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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03. 2016

최악의 하루

넌 땅파고 여기서 뒈지시던가.






긴 긴 하루였어요. 하나님이 제 인생을 망치려고 작정한 날이예요.






진짜라는게 뭘까요. 전 사실 다 솔직했는걸요.











우리는 모두 은희를 만난 적이 있다.



마치 서울 남산 타워 관리본부에게서 협찬을 받은 듯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산인 '남산' 의 멋진 풍경이 가득 담긴 영화.



영화의 주 내용은


늦여름 서촌의 어느 날, 배우 지망생 은희(한예리)는 연기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길을 찾는 일본인 소설가 료헤이(이와세 료)를 만난다. 
 말은 잘 안 통하지만 이상하게 대화가 이어지는 료헤이와 헤어진 후  
 은희는 드라마에 출연 중인 남자친구 현오(권율)를 만나러 촬영지인 남산으로 향한다.  
  
 그리고 같은 시간, 한 때 은희와 잠깐 만났던 적이 있는 남자 운철(이희준)은  
 은희가 남산에서 올린 트위터 멘션을 보고 은희를 찾아 남산으로 온다.  
 오늘 처음 본 남자, 지금 만나는 남자 그리고 전에 만났던 남자까지 하루에 세 명의 남자를 만나게 된 은희. 
 과연 이 하루의 끝은 해피엔딩일 수 있을까?


..라고 한다.



애초에 한예리가 단독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라서 영화의 내용에 끌렸다기 보다는 그저 한예리를 보러 간 영화였다.



그만큼 은희를 연기한 한예리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거의 모든 연애 연기를 다 보여줄 정도로

역대급 '연애연기' 를 시전한다.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제대로된-!- 연애 이야기가 거의 전무한 걸 볼 수 있다)

아마 이 영화로 그동안 맺혔던(?) 한을 다 푼듯.



영화의 오프닝에 이 영화의 정체성을 다 이야기하니까 엔딩이 그렇다는게 어느정도 이해가 가지만

너무나 현실적인,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만났을 법 한, 여자의 캐릭터에 대한 향연이 정말이지 너무 재미있었다.





가장 오래 만난 만큼 헤어지고 붙어있기를 반복한, 연애 상대라기보단 그저 가족(부부) 같은 느낌의 현오.

(대개의 남자들이 연애를 할 때 여자를 '엄마' 역할하게 만든다지. 여자들은 그게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고)







오랫동안 만나온 연인과 잠시 이별해 있는 틈을 타, 일탈에 가까운 시도를 했지만 역시 믿을만한 구석은 1도 보여주지 않는 유부남 운철.

(대개 이런 남자를 만나면 여자는 세상 최고의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다. 운철 역을 맡은 이희준은 특별출연인게 신기할 정도로 연기를 찰지게 잘해서 재미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외지인이라 이질적인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정형성을 '요구하는', 그간 만났던 상대들처럼 틀에 박혀버린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료헤이.

(어쩌면 세상 모든 여자들은 낯선 남자를 처음 만났을 때, 이런 쓸데없지만 묘한, 자신의 매력을 무의식중-혹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억지로, 좀 '보라고'- 에 어필하게 되는게 아닐까)




알쏭달쏭 하지만 그럴듯한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 구조는 이 영화를 만든 '김종관' 이라는 감독의 차기작이 기대될 정도.




한예리는 앞서 말한대로 이 영화에서 자신의 보호색을 바꾸듯 

프레임 안에 함께 갇혀있는 상대역에 맞게 네 번쯤 연기 톤을 바꾸며 돌격대장 같은 면모를 과시하는데

그걸 종종 환기시켜주는 역할이 일본인 소설가 '료헤이' 다.



어쨌든 주인공은 해피엔딩을 맞게 될 테니까

굳이 이 허구의 이야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우리는 우리의 삶을 해피엔딩에 도달하게 노력하면 된다.



어쨌든 은희가 만났던 세 명의 남자들 모두 사랑은 사랑이니까.


은희의 관점을 역으로 생각하면 

남자는 여자에게 조금 더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게 관건인것 같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렇지 않은 남자에게 마음을 줘버리는 바보같은 여자는 세상에 이제 없으니까.






+

이 영화는 무엇보다 포스터가 가장 마음에 들었었다.






영화의 카피나 메인 홍보 문구따위야 거의 낚시지만

본작은 내 나름의 올해 최고의 발견이 아닐까.








++

엑스트라로 잠깐 나온,

망한 출판사의 편집자, 미선씨가 좋다.





극중 소설가의 팬인 이 분 말고













이 안경쓰신 이 분 말야.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서 확인을 해야 이름이 나올 정도로 헐거운 영화 정보.


알고보니 그냥 연극 배우시라고..



난 왜 이런 거의 엑스트라에 가까운 캐릭터에 끌리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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