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여름은 111년 만의 폭염으로 한 달 넘게 전국이 40도가 넘는 살인적인 더위와 밤에도 30도가 넘는 열대야로 온 국민이 제발 태풍이라도 와주길 간절히 바라며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래도 에어컨이 설치된 곳은 나았지만 그나마도 없는 쪽방촌 빈곤한 서민들은 낡아빠진 선풍기 하나로 버텨야 했으니 그 고통이 오죽하였을까요?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게 해버리는 결정적 사실 ―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그런 와중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교도소 수용자에게 에어컨 설치는 제발 철회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린 청원에 56,000여 명이 넘는 국민들이 청원에 참여하여 언론에 보도까지 되어 국민적 관심을 모으자 급기야는 법무부에서 해명해야 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일반국민이든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교도관이든 폭염으로 쌓였던 분노가 표출하는 방향은 청원 내용의 진의 여부나 법무부의 해명이 아니었습니다. 쪽방촌, 열악한 근로현장 등에서 서민들은 선풍기 하나로 폭염을 버티고 있는데 감히 죄짓고 감옥에 들어온 범죄자 따위가 내가 낸 피 같은 세금으로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 드러누워 편히 자고 있는 광경을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었죠.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하는 정책으로서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 국민이 추천하는 청원에 대하여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각부처 장관, 대통령 수석비서관, 특별보좌관 등)가 답변하는 형식.
'법무부는 정신 차려라. 두 전직 대통령이 의료 수용동(병동)에 있으니까 에어컨 틀어주려고 꼼수 부리는 것 아니냐? 감옥이 감옥다워야지. 선풍기도 틀어주지 마라. 범죄자는 더워 죽어도 좋다. 이번 기회에 다 죽게 놔둬라. 여름에는 히터를, 겨울에 에어컨을 틀어라'는 등 인터넷 공간은 원색적인 분노의 감정을 여과 없이 쏟아내는 언어의 파편들로 가득했습니다. 이런 생각들은 피해자나 그 가족, 일반인뿐만 아니라 교도관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교도관도 감정이 있는 그냥 보통 사람이니까요. 독기 서린 분노의 언어로 난사하기 일쑤인 이런 현상은 비단 이번 만은 아닙니다. 매번 교도소 재소자 관련 사항이 언론에 나올 때면 늘상 반복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교도소 재소자 문제만 그러하겠습니까? 우리 사회 갈등의 표현 양식이 대부분 이런 식입니다.
그러면 이것으로 끝이 나는 것인가요?
이것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교정시설에 수감된 수용자를 위한 에어컨 설치가 정상이 아니라고 한들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 배경이나 맥락을 살펴봐야죠.
법무부는 '교정 시설은 직원과 수용자가 공존하는 시설로 근무지에 대한 냉방으로 수용자가 간접적인 혜택을 볼 수는 있으나 수용자 거실에 대한 직접적 냉방은 현재 계획하고 있지 않다. 다만 다수의 수용자가 생활하는 수용동 내에 심각한 고온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극단적인 인권침해 우려가 있으므로, 수용동 복도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등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삶의 조건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는 해명이었지만 금번 교도소 에어컨 사태의 본질은 수용자에 직접적 혜택이냐 간접적 혜택이냐가 아니라 수용자를 위해 에어컨을 설치해야겠다는 생각 그 자체에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교도소에 수용자를 위한 에어컨을 설치해야 한다는 그 생각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어느 날 갑자기 111년 만의 폭염 때문에 이런 생각이 나온 것일까요? 아마 이것도 표면상의 이유는 될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아닙니다. 우리보다 더 잘 사는 대개의 선진국들도 올해 같은 폭염에도 선풍기를 틀어주는 것이 거의 전부라고 하니까요. 교도소에 수용자를 위한 에어컨을 설치해야겠다는 생각의 배경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교정시설 수용자에게 적용되는 대표적 법률인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약칭 '형집행법')에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소위 '수용자의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라고 불리는 '형집행법'에서 이번 교도소 에어컨 설치 사태와 관련하여 적용될 만한 법규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은 교도관도 법에 따라 행정을 집행하는 공무원이고, 법을 위반하면 징계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교도관 제복을 푸른 수의로 바꿔 입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 약칭: '형집행법' )
제1조(목적) 이 법은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도모하고, 수용자의 처우와 권리 및 교정시설의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4조(인권의 존중) 이 법을 집행하는 때에 수용자의 인권은 최대한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제5조(차별금지) 수용자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조건, 병력(病歷), 혼인 여부, 정치적 의견 및 성적(性的)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
제6조(교정시설의 규모 및 설비)
② 교정시설의 거실·작업장·접견실이나 그 밖의 수용생활을 위한 설비는 그 목적과 기능에 맞도록 설치되어야 한다. 특히, 거실은 수용자가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적정한 수준의 공간과 채광·통풍·난방을 위한 시설이 갖추어져야 한다.
