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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얼숲 Jul 24. 2021

삶의 지루함이 몰려와서
적어보는 메모들

  


  글을 완성하는 게 어려워졌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이유는 내 주관이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주관이 희미해졌다기보다는 뭔가를 쓰고 생각을 공유할 만큼 내가 여유롭지 못하고 동시에 그 속에서 뚜렷한 주관을 내세울 일이 없어진 게 이유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일이 다 재미가 없어진 느낌이다. 그래서 뭔 일이 있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만다. 누가 싸우든, 갈등이 벌어지든 내 일 같지가 않다. 그래서 그런지 감정이 무뎌졌다. 감정이 무뎌지니까 글 역시 재미가 없어졌다.  



  내 삶에 자극이 부족함을 크게 느꼈다. 최근에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나? 영화를 봤나? 심지어는 인생의 생기를 불어넣어 줄 사랑 같은 감정이 있었나? 인생에 생기가 없어졌다. 그러니까 모든 게 재미없고 심심해졌고 발전도 더뎌졌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삶에서 스스로 의미가 될 만한 일을 해야지만 살아있음을 느낀다. 요즘은 그런 게 없다. 마음 같아서는 저기 어디 시골에 박혀서 책만 읽고 좋은 음악에 힙한 영상들을 보며 생각을 키우고 싶다. 그러다 보면 또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를 창작하고 싶은 욕망이 들끓지 않을까?



  일을 시작했다. 선배가 그런 말을 했다. "제가 디자이너라면 진국 씨는 순수미술 전공자 같아요." 듣는 순간 어디 한 대를 맞는 기분이었다. 사실 일 하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디 기사인가 매거진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크리에이터로 성장해 온 친구들은 오히려 회사에서 적응하지 못한다고 했다. 업무 담당자의 인터뷰였는데 크리에이터 기질이 강한 친구들은 자기 주관과 색깔 때문에 늘 머릿속이 혼란하다고 했다. 그래서 회사를 일찍 떠난다고. 나도 아마 그런 것 같다. 늘 내가 하고 싶은 무언가를 해왔지, 무언가를 요청한 대로 만드는 것에는 사실 초짜 중에 초짜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을 때려치울 것도 아니고 저 말을 들은 후로 오히려 마인드 셋이 더 쉬워졌기에 마음가짐을 달리 할 수 있었다. 약아빠진 걸지도 모르지만 회사에서 일을 하는 동안 내가 배울 것들은 전부 배우고 싶다. 물론 한 3개월 정도는 힘들겠지만.



  20살 때 히치하이킹이나 하던 놈들이 이제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다. 새삼 시간이 빠름을 느낀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대단하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솔직히 말해 아직도 우리는 뭔가 많이 부족하다. 지혜도 부족하고 경험도 부족하고, 타이틀을 얻었을 뿐 그 타이틀이 평생 우리를 지켜주는 것도 아니다. 얘기를 나누다 보면 오히려 20대 중반이 넘어가는 지금 시점에 더 행복하게 사는 게 뭔지, 잘 살아가는 게 뭔지를 고민하는 것 같다. 종종 결혼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 걸 보면(물론 여자 친구는 7명 중에 3명밖에 없지만) 더 이상 코찔찔이들도 아닌 것 같다. 



  행복하게 사는 건 뭘까? 대기업에 들어가는 게 답일 수도 있고, 돈을 많이 버는 게 답일 수도 있고, 어떤 이들은 그저 흥청망청 사는 게 행복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또 어떤 사람들은 가정을 꾸려 사는 걸 답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이야 매번 물을 때마다 '늘 찾고 있는 중이야' 따위의 철학 몇 스푼 섞인 답을 내놓는다. 왜냐면 돈을 많이 벌면 좋긴 하지만 돈이 행복의 최우선 조건이 되는 것도 웃기고 흥청망청 사는 건 세상을 살면서 자기 몫의 일을 안 하고 사는 것이기에 결코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답을 내놓자면 보람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살아가는 동안 어딘가 의미를 남겼다는 그 기분만큼 행복한 게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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