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3월 4일 파이낸셜뉴스 기사 중>
문재인 정부의 25차례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4년간 서울 시내 아파트값 상승률이 7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간 자산 격차는 50년으로, 더욱 벌어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부터 지난 1월까지 4년간 월별 서울 아파트 단지 시세 변화 및 25개 부동산 정책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서울 25개 자치구별 3개 단지씩 75개 단지, 총 11만 7000가구를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서울의 3.3㎡당 평균 아파트값은 2017년 5월 2138만 원. 하지만 이후 4년 동안 1665만 원이 뛰어 지난 1월 기준 3803만 원을 기록했다. 99㎡(약 30평) 기준 서울 아파트는 2017년 5월 평균 6억 4000만 원에서 올해 11억 4000만 원으로 몸집이 2배로 불었다. 경실련은 서울 아파트값은 잠시 주춤해도 한두 달 뒤면 더 큰 폭으로 반등해 사실상 집값 하락은 전무했다고 주장했다.
강남과 비강남의 자산 격차는 더 커졌다. 99㎡ 기준 비강남 아파트값은 4년간 4억 4000만 원 오른 반면 강남 아파트는 9억 4000만 원이 올랐다. 정부가 규제를 옥죄면 비교적 집값이 낮은 비강남으로 부동산 수요가 몰리고, 비강남 집값이 오르면 재차 강남 집값을 자극해 서울 집값 전체가 뛰었다는 게 경실련 분석이다. 게다가 4년간 아파트값이 5억 원 상승할 동안 노동자 평균 임금은 9%(264만 원) 오르는 데 그쳤다. 무주택 가구가 매년 1000만 원을 저축한다고 해도, 집이 있는 가구가 4년간 얻은 불로소득에 근접하려면 50년이 걸리는 셈이다. 경실련은 “부동산 땜질 정책을 중단하고, 고장 난 주택 공급체계를 전면 개혁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폭등했습니다. 어느 정도 수치로 올랐는지는 조사 기관마다 조금씩 상이하지만 역대 최고로 많이 오른 기간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여전히 경기 상황이나 코로나 등 예기치 못한 외부 변수를 얘기하지만 잘못된 정책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사를 보면 약 4년간 서울의 강남권 아파트는 9억 4천만 원이 올랐습니다. 아마도 국민의 90%는 만져볼 수 없는 돈이 4년 만에 오른 것입니다. 비강남권도 4억 4천만 원 상승하여 매년 1억 원 이상의 차익이 생겼습니다.
국세청에서 발간하는 국세통계연보의 작년 말(20.12.29) 자료를 보면 연봉 1억 원 이상의 수는 약 85만 명입니다. 우리나라의 인구가 5000만 명이라고 할 때, 약 1.7%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그런데 아파트를 보유하면 매년 1억 원이 발생합니다. 기사에서 보듯, 무주택 가구가 매년 1000만 원(월 저축액 83만 원으로 만만한 금액이 아닙니다)을 모은다고 해도 4년간 상승한 차익분을 메꾸려면 비강남권 아파트로 가정해도 44년이 걸리게 됩니다.
물론 이 역시 산술적으로만 계산한 것으로써, 실제로 노동 소득으로 열심히 모아도, 자산 상승분이 더 크게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결국 좋은 지역의 좋은 아파트는 지금이 가장 사기 쉽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취득하기 어렵게 됩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니 ‘영끌’이 마구잡이로 생겨난 것이죠.
제가 생각해도 현재 집값은 비쌉니다. 그렇다고 현재 비싸니까 앞으로 떨어진다는 순진한 생각을 하시면 안 됩니다. 비싸면 떨어진다는 논리라면 명품 백도, 한우값도, 호텔의 고급 스위트룸 가격도 모두 떨어져야 합니다. 이런 상품이나 서비스가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요. 그렇지만 그런 가격이 앞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부동산도 같은 논리를 적용해야 합니다. 비교가 적절치 않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명품 백, 한우고기, 호텔 숙박비는 그래도 감당 가능한 수준이지만 아파트 가격은 너무 높지 않냐고 하시는 분들이죠. 아닙니다. 저런 상품들이 감당 가능한 사람도 있지만 불가능한 사람도 많습니다. 저소득층이죠. 그들이 보기에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고 거품의 가격인 겁니다. 명품 백 등을 감당 가능한 사람들 중 아파트값이 감당 안 된다고 하는 분들은 중산층 정도겠죠. 이렇듯 내가 어떤 포지션에 있느냐에 따라 가격은 주관적으로 보이게 됩니다.
그렇다면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대부분 비싸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가격이 가능한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또한 아파트는 앞선 상품과 특별히 다른 점은 명품 백, 한우, 호텔 숙박은 없어도, 안 먹어도, 안 가도 그만인 사치품이지만 아파트는 의식주의 하나로서 필수재에 해당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증성, 즉 증가할 수 없는 성질을 가짐으로써 매우 희소한 자원이라는 것이죠. 실제 서울의 아파트 공급은 유한합니다. 그리고 추가 공급되는 순증 양에 비해 전국적 대기수요로 항상 수요 초과를 보이는 물건이죠. 그러니 서울 아파트의 가격은 앞으로도 오른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사고입니다.
물론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는 것이 좋은 사회입니다. 하지만 시장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를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지난 4년 동안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했다가 어떤 부작용이 나왔는지 목도했습니다. 그러니 기사의 말미에 나온 것처럼 근시안적인 땜질 처방은 그만두고, 단기적으로 가격의 상승을 묵인하더라도 결국 장기적으로 시장안정화를 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내놔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의 목소리를 많이 경청해야 합니다. 현 정부가 가장 못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승훈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