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영을 하는 이유

by 리얼팔


저는 운동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특별히 좋아한다고 할만한 운동은 없지만, 싫어하는 운동은 분명히 있습니다.

힘든 운동을 싫어하고, 발을 쓰는 운동도 싫어합니다.

따라서 힘들면서 발로 하는 축구는 제가 대표적으로 싫어하는 운동입니다.

어릴 적에는 유도나 태권도 같은 운동을 배워보았지만 꾸준히 하지 못했습니다.

성인이 되어 헬스장도 몇 차례 등록해 보았지만, 일주일을 넘기기가 버거웠습니다.

한 달을 등록하면 첫 일주일은 열심히 하다가 나머지 기간에는 결석하는 패턴이 반복되었습니다.

달리기도 힘든 탓에 싫어하는 운동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달리기만큼은 힘든 점을 거의 극복할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달리기와 무릎 통증의 추억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밀양강 중간에 있는 작은 섬에 있습니다. 섬이라 하기엔 이상하지만 강이 한줄기로 흐르다 두 줄기로 갈라지고 다시 한줄기로 합쳐지는데, 그 두 줄기 강 사이에 마치 섬처럼 만들어져 있는 곳이 밀양의 신삼문동, 제가 살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의 둘레는 약 4.2km이고, 섬의 둘레를 따라 산책로가 훌륭하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10여 년 전 약 3개월 동안 꾸준히 이 둘레길을 달렸습니다. 처음엔 걷다가 달리다가를 번갈아 가며 섬 둘레를 돌기 시작했고 점점 달리기의 비중을 높여가서 마침내 달리기 만으로 둘레를 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달리기가 습관이되어 '나의 반려 운동'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될 무렵 예상치 못한 복병이 나타났습니다. 갑작스러운 무릎 통증이 찾아온 것입니다. 준비 없이 무작정 달리기를 한 탓에 무릎에 무리가 온 것입니다.

결국, 달리기는 더 이상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운동의 시작


저는 43살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한 탓에 아이들이 제 나이에 비해 많이 어립니다.

일찍 결혼한 제 친구들 중에는 이미 큰아이가 시집장가가서 손주를 본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 딸은 이제 중학교 1학년, 아들은 초등학교 4학년입니다.

아이들을 다 키우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남들은 정년퇴직 후, 즉 제2의 인생을 계획한다고 하는데,

저는 퇴직후에도 한참동안은 아이들을 뒷바라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떤 운동이라도 꼭 하려고 마음먹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정년 이후에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무슨 일을 하게되든 감당할 수 있는 단단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

이처럼 제가 운동을 하려했던 동기는 철저히 아이들을 위한 마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여름날 해변의 갈채

해변의 모래사장에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습니다, 바닷가 입구부터 길게 늘어선 각종 먹거리를 팔고 있는 난전에서 틀어 놓은 인기가요 노랫소리는 관광지 특유의 풍미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모래사장에 길게 늘어선 파라솔 너머로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성수기 바닷가 풍경이었습니다.


특이하게도 바다 건너편에 저 멀리 육지가 하나 더 보였습니다. 낯익은 해변 풍경과 처음 보는 바다 건너 풍경이 어우러져 표현 못할 또 다른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그 육지 사이의 바다는 그리 깊지 않아서 많은 사람이 헤엄쳐서 오가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들 사이로 들어가 건너편 육지로 헤엄쳐 갔습니다.

"신기하네, 난 수영을 못하는데 왜 수영을 하고 있지?"

순간 주위가 어두워지며 폭풍우가 몰아치고 높은 파도가 일었습니다.

해변가 도로는 순식간에 파도에 휩쓸렸습니다. 건너편 육지는 어느새 높고 험한 절벽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저는 성난 파도 속으로 뛰어들어 아주 능숙하게 헤엄쳐서는 건너편으로 갔다가 다시 이쪽 해변으로 되돌아왔습니다. 구경하던 모든 사람이 감탄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저는 신이 나서 몇 번이나 육지 사이를 왔다 갔다 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이상하다, 이상해'라고 생각했습니다.


수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


꿈이었습니다. 꿈속의 일이었지만 아주 생생했습니다. 생생했던 만큼 아쉬움도 컸습니다.

그 꿈을 꾼 후 저는 아내에게 "여보, 나 수영 등록하고 싶은데"라며 부탁했습니다.

아내는 수영 경력이 10년이 넘는 베테랑 실력자였습니다.

보통 수영 초급반은 모든 수영장이 그렇듯, 등록 공고가 나기 무섭게 순식간에 마감됩니다.

직장인이 가능한 시간대인 아침 6시 30분과 7시 30분, 그리고 저녁반은 등록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원 20명인 클래스의 상당수가 일주일이 지나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이 경우 코치의 재량으로 수강 인원을 추가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 아내의 지인이 수영 코치로 있었던 덕분에 초급반에 등록할 수 있었습니다.


고통을 극복하는 즐거움

생애 처음 받아보는 수영 강습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동안 해 봤던 운동에서 느꼈던 힘듦과는 결이 다른 힘듦이었습니다.

다른 운동은 숨이라도 제대로 쉴 수 있었지만,

수영은 호흡은 호흡대로 가쁘고 숨은 마음대로 쉴 수 없는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른 수강생들처럼 물을 많이 먹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런데도 왠지 모르게 홀린 듯, 그렇게 힘든데도 수영 시간이 기다려졌습니다.

저는 수영을 통해 저만의 뚜렷한 성취감을 만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수강 일주일 후에는 '오늘은 중간에 한 번만 발 딛고 25m 가야지'가 목표였는데,

한 달 후에는 '오늘은 50m 논스톱'이 목표가 되었습니다.


운동이 주는 깨달음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수영 강습반은 첫 달을 끝까지 수강해 내는 사람이 20~3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힘든 수영 수업에 운동을 시작할 때의 마음이 꺾여버리는 것입니다.

수영 강습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왠지 모르게 버티고 있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 힘듦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저는 평일 50분 강습을 빠짐없이 받고는 주말에는 두 시간 넘게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수영 관련 콘텐츠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출장이라도 가게 되면 숙소 근처에 수영장이 있는지부터 검색했습니다.

수영장 내부 공사로 휴관을 하게 되면 회사 근처 수영장으로 1시간 일찍 새벽잠을 줄여가며 찾아갔고,

가장 불편한 시간은 설이나 추석 명절 연휴였습니다.

국내에 수영장 문을 연 곳이 없는 때죠.

코로나로 수영장이 휴관일 때는 어디든 문을 연 곳이 있다는 소식이 있으면 달려가 수영을 했습니다.

그렇게 수영을 해온 지 벌써 8년이 흘렀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2km를 수영합니다.

여전히 수영을 한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저를 이렇게 계속 수영하게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8년 전 꾸었던 꿈과 관련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 꿈을 꾸게 한 저의 잠재의식 속 '수영을 잘하고 싶은 열망'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아이들을 위해 단단한 체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었습니다.

8년이 지난 지금, 어느 정도 그 목표를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아이들을 위한다고 시작한 운동인데,

정작 가장 큰 혜택을 본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저 자신입니다.




수, 토 연재
이전 27화영화 〈남부군〉 : 사라진 인물, 남겨진 공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