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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Jun 17. 2018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 후기

천재의 세계에 어서 오세요.

언제 죽어도 후회 없도록, 부끄럽지 않은 걸 남겨놓고 싶어요. 일도 음악도.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삶이 무한하다 여긴다. 모든 건 정해진 수 만큼 일어난다. 극히 소수에 불과하지만 어린시절의 오후를 얼마나 더 기억하게 될까? 어떤 오후는 당신의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날일 것이다. 꽉 찬 보름달을 얼마나 더 보게될까? 어쩌면 스무번. 모든 게 무한한 듯 보일지라도.





피아노는 나무로 되어있죠. 몇 년동안 엄청난 압력을 가하면서 틀을 잡아냅니다. 인간이 듣기엔 피아노 소리가 '제대로 된' 소리일 수 있겠으나 사실은 인위적인 거란 말이죠. 일반적인 피아노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소리지만 쓰나미를 겪은 그 피아노는 자연이 원래대로 되돌려 놓은 소리같아서 더 애착이 갑니다.





음악이나 문화는 평화롭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어요.





오직 사랑만이 미움을 이긴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해주던데?














천재의 세계에 어서 오세요.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음악작업을 하면서 찍어놓은 영상들을 하나의 전기처럼 짜집기한 다큐. 하지만 영화 시작부터 '거장'이라는 무게를 지닌 그가 사회적 이슈에 대해 발언을 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음악이야기는 하지 않고 굳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을 재가동하는데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장면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곳, 그리고 쓰나미에 휩쓸렸던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 와중에 불현듯 인후암 3기 판정을 받고 모든 프로젝트를 잠시 멈추지만 평소 자신이 좋아하던 이냐리투 감독에게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 의 사운드트랙 제안을 받고 한 발 한 발 다시 한 번 음악작업을 시작한다는 이야기.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의 중반부터 그의 인생을 훑고 지나가는데 역사적 인물들(데이비드 보위, 오펜하이머) 과 동시간대에 살아온 건 차치하더라도 전쟁과 폭력, 그리고 사회현상에 깊은 관여를 하는 그의 모습에 진지한 고민을 하게되는 영화다.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피아니스트, 작곡가, 지휘자로서 자신의 커리어와 사회적 현상을 어떻게 연관지을 수 있는지, 바로 그 이슈들에 자신이 하고싶고 해야만 하는 일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짚어내며 살아간다.


밴드의 키보디스트로 음악적 커리어를 시작한 류이치 사카모토는 피아니스트를 넘어, 이제는 '소리' 에 무한한 집착을 보여주는 인물로 존재한다.


피아노를 기반으로 온갖 사물의 소리를 수집하는 병적인 작업 스타일을 영화에서도 슬몃 보여주는데 그게 아주 기가막히다. 자연과 사회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자신이 창조해 내고 싶은 '음' 과 '음악' 을 어떤 방식으로든 만드는 그의 열정과 스타일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런 인물이 정말 '천재' 이고 세상에 이런 사람 한 둘 쯤은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본작은 류이치 사카모토에 대한 다큐멘터리지만 하나의 반전 홍보 영화를 본듯한 착각에 빠지는 아주 좋은 그의 전기 같은 영화였다.



류이치 사카모토라는 인물은 피아니스트여서 원체 관심이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듣는 음악들이 달라지고 좀 더 옛것을 찾거나 클래식컬한 음악들에 손이 갈 줄 알았는데 여전히 젊음의 음악들을 좇고 있어서 사운드트랙이 아닌 이상 클래식을 접할 일이 없는데, 문화는 어떤 방식이든 어떤 계기이든 어떤 시간이든 접할 수 있는 건 반드시 접하게 되는거라고 이 영화를 보고 느꼈다.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를 보지 않았으면 평생 그의 음악을 그의 것이라 인지하고 들을 일이 없었을 것이며 예전과는 다르게 굉장히 몽환적인 사운드를 주조해내는 그의 최신 음악들 역시 손도 대지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그의 전시가 국내에도 열린다는 소식에 냉큼 예매를 했고 그의 음반들 역시 하나 둘 구입할 예정이다.






부디 건강히 좋은 음악 계속 들려주셨으면 좋겠다.













+

아래는 이 영화에 등장한 사운드 트랙들이다. 본편의 수록곡들을 모아, 하나의 편집앨범 사운드트랙으로 내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찾기 미묘한 트랙들은 그냥 제목만 써놓읆)



오펜하이머를 위한 아리아




         



"우리는 과거의 세계로 돌이킬 수 없을 것임을 깨달았다. 일부는 웃고, 일부는 울었으며, 대다수는 침묵에 잠겼다. 난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기타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비슈누는 왕자가 그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설득하며, 그에게 감명을 주기위해 자신의 여러 팔이 달린 형태를 취하고는 말했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도다.' 아마 우리 모두 어떤 식으로든 그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그나마 내 귀에 익은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 / 영화의 원제가 곡의 제목이다)' 수록곡. 본작에서 영화음악을 맡았던 류이치 사카모토는 감독의 제안으로 조연으로 출연까지 하게되는데 무려 데이비드 보위와 함께 열연을 펼치는 기회를 얻게 된다.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21,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21, 바흐 코랄 변주곡 f, 만주 왈츠, 빙하, 바흐 클라비어 평균율.




워커






스타크라





통푸






씨 뿌리기







영화 '마지막 사랑(1990) 메인테마







라이프 오페라

         






캐즘






타마






솔라리






그리고 영화 '마지막 황제(1987)' 테마곡인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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