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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 아빠 May 24. 2022

게으른 아빠의 정원일기  #13

유무상생

5월 2일

앞서 부지 주변의  잡목을 대략 제거하고 굴삭기로 평탄작업을 하였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하여 오후 느즈막에야 작업을 완료하였다.

 

(Before)

어느 날 바람에 흙먼지만 날리는 휑한 공간을 바라보면서 세컨하우스, 텃밭, 여러 형태의 화단 배치, 야외테이블이 놓일 둥그런 잔디밭, 입구부터 이어지는 현무암 디딤돌, 상수도관 연결 위치 등 여러 가지를 미리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도화지에 스케치를 하듯 실제 막대를 이용하여 넓은 땅 위에 그 상상을 그려본다.


그래도 구체적인 무언가가 잡히지 않고 막연하기만 하다. 실제로 하나하나씩 내 몸을 움직여 해보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는 것 같다.

(After)

앞으로 시간을 내서 멀리 고향집에 있는 잔디, 백합, 국화, 물푸레나무 등을 조금씩 이식해서 여기에 심고, 실내 화분에서 잘 자라고 있는 수국도 옮겨와 심어야겠다.

고향집 식물들은 돌아가신 부모님의 손길과 추억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어 아득한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노자 도덕경에서 말하는 유무상생(有無相生)이 이런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에게 보이는 것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 있음으로써 비로소 보이게 되니 말이다.


이 빈 공간이 나중에 꽃과 나무로 무성해지듯이......

이 세상에 우리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태어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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