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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Sep 27. 2016

소개팅 후기




자고로 옛말에

돈을 쫓으면 돈을 못 벌고
여자를 쫓으면 여자가 없다는 말이 있지.
(몰라 비슷한 말 있잖아 왜)


최근에

내가 아는 누구처럼

매 주 여자를 만나 소개팅을 했지.

그 땐 결혼 할 사람을 찾기 위해

정말 매 주 새로운 여자를 만나는 그 지인이

이해가 안됐었지만

그걸 내가 하고있넼ㅋㅋ

(그 분은 결혼 잘 하셔서 햄볶으면서 잘 사심)


근데 정말

이제는 그 지인님이 이해가 된달까..


..는 훼이크고,



억지로 누군가를 만나서

뭔가 '인연' 이라는 허례허식을 갖다 붙여가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뱉고 있는 나를 보니까



애처롭더라.



그런게 있어.

남녀가 만나는 과정에서

누구나 나보다 레벨이 높거나 하는

사람을 만나고픈 욕심 같은거 있잖아.

남자라면 좀 더 예쁜 여자 좀 더 늘씬한 여자.

여자라면 좀 돈도 엔간히 있고, 직업-집도 좀 괜찮고 뭐 그런 남자를 만나고픈 욕망같은거 말야.



거의 2~3주 만에 서너명 쯤 만나봤는데,

a는 나에게 호감이 있어서 내가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는 존재.

b는 나를 너무 마음에 들어하는 존재.

c는 서로 '나쁘진 않은데 한 방이 없네' 하는 존재.



문제는 내 마음이 동하질 않는다는거지.

내가 눈이 높아진건 절대로 아닌데

이전에 만났던 사람이 너무 강렬해서

지금 내가 저 세 명 중 하나를 만나기엔 뭔가 아쉬운 그런거.


내가 사랑하는 내 지인 중 하나는

내 마지막 사람을 정말 어쩌다 얻어걸린,

'운' 같은 여자라고 평가하지만

그러기엔 나한테 해 준게 그럭저럭 나쁘지 않지 않았나..
(결론적으론 나쁜냔이지만 걔도)



내가 나이를 먹어서 좀 겁이 많아진건지

아니면 참 많은 것들이 내 앞에 놓인 현재의 내 상황 때문인지

쉽사리 누구하나에게라도 다가갈 마음이 안생기더군.


예전같으면 앞 뒤 안가리고 일단 만났겠지.

난 그런 존재의 남자니까.



'지금' 외로우니까 말야.






한명 술 좋아하던 여자 사람은

정말 될 때까지 남자들을 만나서 끝끝내 결혼을 했지 아마.


그게 과연 정답일까 라는 생각이 있는거야 이 뻘 포스팅의 결론은.


어쨌든 가열차게 소개팅을 하고 결혼에 골인한 그네들은 상대가 운명이고

인연이고

연인이고 아이고 자기야 오빠야 사랑해가 맞는 거잖아.


그럼 운명은 개척해 나가는게 맞다는 이야기가 정론이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거지.



안될 놈은 안되고

만날 사람들은 어떤 기구한 방식으로도 만난다는 말이 있듯이

정말 아 하면 어 하고 이 하면 다 하는 그런 여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소개팅이고 나발이고

그냥 운동 하면서 몸이나 보기는 좋게 만들어야겠다고

치킨 한 마리를 혼자서 다 해치운 이 밤에 한 생각이야.



역시 정말 혼자 사는 게 답일까.




뭔가 딱. 내 마음을 동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또 불같은 사랑을 할 텐데

안생겨요..


오 마이 디얼 갓.


당신의 아들이 이 외로운 길을 혼자 걷고 있습니다.









어쨌든
잘 자.

수고했어, 오늘도.




















+
구시대의 유물이었던 싸이월드에 남긴,

이적의 '다행이다' 를 개사한 '걱정이다' 를 복붙하며

이번 턴을 마치겠다.


걱정이다 

그대를 보내고
그대의 머릿결을 만질수가 없어서
그대를 보내고
더는, 그대와 마주 보며 숨을 쉴 수가 없어서
그대를 잊고서
힘이 들면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서 걱정이다

그대라는 아름다운 세상이 이젠 여기 없어 줘서
거친 바람 속에도
젖은 지붕 밑에도
홀로 내팽개쳐져 있다는 게
지친 하루살이와
고된살아남기가
이젠 무의한 일이라는 게

언제나 나의 곁을 지켜주던
그대라는 놀라운 사람 때문이란 걸

그대를 보내고
그대와 나눠 먹을 밥을 혼자 지어 먹게 되서
그대를 보내고
그대의 저린 손을 잡아 줄 수 없어서
그대를 잊고서
되지 않는 위로라도 받을 수 없어서 걱정이다

그대라는 아름다운 세상이 이젠 여기 없어 줘서

거친 바람 속에도
젖은 지붕 밑에도
홀로 내팽겨쳐져 있다는 게
지친 하루살이와
고된살아남기가
이젠 무의미한 일이라는게

언제나 나의 곁을 지켜주던 그대라는
놀라운 사람때문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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