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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의 한숨, 청약 당첨되면 뭐하나

대출도 안 되는데

by 이승훈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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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2월 2일 매일경제>

# 2016년 분양된 서울 은평구 백련산 파크자이의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4억 8000만 원 수준이었다. 당시 70%까지 가능했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적용하면 당첨자들은 대출금을 제외하고 현금 1억 4400만 원만 있으면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


# 2020년 8월 서울 은평구 DMC 센트럴자이의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7억 3400만 원 수준까지 형성됐다. 강화된 LTV 40% 기준을 적용하면 당첨자들은 현금 4억 4040만 원이 필요하다. 2016년 인근 지역에 분양된 아파트와 비교하면 청약 당첨자들 부담이 더욱 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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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엄청나게 높은 청약점수가 필요하며 좋은 지역일수록 커트라인은 더 높아지죠. 그런데 공짜로 분양을 준다고 해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당첨이 된 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유는 현금을 마련하지 못해서입니다. 예전에는 당첨만 되면 어떻게든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위의 기사에서도 보듯 5년 전에는 1억 4400만 원만 있으면 32평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3배가 늘어나 4억 4천만 원이 필요합니다. 물론 분양가의 상승도 한몫했지요. 그러나 예전처럼 70%의 대출이 가능했다면 실제로 늘어난 분양가액의 30%만 더 준비하면 되기 때문에 포기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을 겁니다.

예를 들어 2016년도 말의 서울 지역 평균 평당 분양가는 2,126만 원이었습니다. 20년도에는 2,826만 원이었고요. 그럼 700만 원이 상승한 겁니다. 32평이라면 2억 2400만 원의 분양가격이 상승했어요. 하지만 대출이 70% 가능했다면 나머지 30%의 준비금은 6,720만 원입니다. 당첨만 되면 최소 6~7억은 상승할 것이 확실한데 그 10분의 1수준의 자금을 어떻게든 마련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현금이 4억 4천만 원이나 필요합니다. 예전 준비금보다 무려 3억 원이 더 올랐습니다. 32평 기준 분양가 평균 상승액이 2억 2400만 원인데 늘어난 분양가격보다 더 많은 금액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이러니 제목처럼 ‘청약 당첨되면 뭐 하나’라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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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대비하여 과도한 빚을 지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막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저금리의 대출을 활용하는 사람들을 제도적으로 막음으로써 자산 상승 기회의 사다리를 꺾지 말아야 합니다. 개인들도 본인의 소득과 현금흐름을 잘 살피어 적절한 선의 대출을 활용해야 하며 향후 금리 상승의 여파에 무너지지 않도록 조절해야 합니다. 이건 국민 개개인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입니다. 물론 기본적인 시스템은 갖춰야 하겠죠. 소득 대비 대출(DTI)을 하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대출을 규제하려면 DTI 규제가 훨씬 더 적절하다고 봅니다. LTV를 직접 규제하는 것의 명분은 주택 가격 상승과 개인들이 과도한 빚으로 내몰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주택 가격 상승을 안정화시키는 것은 공급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이 병행되어야 하며, 개인들이 대출을 받을지 여부는 일정한 제도 하에서 전적으로 국민 스스로가 판단할 문제입니다. 이것을 천편일률적으로 정부가 기준점을 마련해서 통합적으로 적용하려 하니 불만이 폭증하고 시장에 부작용이 발생하는 겁니다.


대다수의 신혼부부는 자본이 부족하므로 내 집 마련을 하기 힘듭니다. 특별공급을 통한 청약을 기대하나 경쟁률이 엄청나며 오늘 칼럼에서 보셨다시피 당첨이 되어도 걱정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더 안 좋은 주거환경을 가진 주택이나 지역에서 거주해야 하나요? 아니면 정부가 그렇게나 홍보하는 임대주택에만 살아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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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그들에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지원해야 합니다. 내 집 마련이 되면 소비도 살아납니다. 지금 집을 구입하려는 무주택자는 아끼고 아끼며 집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많은 수의 국민이 집 걱정 없이(자가주택) 살 수 있다면 소비도 늘어나며 경제도 활성화되리라고 봅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다음 정권을 위해, 표를 위해 단기적인 계획밖에 세우지 못할 겁니다. 이건 여야를 막론하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언하자면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중장기적으로 국민이 잘 살고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밑거름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개인들도 깊은 생각이 필요합니다. 계약 갱신청구권으로 2년을 더 보장받아서 좋으신가요? 2년 뒤에는 어쩌실 건가요? 임대 아파트 당첨돼서 좋으신가요? 임대 만기가 되면 그땐 어떡하실 건가요? 당장 먹고살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 잘 압니다. 그럼에도 시간을 쪼개고 쪼개 공부하고 노력해서 안정적인 미래를 만들어가는 플랜을 스스로 만드셔야 합니다. 정부에 기대는 것은 위험합니다. 정부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정부가 만능은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신혼부부만 한숨을 쉬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부의 전문가의 말을 귀담고 올바른 정책을 내주시길 바랍니다.


이승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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