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갱신청구권으로 온 나라가 여전히 시끄럽습니다. 정부가 잘 살고 있는 국민들, 잘 지내고 있던 임대인과 임차인을 서로 분열하고 편가르기해서 쌈박질(?) 만 하고 있습니다. 임대차3법은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고 이에 국토부가 해설집을 내놨지만 법제처와 해석이 틀리고, 먼저 했던 얘기와 뒷얘기가 틀리는 등 안 그래도 어수선한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계약갱신청구권입니다. 원래 임대인이든 새롭게 집을 구한 새 임대인이든 실거주를 목적으로 할 경우 세입자의 갱신청구권을 인정 안 해주면 간단한데, 이걸 굳이 세입자 위한답시고 갱신청구권을 우선한다고 해석하는 바람에 매수자는 세입자가 청구권을 사용하지 못하는 만기 6개월 전에 미리 집을 구입해야 한다는 등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들을 아무 말 대잔치처럼 쏟아내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세입자가 퇴거한다고 했다가 말을 바꾸는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매수자에게 생깁니다. 정부를 믿고 실거주를 목적으로 매수했는데, 갱신청구권을 우선한다고 해석을 바꿔버리니 세입자는 나간다고 했다가 다시 살겠다고 주장하고 매수자는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습니다. 해서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한다고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공인중개사에게 세입자가 갱신청구권을 사용할지 말지를 미리 문서로 받아놓으라는 것입니다. 이런 것만 봐도 현실감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매매계약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계약입니다. 당연히 세입자는 법률적으로 이 계약에 관여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사실상 제3자인 세입자에게 매매계약할 때마다 물어봐야 합니다. 더구나 문제는 세입자가 갱신청구권을 사용할지 말지를 바로 결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나간다고 하면 나갈 집을 찾아야 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요즘 주변 시세는 어떤지 다른 지역으로 간다면 그 지역은 현재 물건이 있는지 없는지 등 세입자가 퇴거를 결정하려면 미리 확인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렇게 지연되는 사이에 매매계약은 진전이 없을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계약이 진행되지 않으면 매도자, 매수자, 중개업자 모두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러니 당연히 공인중개사 협회는 갱신권 행사 여부의 확인이 어려운데, 이걸 어떻게 중개사가 해야 하는지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정부의 답변이 기가 막힙니다. 연락이 안 되거나, 세입자가 결정을 못 하거나, 확인이 안됐거나 하는 상황이라면 그냥 그렇게 기재하랍니다......
그럴 거면 왜 하나요? '세입자 연락 안 됨'이라고 기재되면 실거주 여부가 불투명해서 계약 진행이 안 되는 건데 그 피해는 국민들이 보는 건데, 어떻게 그런 무책임한 발언을 정부가 할 수 있는 거죠? 이해를 해줄래야 해줄 수가 없습니다. 정부는 정답이 없으니 계속 "아직 확정된 바 없다", "여러 가지 의견을 수렴 중이다"라는 답변만 하고 있습니다.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계약 갱신청구권이라는 제도 자체가 처음이고, 이런 전세난을 겪는 것도 사실상 처음입니다. 그러니 정부가 헤맬 수밖에요. 이런 모습에서 정부에 계속 실망하는 겁니다. 처음 시도하는 법이니만큼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물어서 부작용을 경감시키거나 내용을 수정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법사위 의견을 무시하고 강행처리하여서 이 지역을 만들었고, 난리 통 속에 정부는 해답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것 같긴 하나 첫 단추부터 꼬였으니 정답이 있을 리 만무하죠. 개인적으로는 임대차 3법은 다시 없애고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이 좋겠지만 정부의 모습을 보니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결국 국민들은 계속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분쟁은 10배가 넘게 증가했고, 심지어 기존 세입자와 신규 세입자와도 반목을 만들어 서로를 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몇몇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tv에 나와 곧 전세난이 해결되고 안정화될 것이라는 희망에 찬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근거도 없이. 여러분들은 이런 무책임한 사람들의 말을 절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그 사람이나 저나 여러분이나 모두 바라는 것은 ‘전세의 안정화’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대책을 세우고 해결책을 찾아야지, “처음 시행하면 원래 그렇다. 곧 좋아질 것” 이딴 무책임한 발언이나 일삼는 작자들은 상대하지 마셔야 합니다. 미래를 대비하십시오. 정부가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이승훈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