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훈소장 Dec 24. 2020

용적률 500% 아파트, 어떤 모습일까?

닭장 같은 홍콩의 삶을 닮아가는...


공인중개사 시험에 자주 등장하는 용적률이라는 용어가 이제는 낯설지 않을 만큼 우리 국민들은 부동산 지식 수준이 높습니다. 국민 자산의 75% 비중이 부동산에 쏠려 있으며 개인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투자가 바로 부동산입니다. 모두 알다시피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세종시를 비롯한 몇몇 핵심도시들은 지난 수년간 엄청난 가격의 상승을 일궜습니다.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매우 복합적인 작용의 결과겠지만 단편화하면 결국 수요, 공급의 원리입니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상승,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하락. 이제는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알만한 경제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정부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수요를 감소시키려고 노력중입니다. 그러나 투기세력만 잡으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공급대책에는 한동안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결과는... 우리가 봐온대로였습니다. 부랴부랴 공급에 대한 대책을 꺼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필요한 공급량에 비해 태부족이라는 점을 정부도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투기세력을 잡는다며 서울의 사실상 유일한 공급인 재건축, 재개발을 꽁꽁 묶어버렸습니다. 재건축의 경우 분양가의 제약, 초과이익환수제의 부활, 조합원지위양도금지, 2년 실거주 의무 등등 수 많은 강화정책이 생겼고 이로 인해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개발 역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많은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니 시장에서는 공급이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문제는 앞으로가 더 큽니다. 당분간 서울에 대규모 공급을 하는 사업장이 전무합니다.

이렇게 되자 정부는 정비구역(재건축, 재개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공급을 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기존의 제도는 그대로 둡니다. 시행되지 얼마 안 된 법을 재정비하면 잘못을 시인하는 꼴이기 때문에 그런걸까요? 어쨌든 채찍을 한참 휘두른 후 당근 하나를 쥐어줍니다. 그러나 시장의 예상대로 서울시 재건축 사업장 중 현재까지 단 한 곳도 정부의 당근을 받지 않았스니다. 그 당근은 용적률을 사업성을 제고시키는 겁니다. 

그러나 당근의 달콤함보다 채찍의 무서움이 더 큰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당근을 손에 쥐지 않을 겁니다. 정부는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공급은 해야겠고, 할 방법은 재개발, 재건축인데 대다수의 재개발, 재건축 사업장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이 관심을 얻으려면 채찍을 거둬야합니다. 그런데 그건 결국 그동안 채찍을 휘두른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모양새입니다. 그건 싫은 겁니다. 그러니 진퇴양난이라는 표현이 딱 맞겠죠. 

잘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말대로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공급이 해결책임을 이제 이해했다면, 공급을 할 방법이 사실상 재개발, 재건축 외에 없고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채찍을 거두어야 함을 안다면, 자신들의 잘못을 일정 부분 인정하고 대의를 위해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와 연관되었지만 다른 쟁점에 대해 얘기 해보겠습니다. 공공재건축을 통해 정부가 제공하는 인센티브는 용적률을 훨씬 더 높여주겠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500%로 용적률을 높이면 서울의 3종주거지(대부분의 아파트가 여기에 속합니다)가 조례상 250% 이기 때문에 추가로 250%가 늘어납니다. 그리고 늘어나는 용적률의 절반을 일반분양해서 사업성을 높여줍니다. 이렇게 되면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줄어듭니다. 나머지 절반은 임대주택으로 제공됩니다. 이 부분은 정부가 얻는 수익이 됩니다. 이렇게 윈윈하자는 건데, 이론적으로는 좋지만 실제로 500%의 용적률로 아파트를 짓게 되면 소위 닭장아파트가 양산됩니다. 

공급을 많이 하면 대다수 국민들의 1가구 1주택도 쉽고, 용적률 올려주는 것은 국가로서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닌데 지금까지 왜 이렇게 규제를 했을까요? 당연히 도시의 전체적인 미관 및 경쟁력 확보 때문입니다. 무작정 높게 많이 짓는다면 인프라도 부족하고 복잡한 도시가 됩니다. 대표적으로 지금도 무척 복잡한 교통입니다. 서울의 출퇴근 때의 도로교통은 정말 무시무시합니다. 1km를 가는데 30분이 넘게 걸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보다 더 많은 아파트를 짓고 사람들이 밀집되어 거주한다면 그 지역의 교통은 마비가 될 겁니다. 이 외에도 많은 문제가 야기되지만 가장 이해가 쉬운 예를 든 겁니다. 

또한 쾌적함과는 이별을 해야 합니다. 최근의 기사에서도 이런 지적을 많이 합니다. 빽빽한 아파트가 되면 동간 거리라 가까워져 사생활 침해 및 쾌적한 삶이 어려워집니다. 홍콩의 아파트를 한 번 보겠습니다.



정말 놀랍지 않나요? 물론 우리나라의 아파트가 이와 같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용적률이 높을수록 저런 아파트를 닮아가는 겁니다. 홍콩이 야시장이 발달했다는 것은 잘 아실겁니다. 제가 홍콩에 갔을 때 가이드분께서 해주신 얘기가 있습니다.

"홍콩은 아파트가 작고 빽빽해서 거주해도 쾌적함을 전혀 못 느낀답니다. 그래서 밤 늦게까지 밖에서 놀고 집에 가서는 잠만 자고 아침 일찍 외출하는 겁니다. 그래서 야시장이 발달한 거에요. 그러니까 홍콩에서 집은 쉬는 공간, 휴식의 공간이 아니고 잠만 자고 나오는 그런 곳입니다."

얼마 전에 저는 거금을 들여 우리 집을 깨끗하게 올 리모델링을 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 집에서만큼은 편하게 쉬고 싶어서였죠. 현재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사태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도 점점 많아져서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은 가족과 오순도순 밥도 먹고 대화도 나누는 쉼의 공간입니다. 온전히 우리 가족의 공간입니다. 저는 국민 모두가 진정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내 집 마련'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방식으로는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오히려 점점 사라질 뿐입니다. 내 집마련은 요원해지고 임대주택에 기대는 삶을 살게 됩니다. 부디 정책입안자들께서는 현장에 나와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을 경청하시고 정책을 마련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유주택자, 무주택자, 임대인, 임차인...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이승훈 소장.

작가의 이전글 GTX-C 노선 확정! 연기되었다. 그럼 언제하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