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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03. 2016

밀정

넌 이 나라가 독립이 될 것 같아? 어차피 기울어진 배다.






우리는 실패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실패가 쌓이고 쌓여 우리는 그 실패를 딛고 더 높은 곳으로 나가 가야 합니다.






의열단의 이름으로 적의 밀정을 척살한다.










김지운 감독이 장르를 버렸다.


이미 최동훈의 영화, '암살(2015)' 에서 충분히 보아온 일제강점기 속, 목숨을 걸고 나라의 독립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열사들을 그렸다.


영화의 주 내용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송강호)은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의 뒤를 캐라는 특명으로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공유)에게 접근하고, 한 시대의 양 극단에 서 있는 두 사람은 
 서로의 정체와 의도를 알면서도 속내를 감춘 채 가까워진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가 쌍방간에 새어나가고 누가 밀정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의열단은 일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할 폭탄을 경성으로 들여오기 위해, 
 그리고 일본 경찰은 그들을 쫓아 모두 상해에 모인다. 
 
 잡아야만 하는 자들과 잡힐 수 없는 자들 사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서로를 이용하려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이 숨가쁘게 펼쳐지는 긴장감 속에서 
 폭탄을 실은 열차는 국경을 넘어 경성으로 향하는데…


..라고 한다.



한국형 느와르, 스타일리시 액션 하면 가장 먼저(?) 떠올랐던 몇 없는 감독들 중 하나였던 김지운은 

본작에서 자신의 습관과 스타일을 마모시켜가면서 이정출이라는 인물을 아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그래서 약간 생소하지만 충분히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탄생했다.


뒷통수와 등으로 연기를 하는 듯한 송강호의 메소드 연기는 작품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당위성 없이 헤매며 목숨을 걸고 갈지자로 걷는 이정출이라는 캐릭터를 무서우리만큼 잘 완성해 냈다.





왜 그가 의열단을 돕는지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지만 아마 동포애라기보다는

한순간에 사그러질 목숨들에게서 모종의 동정 따위를 느꼈는지도.



괴물같은 송강호의 박쥐 연기에 상대적으로 쉬이 휘발 되어 버리는 것 같은 캐릭터들이 극 후반부로 갈수록 많아진다.

특히 김우진과






연계순이 그렇다.





이정출이 절대 악(?) 이었을 때 관객은 절대적으로 김우진에게 집중하게 되지만 

김우진의 목숨을 건 이정출을 향한 접근 씬 부터 관객의 집중도는 

이정출과 김우진에게 정확히 반-반씩 양분하게 된다.


그리고 극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갈 수록 이정출에게 완전히 쏠려버린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이정출은 약간 모호한 구석이 있으나 절체절명의 순간엔 반드시 뭔가를 해내고야 마는, 

어딘가 미심쩍으면서 듬직한,

굉장히 어려운 캐릭터인데 송강호가 그걸 엄청나게 잘 해낸거다.



그리고 한지민이 연기한 연계순은 편집때 뭉텅 잘려나간 것 마냥 소모되어 많이 아쉬웠다.

분명히 감독판에 그녀의 분량이 더 많이 들어있기를 빌 뿐.



김지운 감독은 자신의 기존 색채가 들어가 있지 않은 영화를 밀정을 통해 보여주는데, 

또 다른 시작으로 봐도 좋을까.


좋게 말하면 많이 대중적으로 돌아선 거고(각색에도 참여했다), 나쁘게 말하면 타협인데

추석 대목을 목전에 두고 동시에 개봉해서 '밀정' 에게 절반 이상의 관객을 흡수 당하고 있는 강우석 감독의 '고산자, 대동여지도' 를 보면 그리 나쁜 변화는 아니지 않나..

라는 생각이다.





+

하시모토 역으로 꽤 비중있는 역할을 맡은 엄태구를 약간 기대 했지만 목소리 톤이 너무 거슬린다.






의도한 건지 몰라도 송강호가 심하게 허스키한 목소리로 웅얼거리는 하시모토에게 신경질적으로 한 번 되묻는 씬에선 대사 전달력 때문에 정말 답답해 죽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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