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 10
잡글이다.
“아기들이 소나타에서 내리는지, 모닝에서 내리는지, 아니면 벤츠에서 내리는지 다 보인다니까.”
큰 매형이 어느 날 내게 했던 말이다.
주말에 쉴 때, 그럴 때 공원을 가면 유아차에 아기를 태운 젊은 부부들이 많다고 한다.
유아차도 브랜드별로 가격 차이가 크다고 한다. 그냥 절대적인 가격대도 높은데, 브랜드마다 차이도 크다. 내 눈엔 보이지 않는 가격표와 계급이 아이를 낳은 누나와 매형 눈엔 보이나 보다. 그래서 ‘국민템’을 산다고 한다. 뒤처지지도, 그렇다고 너무 튀지도 않는 그런 아이템을 사거나 당근으로 구한다고 한다.
아기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선 무슨 기다란 의자가 필요하다. 내 눈엔 그냥 나무로 된, 손을 가만 둘 줄 모르는 아기들을 위해 앞판이 있는 튼튼한 ‘아기 의자’다. 그걸 누나가 대기를 걸고 샀다고 했다. “아니, 뭔 의자를 대기까지 걸어?” 그런데 그 의자의 가격이 놀랍다. 기껏해야 50만 원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100만 원이 넘었다. 아기가 만 4~5세까지는 쓰니까 이 정도는 괜찮다고 했다. 다들 그런다고 했다.
새로 지어진 도서관에 종종 아기들이 온다. 엄마 손 잡고, 엄마 품에 안겨, 도서관에 온다. 주말이 아니고서야 아빠 손 잡고, 아빠 품에 안겨 온 아기들은 거의 없다. 처음은 아기들의 표정 보면서 귀여운데, 다음엔 엄마들의 표정 보면서 마음이 묘해진다. 안쓰럽다고 하기엔 주제넘고, 이해한다거나 응원하다기엔 뭣도 모른다.
이것도 매형들이 해 준 이야기다. 큰 매형은 육아휴직을 하기 어렵단다. 일단 육아휴직을 하는 남자 동료가 잘 없단다. 있긴 한데, 하면 남은 동료들이 너무 힘들단다. 그래서 눈치가 보인단다. 휴직하면 일이 많아진 동료를 위해 팀에 보조금이 나온다는데, 그거 안 받아도 되니 일이 줄었으면 좋겠단다. 작은 매형은 그나마 낫다. ‘공’적인 회사라 육아휴직이 쉽다. 하지만 3개월 밖에 안 쓴다. 승진과 진급에 문제가 생긴단다.
작은 누나는 1년 조금 안 되게 육아휴직을 하고 있다. 이것도 곧 끝이 난다. 작은 누나도 ‘공’적인 회사인데, 7월에 진급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이걸 놓치면, 꽤 시간이 지나야 같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아기는 어린이집에 보내려 했는데, 이런저런 말들이 오가고 결국 엄마가 일주일 정도 봐주기로 했다. 언론사 취업을 준비하는 나도, 명목상 백수라 같이 간다. 겉으론 조카의 볼을 콕콕 지르기 위해, 속으론 엄마의 막막함을 덜어주기 위해.
아기들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 유튜브가 참 많다. 볼 때마다 귀엽다.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엔 ‘태하’와 ‘예린’이가 자주 뜬다. 볼이 흘러넘치는, 뱃살이 말캉거리는 동그랗고 작은 아기들을 종종 본다. 뽀짝거리는 걸음들이 릴스에 뜨고 댓글엔 주접이 아기 볼살처럼 흘러넘친다. 나도 호응한다. 귀여운데, 참 귀여운데,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누나와 매형과 도서관이 떠오른다. 화면 속에는 편집된 아기들이 귀여운 몇 분, 몇 초의 시간이 있고, 화면 밖에는 편집되지 않은 부모들의 몇 년, 몇 달의 시간이 있다.
뉴스엔 자꾸 머리 벗어진 아저씨들이 떠든다. 저출생 대책이라며 자꾸 떠든다. 저 대책은 사람들에게 가닿을 수 있을까. 숫자와 지표와 문서가 아닌, 사람의 표정과 생활과 고민을 보는 일은 왜 그렇게도 어려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