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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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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10. 2016

15년 전

한 도시에 31년 쯤 살면
초등학교 동창
중학교 동창
고등학교 동창 등
반가운 얼굴들을 가끔 우연찮게 마주치곤 하는데
(나는 알아보는데 걔들은 날 모른다는게 함정)
어제 퇴근 길에
마을 버스에서
중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을 뵈었다.
당시 기술 과목 선생님이셨는데
지금은 어찌 되셨는지
유독 많이 늙어보이셨다
벌써 15년이 훌쩍 지나버린 세월이지만
음악하겠다며
공부는 뒷전으로 미루자고 생각해
인문계 갈 성적에도 불구하고
굳이 실업계로 진로를 선택하겠다는 나를
부모님 보다 더 끈질기게
끝까지 설득하셨던게 지금도 생생하다
시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도레미파솔도 모르는
나의 게으름보다
마을버스 좌석에 앉아
깊은 시름에 잠겨 계시던
선생님의 얼굴이 더 후회스럽다
반갑게 인사라도 나눌까 하다가
너무 심각하게 앉아계셔서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당시로 돌아간다 해도
난 일말의 고민없이
정보산업고를 선택하겠지만
그때 선생님의 말씀대로
동인천고에 진학했었더라면
내 인생은 지금과는 굉장히 많이 달라져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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