(중략)
제30조(위생ㆍ의료 조치 의무) 소장은 수용자가 건강한 생활을 하는 데에 필요한 위생 및 의료상의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31조(청결유지) 소장은 수용자가 사용하는 모든 설비와 기구가 항상 청결하게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
제32조(청결의무) ① 수용자는 자신의 신체 및 의류를 청결히 하여야 하며, 자신이 사용하는 거실·작업장, 그 밖의 수용시설의 청결유지에 협력하여야 한다.
② 수용자는 위생을 위하여 두발 또는 수염을 단정하게 유지하여야 한다.
제33조(운동 및 목욕) ① 소장은 수용자가 건강유지에 필요한 운동 및 목욕을 정기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제34조(건강검진) ① 소장은 수용자에 대하여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하여야 한다.
제35조(감염병 등에 관한 조치) 소장은 감염병이나 그밖에 감염의 우려가 있는 질병의 발생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수용자에 대하여 예방접종·격리수용·이송,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36조(부상자 등 치료) ①소장은 수용자가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면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여야 한다.
제37조(외부 의료시설 진료 등) ① 소장은 수용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교정시설 밖에 있는 의료시설(이하 "외부 의료시설"이라 한다)에서 진료를 받게 할 수 있다.
② 소장은 수용자의 정신질환 치료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치료감호시설로 이송할 수 있다.
⑤ 소장은 수용자가 자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부상 등이 발생하여 외부 의료시설에서 진료를 받은 경우에는 그 진료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 수용자에게 부담하게 할 수 있다.
제38조(자비치료) 소장은 수용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외부 의료시설에서 근무하는 의사(이하 "외부의사"라 한다)에게 치료받기를 원하면 교정시설에 근무하는 의사(공중보건의사를 포함하며, 이하 "의무관"이라 한다)의 의견을 고려하여 이를 허가할 수 있다.
제39조(진료환경 등) ① 교정시설에는 수용자의 진료를 위하여 필요한 의료 인력과 설비를 갖추어야 한다.
② 소장은 정신질환이 있다고 의심되는 수용자가 있으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제40조(수용자의 의사에 반하는 의료조치) ① 소장은 수용자가 진료 또는 음식물의 섭취를 거부하면 의무관으로 하여금 관찰·조언 또는 설득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② 소장은 제1항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수용자가 진료 또는 음식물의 섭취를 계속 거부하여 그 생명에 위험을 가져올 급박한 우려가 있으면 의무관으로 하여금 적당한 진료 또는 영양보급 등의 조치를 하게 할 수 있다.
(중략)
제118조(불이익 처우 금지) 수용자는 청원, 진정, 소장과의 면담, 그 밖의 권리구제를 위한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위 법조항들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나요? '형집행법' 중에서 일부 분야만 한정한 것이지만 평소 생각했던 감옥과 별반 차이가 없나요? 아마도 대개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적어도 영화 속에서나 보던 그 지옥 같은 감옥은 아니라는 생각과 왜 '형집행법'이 '수용자의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인지 이해가 될겁니다.
이 법의 대전제가 수용자의 인권을 최소한의 수준도, 적당한 수준도 아닌 최대한으로 보장한다고 했으니 이미 게임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수용자를 처우함에 있어 나머지 조항들은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준수해야만 하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이러한 이유로 수용자를 감히 때린다거나 밥을 굶긴다거나 아프게 내버려 두거나 춥게 하거나 덥게 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만일 그런 일이 발생이라도 하면 교도관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하고 수용자는 자신의 권리침해에 대해 법적 권리로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끔찍하게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감옥생활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위 법조항 들을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도관의 입장에서 더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자면, 온 국민을 경악하게 만든 잔혹한 연쇄살인범도 기타 수용자들과 차별 대우해서는 안되고, 그가 생활하는 거실도 곰팡이가 피거나 말거나 병균이 득실대도 상관없이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반지하나 지하실이 아닌 따뜻한 햇빛이 들어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거실에서 겨울에도 춥지 않도록 난방을 해주어야 하며, 죽을병에 걸리거나 몸이 아프면 노숙자처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위생상 의료상 적절한 조치를 해주어야 하고, 밖에서는 먹고살기 바빠서 건강검진을 언제 했는지도 모르고 사는 통에 소중한 치료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수용자들은 1년에 한 번은 의무적으로 외부 의료기관 건강검진을 받고 거기다 상태가 안 좋은 경우 재검까지 받아가며 건강을 챙겨주며, 음식물을 먹고 혹여나 배탈이라도 나지 않도록 식기 등 모든 설비나 기구는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여야 하고, 보통 밖에서는 감기는 그냥 버티기도 하고 가벼운 찰과상 정도야 집에서 소독약 바르는 것으로 끝나는데 수용자는 몸에 작은 상처라도 나거나 감기라도 걸리면 즉시 치료를 해주어야 하며, 혹여 안에서 치료가 곤란한 심각한 부상이나 질병은 대학병원을 비롯한 외부 전문병원에 진료나 입원을 해서라도 치료를 해주어야 하고 거기다 수용자 자신에게 치료비를 지불한 여력이 안되면(대부분은 치료비가 없지만) 국비로 치료를 해주어야 하며, 이러한 지극정성에도 수감생활 편하게 하려고 교도소 처우가 마음에 안 든다며 억지 부리며 단식투쟁이라도 하는 날에는 건강이라도 해칠까 봐 밥을 먹이기 위해 갖은 방법으로 설득을 하느라 진땀을 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건 어린아이 밥투정도 아니고 가관도 아니지만 수용자의 건강하게 수감생활을 할 권리를 위한 법적 의무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죠. 