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현수 Sep 01. 2020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오늘은 이 노래

커버 이미지 : 조용필 8집 앨범


덥고 습하고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요즘, 우리들의 행복 지수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처럼 타올라야지”    

 

무심코 이 노래를 흥얼거리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방황하고 열정적인 젊은 날에 사람들은 모두들 빛나는 불꽃처럼 타오르고 싶어 했다. 그리고 꿈을 이루지 못하고 나이 들어감을 한탄하던 사람들도 이 노래를 들으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았다. 그러면서 모두들 언젠가 눈 덮인 킬리만자로 산을 오르고 싶은 꿈을 가지기 시작했다.


1985년 8집 앨범에 수록된 인기 가수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발표 당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대중가요가 이토록 심오하고 아름답고 철학적일 수 있음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가사를 쓴 작사가 양인자는 소설가. 작사가. 방송작가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예술인이었다. 요즘 가장 핫한 작사가 김이나처럼 그녀의 아름다운 노래 가사는 한 편의 시가 되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 킬리만자로 산은 탄자니아 북동부 케냐와의 국경지대에 있다. 아프리카 대륙 최고봉이며, 세계 최대·최고의 휴화산이다.   

동아프리카 대지구대(大地溝帶) 남단 160㎞, 빅토리아호(湖) 동쪽에 있으며, 화산과의 동서간 거리는 약 80㎞에 달한다. 산 이름은 스와힐리어(語)로 ‘번쩍이는 산’이라는 뜻인데, 적도 부근에 위치하면서도 만년설(萬年雪)에 덮여 있어 백산(白山)이라고도 한다. 」

출처 : 두산백과 doopedia


킬리만자로라는 이름부터가 왠지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거기다가 표범이라니... 이런 흔하지 않은 조합에 가왕 조용필의 가창력까지 더해지니 인기를 얻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세계지도에서 킬리만자로를 찾기 시작했다.

해외여행 자율화가 이뤄지기 전의 아프리카......

사람들은 가지 못하는 여행의 아쉬움을 노래로 달래야 했다.

라디오에서 TV에서 DJ가 있는 다방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매력적인 조용필의 목소리로 살아서 꿈틀대고 있었다.     


「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자고 나면 위대해지고 자고 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 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련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 간 고호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처럼 타올라야지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것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사랑 때문이라구?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사랑만큼 고독해진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      

너는 귀뚜라미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귀뚜라미를 사랑한다

너는 라일락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라일락을 사랑한다

너는 밤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밤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 나는 사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 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내 청춘에 건배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 거야

사랑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 거야

사랑이란 이별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

정열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

모두를 잃어도 사랑은 후회 않는 것 그래야 사랑했다 할 수 있겠지      

아무리 깊은 밤일지라도 한 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메마르고 타버린 땅일지라도 한줄기 맑은 물소리로 나는 남으리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꺾이지 않는 한 그루 나무 되리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메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     

출처 :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가사 전문     

     

멋진 가사를 쓴 작사가 양인자는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소설 앞부분에는 킬리만자로 정상 부근에서 얼어 죽은 표범의 주검 이야기가 나온다.     

「 킬리만자로는 해발 19,710피트의 눈 덮인 산으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그 서쪽 봉우리는 마사이어로 "응가예 응가이”즉 ‘신의 집’이라고 부른다. 서쪽 봉우리 가까운 곳에 얼어서 말라붙은 표범 사체가 있다. 이 표범이 무엇을 찾아 그 높은 곳까지 왔는지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

            출처 : 문학동네, 어니스트 헤밍웨이, 킬리만자로의 눈


"가난하지만 이상을 좇던 주인공이 결국 세상에 굴복해 돈 많은 여성과 사랑 없는 결혼을 하고, 평생 떠도는 허망한 삶을 살다가 죽어가는 순간에 후회하게 된다" 는 소설 속 이야기를 작사가는 이렇게 노래한다.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라고     


빨리 코로나가 물러가고 사람들마다 자신의 멋진 꿈을 실현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가슴이 답답하고 절망적일 때, 하얀 눈에 덮인 빛나는 산, 킬리만자로를 상상하면서 위로받는 하루가 되기를......

이전 06화  이연실의 목로주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