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살아 내는 것
생각한다는 것’으로 시작한 여정은, 결국 ‘산다는 것’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졌습니다.
매주 화요일 밤, 우리는 책장을 넘기며, 삶과 글 속의 문장을 붙들고, 서로의 질문에 귀 기울이며,
때로는 열변을 토하기도 하고, 때로는 말문이 막히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은혜속으로 빠져간 시간들이었습니다.
‘생각’은 철학이 아니라 삶이었습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에 대해 말했지만, 우리는 순종의 평범함도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성경의 인물과 시대의 조각들 속에서 발견해갔습니다.
생각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유혹이 많지만, 그 길 끝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 남을 수 없다는 것을 매번 깨달았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문득 처음을 되짚어보았습니다.
“내가 일했다고 그만큼 받을 만한가요? 언제나 그것보다 더 많은 덤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처음 만났을 때는 그저 따뜻하고 익숙한 문장이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야 비로소, 그 말이 나를 놀라게 했다는 사실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들었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순간 나는 ‘놀람’이라는 신앙의 자리에 있었고,
그 놀람은 곧 성찰과 감사의 자리로 이어졌습니다.
책의 끝자락에서 저자는 신앙의 여정을 이렇게 풀어냅니다.
듣고, 알고, 놀라고, 받아들이는 것.
나는 그 과정을 따라가듯, 책 속에서 나도 모르게 그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작가가 건넨 그 첫 마디가 은혜에 눈뜨게 했고,
나의 하루와 일, 삶과 신앙을 새롭게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기도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내가 성령 안에, 성령이 내 안에,
삼위일체 하나님과의 연합 안에서 항상 살아가기를.
그리고 매일의 말씀과 기도와 성찬을 통해 날마다 새로운 영적 에너지를 공급받기를.
그래서 그냥 세상에 던져진 존재가 아닌 보내진 그리스도인으로'신실한 현존'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그래서 다짐하게 됩니다.
세상속 보내진 그리스도인으로서
기량의 성실함으로:어떤 자리에서든 나의 일이 하나님 앞에서도, 사람들 앞에서도 신뢰받을 수 있도록.
양심의 윤리로:정직과 공정함의 출발점으로서의 양심을 외면하지 않고, 하나님 앞에서 배운 공동의 지식을 따라 살도록.
공동체 중심의 사고로:‘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며, 하나님의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살아가도록.
하브루타는 이제 나에게 지식이 아니라, 신앙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독서는 기다림이 되었고, 토론은 성찬이 되었으며, 글쓰기는 하나님 앞에 드리는 고백이 되었습니다.
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안 만큼 놀라고,
놀란 만큼 더 깊이 묻고,
묻는 만큼 살아내고 싶은 사람이 되려 합니다.
이 길 위에 나와 같은 걸음을 걷는 이들이 있음을 알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질문은 끝나지 않았고,
삶은 계속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