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의 시간

by 김이성


한동안은 집에만 갇혀 있었다.

수술 후에는 누워있는 자세조차도 조심해야 했기 때문에 침대에서 일어나거나 앉고, 화장실에 갈 때도 늘 머리와 눈에 자극이 가지 않도록 신경 썼다.

엄마는 누워있는 내 옆에서 아침밥을 먹을 때부터 달이 뜰 때까지 병간호를 했다.

아침, 점심, 저녁 세끼를 꼬박 챙겼고, 하루에 한두 번은 마트에 들러 눈에 좋고, 몸에도 좋다는 베리류의 과일이나 시금치와 케일, 등푸른 생선 같은 여러 식재료를 사다 날랐다.


안대를 끼고 있기 때문에 평소 좋아하는 교양 프로그램이나 여행 유튜브도 멀리해야 했다. 넷플릭스는 들어갈 엄두도 못 내었고, 극장에서 유행하는 영화가 있다고 해도 나갈 수 없어 답답함이 몰려왔다.


대신, 방안에는 늘 음악이 흘러나왔다.

클래식과 재즈, KPOP을 가리지 않은 재생목록에 따라 낮이고 밤이고 줄곧 들으며 지냈다.

심심해 참지 못할 때는 콘서트 자리에 앉아 있다는 생각으로 떼창을 하듯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서 불렀다.

음악을 듣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정말이고 없었고, 살면서 이토록 무능한 사람이 되었다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이었음에 감사드린다 Photo by Pexels



정해진 시간마다 안약을 넣는 일도 잊지 않았다.

밥을 먹고, 약을 챙기고, 다시 눈을 감은 채 누워 있는 날들이 몇 날 며칠이고 반복됐다.

지루해서 당장 일어나 집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올랐다.

다시 수술을 받기 이전으로 돌아가 땀이 줄줄 나도록 매운 마라탕도 사먹고, 따릉이를 타고 바람을 맞으며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곧 건강식을 먹다보니 평소에도 먹지 않던 맵고 짠 음식이 갑자기 끌려서 밤마다 입가에 침이 고였다.


그러다 열흘 정도가 더 지나고 나서야 집 근처를 십여 분 산책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야구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낀 채로, 그시절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를 부른 가수 비의 커버댄스라도 추는냥 조심하고 조심했다.

한 달 정도면 쾌차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완전히 나으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슬슬 걱정이 밀려 올라왔다.


다른 이들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빨리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이었다.

거울을 보면, 나는 마치 부상을 당한 경주마 같았다.

다른 말들이 트랙을 돌면서 박수갈채를 받을 때, 그저 우리에 갇혀서 건초만 씹어 삼키는 은퇴 해 도축을 앞둔 경주마.


이렇게 계속 누워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간혹 소리만 틀어놓은 유튜브가 자동 재생되며, 취업이나 직장 생활과 관련된 영상이 흘러나오면 괜스레 사회의 낙오자가 된 것 같아서 불안의 파도가 휘몰아쳤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나를 안심시켰다.


지금은 절대적으로 건강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야.
어떤 일이든 건강하기만 하면 뭐든지 못 할 건 없을 거야.


엄마는 오랜만에 정말 엄마 같은 말을 했고, 평소와는 다르게 긍정적이었다.



다시 달리고 싶다는 서러움이 몰려왔다 Photo by Pexels


생각해 보면 엄마와 단둘이 이렇게 집에 머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정적만 흐르는 방 안에서 우리는 그동안 서로에게 들려주지 못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직장 얘기며, 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 우리의 공통된 추억까지.

쟁반에 맛있는 과자와 사탕을 모두 털어놓고 나누어 먹듯이 웃음꽃이 필 만한 서로의 이야기를 꺼내 놓고 나누었다.

그동안 서로에 대한 오해와 갈등이 엮여 멀리 지냈지만, 이 기회에 엄마와의 거리가 다시금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시계를 보지 않고는 살기 힘들 만큼, 매초 매분을 바쁘게 살았는데, 시계 토끼가 없이도 내 삶의 톱니바퀴는 잘 맞물려 굴러갔다.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또 한 달이 더 지났다.

가로수의 잎사귀가 떨어지고, 상위에 올라온 제철 과일이 머루 포도에서 단감과 홍시로 바뀔 때까지 나는 다시 살기 위해 조금씩 일어날 힘을 얻어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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