되고 싶으세요?
-랍스터요.
-잘 한 결정이에요. 대부분 개를 먼저 떠올리죠. 그래서 온 세상에 개가 바글바글한거에요.
끔찍해. 최악이야.
멍청한 어린애 인사 따위 필요 없어.
그때까지 그는 외톨이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알지 못했다.
등이 손에 닿지 않아 연고를 바를 수 없어서 통증에 시달리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춤도 혼자 춰야 해 그래서 우린 일렉트로닉만 들어.
그녀를 본 순간 내 짝임을 알았네
나를 보는 그녀의 미소가 그것을 알려줬다네
그녀의 입술은 붉은 장미 같고
그 입술은 강을 붉게 물들였네
둘째 날 그녀에게 꽃 한송이를 주니
이보다 아름다운 여인 세상에 없어라
내가 물었지
'붉은 들장미가 고고하게 짙은 향기를 내며 홀로 있는 곳을 아오?'
-왼발을 든다. 팔꿈치를 무릎에 대고 두 번 두드린다. 발을 무릎에 대고 세 번 톡톡톡 친다. 엎드린다. 꿇어 앉는다. 왼쪽 뺨을 만진다. 그러곤 드러눞는다.
-정말 그럴 마음이 있는거야?
-그래. 이미 결정했어. 이 길 외엔 방법이 없어.
굉장히 고고한 블랙코미디.
전대미문의 커플 메이킹 호텔! 이곳에선 사랑에 빠지지 않은 자, 모두 유죄!
유예기간 45일 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이 되어야 한다!
가까운 미래, 모든 사람들은 서로에게 완벽한 짝을 찾아야만 한다.
홀로 남겨진 이들은 45일간 커플 메이킹 호텔에 머무르며, 완벽한 커플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짝을 얻지 못한 사람은 동물로 변해 영원히 숲 속에 버려지게 된다.
근시란 이유로 아내에게 버림받고 호텔로 오게 된 데이비드(콜린 파렐)는
새로운 짝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숲으로 도망친다.
숲에는 커플을 거부하고 혼자만의 삶을 선택한 솔로들이 모여 살고 있다.
솔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그들의 절대규칙은 바로 절대 사랑에 빠지지 말 것!
아이러니하게도 데이비드는 사랑이 허락되지 않는 그곳에서
자신과 같이 근시를 가진 완벽한 짝(레이첼 와이즈)을 만나고 마는데..!
..가 영화의 내용이다.
퍽 신선한 소재여서 단박에 끌렸지만 극장에서 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사실 극장에서 보려고 했지만 상영하는 곳이 너무 적어 포기했던)
극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은 각자의 파트너와 사별을 했든 이혼을 당했든 이혼을 통보했든, 또 다시 새로운 동반자를 찾아야 한다. 45일이라는 유예기간 안에. 그러지 못하면 동물로 변하게 된다. 그나마 변할 수 있는 동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위안이 된달까.
그래서 필사적으로 짝을 찾는데에, 그야말로 목숨을 거는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이 들어간 호텔은 자위는 죄악이며 무단이탈을 해서도 안된다. 남성의 경우 메이드가 정해진 시간에 주기적으로 발기상태를 확인하기까지 한다. 유예기간 안에 어떻게 해서든지 짝을 찾아, '도시' 로 돌아가야 한다.
행여 도시에서 혼자 장시간 서성이거나 싱글의 티가 날 때면 경찰들이 다가와 검문을 한다.
(커플 등록증까지 있다)
그만큼 솔로의 삶을 배척하는 시대가 그 배경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들었던 갖가지 의문점-전 세계적인 사람들이 동물로 변하는지, 왜 싱글들은 숲에 숨어살며 호텔인들에게 사냥을 당하는지 등- 을 친절하게 해설해 준다)
주인공인 데이빗이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사랑에 빠져 황홀경을 경험하고 싶어 모인게 아니라서
오로지 생존을 위해 무섭고 매서운 눈초리로 파트너들을 응시한다.
(인물들이 크게 웃는 장면도 거의 나오지 않아, 영화 '이퀄리브리엄' 의 멜로 버젼-?- 을 보는 듯 했다)
우린 목숨걸고 짝을 찾아야해.jpg
동물로 변하기도 싫고 숲속에 숨어 살다 호텔 안에서 생활하는 '잠재적 커플들' 의 유예기간을 늘리기 위한 사냥감이 되기도 싫은 사람들은, 유예기간이 가까워질 무렵 극단적인 선택도 한다.
'네가 짝을 못찾는건 내 알 바 아니다. 넌 내 타잎이 아니니까' 라며 자신에게 들이대는 여자에게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던 데이빗도 결국엔 자신의 정체성 따위는 개나 줘버린채 연극을 하기도 하지만..
은근 귀여운 구석이 있는 데이빗.jpg
아무래도 영화다 보니 일반적인 커플들이 '아 이 사람이 나의 운명이구나' 라고 여길법한, 자신이 지닌 비슷한 특성이나 성질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한마디로 '취미' 나 성격, 생활방식등이 맞냐 아니냐가 짝을 찾는 큰 키워드. 이 사람들은 '시간' 이 없으니까.)
데이빗이 자신과 똑같이 '근시' 인 여인(작중 이름이 음슴, 레이첼 와이즈) 을 운명처럼 숲에서 만나지만, 두 사람이 커플이 되는게 꼴 보기 싫었던 싱글족의 리더(얘도 이름이 안나와.., 레아 세이두) 의 계략에 두 사람의 애정전선은 끝이 나는가 싶었다.
(역시 커플지옥 솔로천국)
엔딩의 식당 씬은 열린 결말이긴 한데, 데이빗의 짝인 근시 여인이 식당 종업원을 올려다 보는걸로 봐서 일종의 테스트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엇까지 할 수 있습니까?)
영화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조연출부가 연출한 것 마냥 어딘가 음울하고 불편하다.
(특히 현악 사운드가 아주 -.-)
그리고 본작의 감독인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보여주는, 관객에게 상상을 하게 하는 장면들이 많아, 꽤 흥미로웠다.
나쁘지는 않은데 너무 점잖고 어두운 영화라서 '이야 끝내준다!' 라고도 말 못하는 그런 영화.
+
예전에 유희열이 라디오 dj시절에 했던 이야기가 영화는 보는 내내 가슴에 맴돌았다.
유희열 라디오 명언.cyworld
++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일부러 연애 할 대상을 찾는 것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상대와 연애를 하는 것
남들 다 하고 나이도 다 찼으니까 대충 아무나 만나서 결혼을 하는 것
끔찍하지 아주.
나는 더 랍스터의 세계관에 살지 않아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