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이미지 : 조용필 8집 앨범
덥고 습하고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요즘, 우리들의 행복 지수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처럼 타올라야지”
무심코 이 노래를 흥얼거리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방황하고 열정적인 젊은 날에 사람들은 모두들 빛나는 불꽃처럼 타오르고 싶어 했다. 그리고 꿈을 이루지 못하고 나이 들어감을 한탄하던 사람들도 이 노래를 들으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았다. 그러면서 모두들 언젠가 눈 덮인 킬리만자로 산을 오르고 싶은 꿈을 가지기 시작했다.
1985년 8집 앨범에 수록된 인기 가수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발표 당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대중가요가 이토록 심오하고 아름답고 철학적일 수 있음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가사를 쓴 작사가 양인자는 소설가. 작사가. 방송작가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예술인이었다. 요즘 가장 핫한 작사가 김이나처럼 그녀의 아름다운 노래 가사는 한 편의 시가 되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 킬리만자로 산은 탄자니아 북동부 케냐와의 국경지대에 있다. 아프리카 대륙 최고봉이며, 세계 최대·최고의 휴화산이다.
동아프리카 대지구대(大地溝帶) 남단 160㎞, 빅토리아호(湖) 동쪽에 있으며, 화산과의 동서간 거리는 약 80㎞에 달한다. 산 이름은 스와힐리어(語)로 ‘번쩍이는 산’이라는 뜻인데, 적도 부근에 위치하면서도 만년설(萬年雪)에 덮여 있어 백산(白山)이라고도 한다. 」
출처 : 두산백과 doopedia
킬리만자로라는 이름부터가 왠지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거기다가 표범이라니... 이런 흔하지 않은 조합에 가왕 조용필의 가창력까지 더해지니 인기를 얻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세계지도에서 킬리만자로를 찾기 시작했다.
해외여행 자율화가 이뤄지기 전의 아프리카......
사람들은 가지 못하는 여행의 아쉬움을 노래로 달래야 했다.
라디오에서 TV에서 DJ가 있는 다방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매력적인 조용필의 목소리로 살아서 꿈틀대고 있었다.
「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자고 나면 위대해지고 자고 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 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련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 간 고호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처럼 타올라야지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것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사랑 때문이라구?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사랑만큼 고독해진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
너는 귀뚜라미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귀뚜라미를 사랑한다
너는 라일락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라일락을 사랑한다
너는 밤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밤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 나는 사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 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내 청춘에 건배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 거야
사랑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 거야
사랑이란 이별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
정열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
모두를 잃어도 사랑은 후회 않는 것 그래야 사랑했다 할 수 있겠지
아무리 깊은 밤일지라도 한 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메마르고 타버린 땅일지라도 한줄기 맑은 물소리로 나는 남으리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꺾이지 않는 한 그루 나무 되리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메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
출처 :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가사 전문
멋진 가사를 쓴 작사가 양인자는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소설 앞부분에는 킬리만자로 정상 부근에서 얼어 죽은 표범의 주검 이야기가 나온다.
「 킬리만자로는 해발 19,710피트의 눈 덮인 산으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그 서쪽 봉우리는 마사이어로 "응가예 응가이”즉 ‘신의 집’이라고 부른다. 서쪽 봉우리 가까운 곳에 얼어서 말라붙은 표범 사체가 있다. 이 표범이 무엇을 찾아 그 높은 곳까지 왔는지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
출처 : 문학동네, 어니스트 헤밍웨이, 킬리만자로의 눈
"가난하지만 이상을 좇던 주인공이 결국 세상에 굴복해 돈 많은 여성과 사랑 없는 결혼을 하고, 평생 떠도는 허망한 삶을 살다가 죽어가는 순간에 후회하게 된다" 는 소설 속 이야기를 작사가는 이렇게 노래한다.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라고
빨리 코로나가 물러가고 사람들마다 자신의 멋진 꿈을 실현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가슴이 답답하고 절망적일 때, 하얀 눈에 덮인 빛나는 산, 킬리만자로를 상상하면서 위로받는 하루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