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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소장 Oct 15. 2020

평촌

이것이 진짜 부동산 투자다 53부


평촌은 대한민국의 1기 신도시 5곳 중 하나이다. 가격적인 면에서 1기 신도시 중 최고는 분당이라는 것에 이견은 없다. 그리고 그 다음이 지금 소개할 평촌이다. 분당은 언론에서 많이 나오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평촌은 의외로 모르는 분들도 많을뿐더러 알고 있다고 해도 안양 쪽 어딘가에 있는 작은 도시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막상 이 지역의 가격을 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맞다. 평촌신도시는 꽤 높은 가격으로 유지되고 있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평촌학원가이다. 

경기 남부지역에 거주하면서 학부모가 되면 평촌 학원가를 모를 수가 없다. 평촌 주변의 안양구도심, 산본, 과천, 의왕, 수원, 안산에 이르기까지 공부 좀 하는 애들, 혹은 교육열이 높은 부모님을 만난 학생들은 전부 평촌학원가로 학원을 다닌다. 사실상 판교, 분당을 제외하고는 경기권 1위의 학원가이다. 물론 1기 신도시이기에 아파트는 무척 낡았다. 녹물도 심하고 잔고장도 많다. 하지만 맹모삼천지교 하면 빠지지 않은 우리나라 학부모님들이 자녀들의 공부를 위해서 무엇인들 감당하지 못하랴!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가격이 상승하는 곳이다. 또한 대다수의 학군 우수지역이 그렇듯 이 곳도 학원가를 희망하는 수요가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에 대체로 안정적인 가격 패턴을 보인다.

필자의 경우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 학군 우수지역과 그렇지 않은 곳 모두를 실제 살아보았는데, 왜 학군지역을 사람들이 선호하는지 몸소 깨닫게 되었다. 사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공부에 구애받으며 키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외국에 유학을 보내지 않는 이상 옆집, 앞집, 뒷집 가릴 것 없이 이것 저것 교육을 시키는 상황에서 우리 아이만 시키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에 놓인다. 아이들은 모름지기 뛰어 놀아야 하는데 공부에만 치중될까봐 큰 맘 먹고 비학군지역이면서 쾌적하고 새 아파트의 넓은 평수로 이사를 갔다. 그 전에 살았던 곳이 공기도 좋지 않고 오래된 헌 아파트이면서 평수도 좁은 곳이었기에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었을까? 그렇지 않다. 모든 점이 개선되었지만 금액은 현저하게 더 적게 들었다. 왜그럴까? 이것이 바로 학군의 차이다. 



그렇게 좋은 집, 좋은 공기 마시며 뛰어놀게 했더니 역시 아이들도 좋아했다. 그런데 문제는 공부가 점점 뒷전이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특별히 숙제해라, 공부해라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의례 당연히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인 양 자연스럽게 했다. 왜냐하면 주변 친구들이 전부 그렇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학교에 가면 숙제를 안 해오는 친구가 한명도 없고, 학교 끝나면 당연히 숙제 하고 학원 가는 것이 일상인 것이다. 

그런데 이사를 와보니 학교에는 숙제 안 해오는 친구들도 많은데 왜 자기만 해가야 하나며 따진다. 학교 끝나고 학원 가는스케쥴은 거의 없고, 하교하면서 칮구들은 놀이터로 집결해서 해지기 전까지 놀다 들어온다. 한마디로 학업에 대한 분위기나 환경이 너무 달랐다. 

그전까지 너무 공부에만 매달리지 좋지 않을 거라며 내 생각을 고집했던 나는 뭔가 불안함을 느꼈다. 아이들의 수준이 크게 떨어진다거나 하는 이런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어디서든 열심히 하면 최상위권 아이들은 어디에 있어도 잘할 것이라는 내 생각은 변함이 없으며, 실제로도 그렇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평범한 아이들이다. 어디에 있어도 스스로 알아서 최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수재들이 아니다. 많은 관심과 지도가 필요한 아이들이다. 그리고 독자 여러분들의 자녀들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그 나이또래 아이들은 관심을 가지고 돌봐주는 만큼 성장한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켜보시면 아시겠지만 억지로 시킨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나는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1년 남짓 살고 다시 원래 살던 학군 지역으로 돌아왔다. 그랬더니 다시 그 환경에 동화되어 숙제는 당연하고, 책도 열심히 읽고 돌아왔다. 그랬더니 다시 그 환경에 동화되어 숙네는 당연하고, 책도 열심히 읽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 아내와 나는 특별히 더 하라고 다그치거나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부모나 어른이 하는 얘기는 잔소리로 듣는다. 그러나 또래의 친구가 무언가를 하면 경쟁심이 생겨, 지지 않으려는 욕심에 어떤 것이든 열심히 하게 된다. 즉 자연스럽게 열심히 하게 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수영을 배우라고 아무리 얘기하도 하기 싫어하던 아이가 친한 친구가 수영을 다닌다고 하니까 오히려 수영을 배우고 싶다고 먼저 얘기한다. 친구와 같이 놀고 싶기도 하고, 지고 싶지 않기도 해서다. 이런 상황은 어린 자녀를 키워본 분들은 충분히 공감하실 것이다. 그러니 공부 역시 친구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즉 환경과 분위기가 아이들의 학업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필자는 바로 이 점을 어필하고 싶다. 학군지역의 아이들이 비학군지역의 아이들보다 보편적으로 학업성적이 더 우수하다. 그러나 이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공부에 친숙한 환경 (성적이 좋던 나쁘던) 을 만들어주고 싶다면 우수 학군 지역에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어쨌든 평촌을 설명하면서 학군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어서 장황하게 필자의 경험을 얘기하였다. 특히 평촌학원가는 그 규모가 엄청나게 크고 초, 중, 고까지 모두 커버가 가능한 학원가이다. 즉 초등생의 구구단이나 알파벳부터 대입 준비까지 모든 학원이 모여 있는 학원의 종합세트인 곳이다. 그러니 평촌에서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하면 그 유치원생이 대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그 지역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오래된 낡은 아파트임에도 높은 전세가율을 보이며 매매가격 또한 하방경직성이 강해져 타지역에 비해 강한 안정세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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