만약에 이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교도관이 법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 법을 위반했다며 늘상 언론은 물론이고 청와대, 법무부, 감사원,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청원, 진정, 정보공개 청구에다가 형사, 민사, 행정 소송을 무자비하게 제기하게 될 겁니다. 거기에다 다시 법은 친절하게도 이러한 권리구제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다른 불이익한 처우를 할 수도 없을뿐더러 만일 했다면 다시 불이익을 당했다며 다시 권리구제행위를 시작할 겁니다. 교도관이 이 법에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수용자의 권리구제행위가 있으면 수사기관, 법원은 이 법을 토대로 법적인 당위 판단을 하기 때문이죠. 검사 앞 차가운 철제의자에 앉아 피 말리는 조사를 받거나 판사 앞에 서 본 사람이라면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쉬울 겁니다.
바로 이러한 전후 맥락에서 연일 40도를 웃도는 111년 만의 폭염과 열대야로 푹푹 삶아대는 가마솥 열기 속에서 선풍기 한 대로 십 수명의 죄수가 비좁은 방에서 함께 생활하는 현실적인 상황, 특히 그중에 온열환자, 심뇌혈관질환자 및 노인수용자는 무더위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데다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상황에서 더위를 식히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에어컨 설치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자연스러운 생각의 발로였을 겁니다. 더하여 만약에 교정시설에서 더위로 인하여 수용자가 죽어나간다면 여론의 뭇매는 차치하고서라도 교도관에게 수용관리의 적정성을 따지는 줄소송이 예견될 것은 뻔하기 때문이기도 했을 겁니다.
대부분의 교도관 입장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일말의 사과, 반성, 화해는 커녕 수용생활 중에도 각종 문제를 야기하는 범죄자에게까지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인권을 중시하는 법체계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는 게 현실이지만 우리나라 교도소 인권 수준이 여기까지 왔으니 앞으로 수용자 인권이 더 나아졌으면 나아졌지 뒤로 후퇴하는 일은 없겠지요. 한편으로 이러한 모순들은 현행법도 고정 불변된 것이 아니라 구체적 타당성과 법적 안정성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멈추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만큼이나 수많은 관점과 시각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범죄자의 인권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각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범죄자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이니 죽이거나 그냥 죽게 내버려 둬도 된다'는 생각과 '범죄자의 삶은 감옥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지옥이었다. 범죄자도 사람이다. 범죄가 온전히 그 범죄자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므로 우리 사회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겠지요. 우리들은 충격적인 사건을 접할 때마다 이 두 개의 생각 사이에서 널뛰기를 반복합니다.
하지만 교도소에 들어가서 법적 처벌을 받으면 모두 해결될 것이라는 처벌 만능주의도, 반대로 교육이면 다 된다는 교육 만능주의도 순진하면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더군다나 법에 그렇게 하라고 규정하고 있으니 어찔 수 없이 그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은 편리하지만 정당한 게 아닙니다. 법의 진보 없는 맹목적인 법의 집행은 모두에게 불행한 일입니다. 내용 없는 외연(外延)에 집착하는 경향성은 사고의 빈곤의 반증입니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철학적 언명처럼 범죄인의 교정교화라는 본질에 다가가려는 숱한 노력들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마는 그들의 현실적인 실존 앞에서 나타나는 무기력감과 교도관을 단순히 죄수를 지키는 간수 정도로 취급하는 냉랭한 사회적 시선도 힘들지만 정작 교도관이라는 직업이 힘들면서 벽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각자의 만능주의에 경도되어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는 사고의 경직, 즉 여유의 상실에 있습니다.
교도소 에어컨 논쟁에서 '인권 앞에서 누구도 태클 걸지 마!'라는 인권 만능과 '누구를 위한 인권인가?'라는 자조 섞인 탄식은 수용자 인권에 대한 사고의 빈곤과 경직이 보여주는 극단(極端)이며 적정한 균형을 찾아가는 사고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명료한 시그널(signal)일 것입니다. '생각은 자유'가 아니라 '생각이 바로 자유'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미워하는 대상이 이성적으로 옳게 파악되지 못하고 말초 감각에 의하여 그릇되게 파악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증오의 감정과 대상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혐오에 있습니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