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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수 Feb 02. 2021

눈부신 날의 몽마르트

-영화 <몽마르트 파파>를 보며

프랑스를 가고 싶은 이유 중의 하나가 몽마르트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서, 그들에게 영감을 주고 오랫동안 머물게 한 몽마르트 언덕을 오르고 싶었다.

화가라면 누구나 그곳에 가서 마음껏 붓을 휘두르고 싶었을 것이다.

친구들과 꿈꾸던 몽마르트를 찾았을 때는, 푸름이 짙은 눈부신 여름날이었다.

관광객들은 계단 중간에 앉아 사진도 찍고, 뜨거운 햇살도 피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저마다의 몽마르트를 느끼고 있었다.

계단 옆 풀밭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고, 자유롭게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사람들.

몽마르트에 왔다는 기대감으로 계단을 오를 때의 뜨거움마저 기분이 좋았다.

언덕 위에 도착하니 찬란한 햇살 쏟아지는, 파리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너무나 아름다운 전망을 선물로 받을 수 있었다.     


이미 다녀온 사람들은 “이젠 몽마르트가 너무 상업화되어 예전의 낭만을 찾아보기 어렵다”라고 했지만 나에게 그곳은 상상 속 그대로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날도 많은 화가들이 열심히 캔버스를 채색하고 있었지만, 관광객들은 상업적이라는 말을 들었는지 그림 주위를 왔다 갔다 할 뿐 구매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래도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행복한 신부의 자화상을 그리는 화가의 손길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전시해둔 그림들도 멋진 작품이 많았는데 그때는 왜 그냥 지나치기만 했는지 요즘 생각하면 후회가 들었다.


아름다운 식당과 예쁜 카페가 많아 오래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패키지 여행이라 몽마르트에서의 시간은 별로 주어지지 않았다.

싱그러운 꽃이 장식된 예쁜 카페 앞에서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데, 카페 주인 듯한 잘 생긴 프랑스 남자가 예고 없이 끼어들어 멋진 사진을 연출했다.

자기 가게에서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관광객들에게 활짝 미소 띤 얼굴로 유쾌함을 선사해 주다니... 친절하고 여유로운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의 웃는 소리와 나뭇잎들의 찰랑거림이 예쁜 그 거리를 천천히 오래도록 거닐고 싶었다.  

   

계단 밑에서부터 우러러보게 한 위용을 자랑하던 사크레쾨르 성당은 여전히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사크레쾨르 대성당 ( 프랑스어: Basilique du Sacré-Cœur )은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 위에 있는 대성당이다. 프랑스가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한 뒤 침체된 국민의 사기를 고양시킬 목적으로 모금한 돈으로 만들어졌다. 1876년 에 기공되어 1910년 에 완성되었으나 제1차 세계 대전에서 독일의 항복 후에 헌당식을 했다. 성당 앞에 잔 다르크의 동상이 있고 비잔틴 양식으로 하얀 돔 이 우아한 자태로 솟아 있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출처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아름다운 성당 건축물과 성당 내부를 들여다보려고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우리가 방문한 날은 미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내부로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유명한 사크레쾨르 대성당 내부를 보려고 얼마나 기대했었는데...’

관광도 중요하지만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안타깝게도 성당 주위만 보고 또 보았었다.


아쉬움이 남아 예술의 거리를 거닐다가, 우리는 가이드가 알려주지 않은 작은 성당을 보았다.

‘몽마르트 생 피에르 성당’

   


작고 아담하지만 너무 아름다운 성당이었다.

대부분은 사크레쾨르 대성당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생피에르 성당은 보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생 피에르 성당은 19세기 건축물인 사크레쾨르 성당보다 700여 년 앞서 몽마르트 언덕을 지켜오던 성당이며, 특히 ‘빅토르 위고’의 소설 주인공인 장발장이 은촛대를 훔친 성당이라고 알려져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무언가 뜨거운 느낌이 확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아늑하고 편안한, 위로와 경건함이 소리 없이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예수의 일생이 새겨진 청동 문과, 노트르담의 성모상, 스테인드글라스의 아름다움이 성당 안으로 발길을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몽마르트 가는 길에는 볼거리가 너무나 많다.

영화에 나온 <물랭루즈>와 영화 <아멜리에> 주인공이 일하는 카페와, 프랑스 바게트 대회에서 우승한 유명한 바게트 가게가 있고, 반 고흐의 작품 ‘선술집’의 배경이 된, 선술집과 유명한 곳이 많다고 했지만 일정이 짧아 다 볼 수가 없어서 다음 여행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몽마르트에 대한 기억은 한동안 내게 머물러 있었는데, 어느 날  다큐멘터리 <몽마르트 파파> 를 보면서 다시 소환되었다.

‘내가 그림을 잘 그린다면, 몽마르트 언덕에서 한 번이라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몽마르트를 다녀와서 혼자 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나의 생각을 실현한 놀라운 영화가 있었다.

‘몽마르트 파파’

단편 영화를 보는 내내 행복감으로 가슴이 설레었다.

출처 : 영화 「몽마르트 파파」포스터


'몽마르트 파파'는 미술교사로 평생을 산 아버지가, 은퇴 후 몽마르트 화가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감독이자 아들인 민병우는 프랑스어에 능통한 지인에게 도움을 청하고, 마침내 아버지의 한 달짜리 몽마르트르 거리화가 허가증을 취득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

나는 몽마르트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가 세계 사람들에게 개방된 점과, 허가증을 취득해야 하는 점, 그리고 그릴 수 있는 기간과 그림 가격이 비싸지 않게 정해져 있다는 것들을 영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몽마르트 파파’는 몽마르트 언덕에서 마음껏 그림을 그리며, 순수한 열정과 꿈을 이뤄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아름다운 영화다.      

그림의 영감을 찾아 아버지와 어머니와 감독인 아들이 함께 떠난 여행...

고흐가 죽기 직전에 정열적으로 그린 ‘까마귀가 있는 밀밭’의 실제 장소를 바라보며 나눈 대화와, 미술관에 가서 그토록 보고 싶었던 화가들의 작품들을 가슴으로 뜨겁게 느끼는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

열정적으로  그린 그림을 한 장도 팔지 못하고, 귀국 후 전시회를 기획하는 모습들이 이 영화를 더 인간적으로 다가서게 했다.     


자격을 따내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지 않은 걸 알았으면 몽마르트 화가들의 그림을 몇 점 사 가지고 왔을 텐데...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시 몽마르트를 가게 된다면, 서두르지 않고 몽마르트에서 하루를 온전히 보내고 싶다.

시간의 차이에 따라 변하는 몽마르트의 빛과 색채를 느끼고 싶다.

세계에서 꿈을 찾아 모인 몽마르트 화가들의 열정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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