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양이가 암이라니...
2023년 7월 21일.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긴장은 전혀 하지 않았다. 왜? 지난 2주간 혼자서 이미 결론은 다 내렸고 암투병까지 다 했거든! 내 고양이가 정말 림프종이라고 한들 나는 항암치료를 통해 완치라는 결과를 얻어낼 것이다!!! 내 고양이 내가 지켜!!! 항암을 준비한답시고 1일 반츄르 하던걸 1일 1츄르로 늘렸다. 3.5kg 이아는 급속도로 살이 붙어 3.7kg을 찍었다. 아 뿌듯해!
왜 아드레날린이 넘쳐흘렀을까. 지금도 미스터리다.
결과는 패배. 동물병원 내과 수의사의 설명을 듣던 중간에 이미 멘탈이 나가 눈물을 (또...) 막을 길이 없었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비강 림프종 3기. 주변 림프절 전이 가능성. 기대여명 1년여. 그래도 항암은 해보자.>
치료만 받으면 완치된다는 말을 기대하고 갔기 때문에 벌어진 참사다. 내 맘대로 기대하고, 내 맘대로 무너져내렸다.
항암을 해야 할 이유도 사실은 차고 넘쳤다. 이아는 6세밖에 안된 젊은 고양이다. 평소 먹는 것을 좋아해 뚠뚠이다. 기초체력이 좋을 가능성이 크다. 종괴 수술 당시 상당 부분이 제거돼 방사선 치료는 건너뛸 수 있다. 또 역시 외과 수술이 잘 됐으니 항암의 결과도 기대해 볼 만하다. 바이털이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다. 외부로 드러나는 활력 징후도 꽤나 괜찮다.
하지만 '당신의 딸이 암입니다'라는 말을 듣고 이성을 붙들고 있을 부모는 없다. 상담 중간부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해 상담실을 나서서는 오열을 했다. 말없이 나를 토닥이던 애비조차도 사실은 펑펑 울고 있었다.
우리는 이아와의 이별을 생각해 본 일이 없다.
여섯 살 어린 고양이. 우리보다 일찍 보낼 수도 있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알았다. 그러나 실감하진 않았다. 또 일찍 보낸다고 하더라도 아직 한 10년쯤은 시간이 남았을 거라고 믿었다.
예상도 못한 시점에 찾아온 비보는 나를 무너뜨렸다. 네가 없을 수도 있다고? 너를 잃는다고? 아니? 난 그럴 수 없어. 나는 사실 상담이 진행되던 중 정신줄을 놓았다. 그 와중에도 남편은 재빨리 대답했다. "다음 주부터 항암을 시작하겠습니다." 아, 나랑 같은 생각이구나. 내가 우느라 아무 판단도 못하고 있는데 당신이 그래도 정신을 차려서 다행이다.
항암까지 남은 날은 닷새. 그마저 주말을 빼면 사흘. 그 사이에 나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파악하고 최종 판단을 내려야 했다.
이 항암이 최선인가. 다른 치료 방법은 없는가. 어떤 방법이 이아에게 가장 덜 고통스러운가. 완치가 가능한가. 완치가 불가능하다면 삶의 질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현실적인 문제도 당연히 있다. 외면해선 안된다.
항암을 시작했을 때 우리 가족이 감내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비용은 감당 가능한가. 가정 내 케어가 가능한가. 어느 시점에 항암을 중단해야 하는가.
하지만 머릿속은 흙탕물과 같았고, 시야는 틈없이 고립된 것 같았다.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는 나날이었다.
다시 돌아간다면 달라질까. 그렇지 않다.
내 아이를 잃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나는 지옥을 무한정 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