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 week 1 movie

영화 살아남은 아이 후기

상처와 아픔, 그리고 상실에 대하여

by 노군

- 걔 맞잖아, 은찬이 죽인 애.

- 당신도 알잖아, 걔 잘못 없는 거.

- 그럼 우리 은찬인 왜 죽은 건데?





생각보다 많이 주네요. 그거 계산한 사람한테 물어보고 싶네요. 우리 찬이 몫을 어떻게 계산한 건지.





괜찮아.





아줌마는 은찬이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잖아요.





불기소 처분됐어. 이유가 뭔지 알아? 우리가 그자식이랑 친하게 지내서래.





아줌마는 요새 무릎이 안좋아.













상실로 시작해 아픔, 원망, 용서로 끝나는 묘한 여운의 영화.



하루아침에 아들 은찬을 잃은 '진성철(최무성)' 과 '미숙(김여진)'. 은찬이가 살리고 간 그의 친구, '기현(성유빈)' 을 우연히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아들을 잃은 상실감을 기현에게 위로받는다. 그러던 어느날 기현이 그 날의 진실을 이야기하고 세 사람 모두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린다는 이야기.



영화 살아남은 아이는 꽤 독특한 영화다. 응당 친구를 구한 '영웅' 이 된 자식을 기리고 싶어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죽음을 영원히 잊지 못하는 어머니. 그리고 아들이 살려낸 친구에게서 아들의 빈자리를 어느정도는 보상을 받는다는 스토리는 뭇 영화들에게서 익히 봐왔음직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생존자의 양심선언으로 모든 사건은 하루아침에 뒤집어지고, 졸지에 아들의 대체제가 되었던 아들의 친구는 죽일놈이 된다. 기현이만 입을 다물고 있었다면 누구도 다치지 않았을 법한 상황을 피해자 부모의 따스한 온정과 배려에 각성이라도 한듯, 기현이는 '그 날' 의 진실을 생생하게 내뱉는다. 격하지도, 날카롭지도 않게 조금씩 세 사람의 감정변화를 냉철하게 들여다보는 감독의 역량이 눈부시다. 진실이 밝혀진 후, 나머지 다른 생존자들의 부모와 학교측이 은찬이의 부모들에게 대하는 태도가 가히 섬뜩하다. '의사자' 가 '피해자' 로 둔갑해버리는 증언을 두고, 남겨진 아이들의 정신상태와 학교의 값어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쉬쉬하려 한다. 모든 걸 다 덮어두고 끝끝내 기현이를 용서치 못하겠다는 아버지의 태도와 그래도 살아남았으니 꿋꿋이 살아가게 해야 한다는 미숙의 마음이 모두 이해가 되는 영화.


독립영화라서 저예산에 배우들도 그렇게 많이 등장하지 않지만 별다른 기교없이, '진실게임' 하나만으로 이정도의 몰입도와 긴장감을 일궈낸 감독과 명배우들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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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은찬이의 엄마역을 맡은 김여진은 영화에서 가장 입체적인 감정연기를 보여준다. 아들이 죽은 후, 고립-이해-용서 로 옮겨가는 한 아이의 엄마의 감정을 기가막히게 잘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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