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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수 Jul 13. 2020

병실에서-그녀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는 보헤미안

친정 부모님, 시어머님 세분 모두 오랫동안 병원에 계셔서 병원을 자주 드나들게 되었다.

내가 젊은 날엔 부모님들도 다 젊으셔서 병원을 잊고 살았었다.

우리 사는 주변에 이렇게 병원이 많고, 병실마다 환자가 가득한 사실에 요즘 너무 놀라고 있다.

대학병원은 항상 환자들로 북적이고 예약을 하고 가도 몇 시간을 기다린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동네병원이나 요양병원도 이렇게 환자로 가득한 줄은 몰랐었다.

부모님은 오랜 병원 생활 끝에 지금은 요양병원으로 옮기셨는데 병원을 다녀오는 날은 기운이 빠졌다.

엄마처럼 침대에 누워서 걷지도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고, 특히 콧줄을 달고도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 채 의식도 없이 긴 세월을 누워 계신 분들도 많았다.

시어머님이 계신 병원의 암환자 병실은 아파서 소리 지르고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는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병원 문을 나서면 때로는 ‘삶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되묻게 된다.

푸른 하늘과  햇살이 유난히 따스하게 느껴지면 가슴이 먹먹해져 잠시 멈추어 서기도 한다.

병원은 특정인만 오는 곳이 아닌 것 같다.

요즘처럼 의학의 발달로 수명이 길어지면 누구나 올 수 있는 곳이다.

오랜 세월 동안 직장을 다니고 두뇌가 명석하셨던 친정 엄마가 치매에 걸릴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건강관리를 누구보다 잘하셨던 시어머님도 연세가 드시니 암을 피해 가실 수는 없나 보다.

어머님 병실에는 환자분들이 자주 바뀌었다.

며칠 사이에 상황이 심해져서 중환자실로 옮기기도 하고 유명을 달리하시기도 했다.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시어머님 계신 병실 문을 여니 환자가 바뀌어 있었는데, 우연히 침대에 걸린 환자 나이를 보니 나하고 동갑이었다. 눈을 감고 있는 그녀의 침대 옆 조그만 보조 침대에 아들이 웅크리고 누워 자고 있어서 순간 나 혼자 울컥했다.

내 아들과 같은 또래의 젊은이가 말기암 엄마 곁을 지키고 있는 사실이 측은하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간병인이 없거나 아들이 안 보일 때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침대를 올리거나 휴지나 물을 챙겨주었다.

과일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조그맣게 잘라서 주면 고맙다고 표시하는 그녀의 눈웃음이 너무 선하고 예쁘게 느껴졌다.

어머님 어깨를 주물러 드리다 맞은편의 그녀와 가끔씩 눈이 마주쳤다. 그녀와 아들은 통장을 함께 보며 소곤소곤 얘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요리 이야기도 하는 것 같았다. 말을 하다가 호흡이 가빠져 자주 쉬는 그녀를 보는 마음이 무거웠다.

결혼 안 한 아들을 두고 가는 엄마의 걱정과 슬픔이 느껴져 돌아서 몰래 눈물을 닦았다.

어머님 병실에는 우아하신 할머니 환자 분이 계셨는데 젊은 시절에 성악을 전공하신 분 답게 목소리가 좋으셨다.

암 환자 답지 않게 항상 웃으시고 병실 분위기를 밝게 하셨는데, 어느 날부터는 고통이 너무 심해 웃지도 못하시고 통증으로 인해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루가 다르게 우아하던 얼굴은 신음과 고통으로 사라져 갔다.

가족 중 누군가 아프면 함께 고통이 시작된다. 환자도 통증으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지지만 가족들도 그날부터 걱정 근심과 간병으로 힘들어진다.

장기입원 환자를 둔 가족 중에는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절망이 쌓여 우울증 증세를 호소하기도 한다.

의학의 덕분으로 수명이 연장된 사실에 감사하지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스스로 건강을 체크하며 식단관리와 운동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겠다.

며칠 뒤 비 내리는 날, 어머님 병실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환자분들이 다 바뀌어 있었다. 병실에서의 짧은 기간 알게 된 환자분들이지만 진심으로 걱정되어 어머님께 여쭤보니, 통증이 심해 한 사람은 다른 층 병실로 가고, 한 분은 위독해서......


어머님이 다른 병원으로 옮기신 지금도 가끔 나는 혼자 생각한다.

‘나와 동갑인 그녀와 성악가 할머니, 그녀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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