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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수 Sep 04. 2020

 이연실의 목로주점

-오늘은 이 노래

커버 이미지 : 이연실 고운 노래 모음 앨범


살아가면서, 문득 친구가 많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오래 만나지 못해서 보고 싶은 친구도 있고, 류시화 시인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시집 제목처럼, 친구가 지금 곁에 있어도 그 친구와의 추억이 그리울 때가 있다.


1989년에 가수 이연실이 부른  「 목로주점」을  듣고 있으면, 친구를 당장 근처에 있는 목로주점으로 불러내어, 걱정 없던 그날처럼 한 잔 하면서 껄껄껄 웃고 싶다.

지난날 함께 했던 푸르른 날들을 이야기하면서~     


목로주점의 사전적 뜻은 ‘널빤지로 좁고 길게 만든 상을 차려놓고 술을 파는 집’으로 되어있다.

“오늘도 목로주점 흙바람 벽엔 삼십 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를 흥얼거리다 보면, 따뜻하고 정감이 있는 막걸리와 파전, 두부 김치 이런 안주가 나오는 술집이 연상된다.

가슴을 울리는 조용한 음악이 나오고, 좋은 친구와 마주 앉아 허물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 생각만 해도 마구 기분이 좋아진다.  

   

목로주점을 부른 이연실은 1970년대 통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던 인기 많은 포크송 가수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카멜레온처럼 여러 빛깔이다.

언제라도 그곳에 가면 멋진 친구가 있고, 함께 웃고 이야기하고, 낭만적인 미래를 꿈꾸는 노래 가사에 잘 어울리는, 호소력 있고 매력적인 목소리다.

    

「멋드러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

언제라도 그곳에서 껄껄껄 웃던

멋드러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

언제라도 그 곳으로 찾아오라던

이왕이면 더 큰 잔에 술을 따르고

이왕이면 마주 앉아

마시자 그랬지

그래 그렇게 마주 앉아서

그래 그렇게 부딪혀 보자

가장 멋진 목소리로 기원하려마

가장 멋진 웃음으로 화답해줄게

오늘도 목로주점 흙바람 벽엔

삼십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     

월말이면 월급 타서 로프를 사고

연말이면 적금 타서 낙타를 사자

그래 그렇게 산엘 오르고

그래 그렇게 사막엘 가자

가장 멋진 내 친구야 빠트리지 마

한 다스의 연필과 노트 한 권도

오늘도 목로주점 흙바람 벽엔

삼십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

    출처 : 이연실의 「목로주점」 가사 전문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나는 사막에 가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열심히 월급을 모아서 어느 뜨거운 여름날, 사막에 가서 멋진 풍경과 문화유적을 보고 낙타를 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한 다스의 연필과 노트 한 권”이라는 가사도 너무 좋다. 요즘도 나는 연필에서 느껴지는 향기를 좋아하고 정성 들여 칼로 깎아 글 쓰는 것을 즐긴다.

노트 수집도 나의 작은 취미 활동 중의 하나다.

문구점이나 팬시점에 가면 작품처럼 이쁘고 신기한 노트들이 많다. 빈 노트와 잘 깎인 연필을 마주하면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것과는 무언가 다른 영혼의 울림이 있는 것 같다.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 영화 포스터


몇 해 전 영화의 전당에서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을 봤다.

영화는 화가를 꿈꾸는 폴 세잔과 글을 쓰는 작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에밀 졸라의 40년에 걸친 우정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부터 꿈과 희망, 사랑을 함께한 두 사람은 서로를 무척 좋아하면서도 예술의 세계에서는 날 선 칼날을 들이댄다.

유복한 환경에서 미술공부를 하며 자란 세잔과 아버지가 없는 가난한 환경에서 시인을 꿈꾸는 졸라는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자란다. 허약하고 말을 더듬어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졸라를 세잔은 잘 보호해 준다. 졸라가 고마움의 표시로 주던 사과를 세잔은 열심히 그림으로 그렸다. 세잔의 사과 그림들이 유명한 까닭은 둘의 우정 때문은 아닐까? 졸라가 점점 유명해지고 부를 쌓아가는 것과는 달리 세잔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천재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거칠어져 간다.

서로에게 혹독한 평가를 일삼으며 오해 속에서 괴로워하기도 하지만, 몇 년 동안 연락이 끊긴 후 우연히 다시 만나도 세잔과 졸라가 포옹할 수 있었던 건 오랜 우정의 힘인 것 같다.

그 후에도 그들의 우정은 우여곡절을 겪지만 죽을 때까지 진정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지 않았을까?     


1989년, 에밀 졸라, 목로주점, 을유문화사


「 목로주점」은 에밀 졸라의 유명한 소설이다.

「총 20권으로 된 〈루공 마카르 총서 : 제2제정시대 어느 집안의 자연적·사회적 역사〉의 제1권으로 자연주의 효시가 된 작품이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세탁소 여자가 게으르고 술주정뱅이인 남편으로 인해 점점 사회의 밑바닥으로 떨어져 결국 굶어 죽는다는 이야기로, 파리 노동자의 서사시로 평가된다. "유전은 중력처럼 고유의 법칙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 이 작품은 정신에 대한 육체의 영향과, 근대적인 숙명으로 여겨지는 신비로운 유전이 각각의 운명에 미치는 무서운 압력을 강렬하고 압도하는 듯한 묘사와 환각적인 영상을 통해 보여준 걸작으로 꼽힌다.」

     출처 : 다음백과     


오늘은 오랜만에 이연실이 부른 목로주점을 들으며,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어느 가을날, 에밀 졸라의 소설도 다시 한번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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