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받기 위해서 오전부터 일찍이 병원을 찾았다.
눈속을 확인하는 여러가지 검사를 받고, 그대로 수술을 진행해도 될 지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나쁘지 않았고, 예정대로 수술을 진행하기로 했다.
오후 시간이 되어서야 마음속까지 만반의 준비를 마친 나는 수술실로 향했다. 다른 날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옆에 엄마가 함께한다는 것이었다. 혼자일 때는 간단한 검사도 두렵고, 간호사의 무심한 한마디에도 서러워 움츠러들었는데 보호자가 있다는 사실에 어깨가 펴졌다.
걱정하지 말고 수술 잘 받고 나와.
엄마 기다리고 있을게. 잘할 수 있을 거야.
보호자로 함께한 엄마와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상할지 모르지만, 엄마가 웬일인지 아주 오랜만에 정말 우리 엄마인 것처럼 느껴졌다.
수술복으로 갈아입었다.
나는 여러 환자 중에서 가장 뒷번호를 받았다. 눈에 문제가 많아서 다른 환자보다 수술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매도 일찍 맞는 것이 낫다고 차례를 기다리면서 지루하고 초조한 기분에 가만히 앉아있기가 힘들었다.
수술 전에 충분히 휴식해야 되니깐요.
환자분, 꼭 눈을 감고 있으세요.
간호사가 말했다.
그렇게 한 시간여 정도가 흘렀을까.
드디어 수술실 안쪽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천천히 일어나 그 검은 터널과 같은 복도로 들어갔다.
안쪽에는 또 다른 의자가 놓여 있었고, 의료진이 시키는 대로 그곳에 앉아서 안약을 넣었다.
얼마 지나서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어느 숲 속에서 들려올 것 같은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음악은 마치 레퀴엠처럼 내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먼저 눈 속 깊이 주사를 맞았다.
너무 서럽고, 고통스러워서 저절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마취약이 완전히 퍼져야 했기 때문에 간호사는 중간중간 내 동공을 확인하고는 손바닥으로 꾹꾹 눌렀다.
수술실에는 태어나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서늘하고 낯선 향기가 났다.
시간이 흘러 마취가 잘 진행된 것을 확인한 의사가 메스를 들었다.
그리고 수술은 시작됐다.
아무 통증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의료진이 서로 상황을 이야기하는 대화가 들려왔다.
수술이 이어지는 동안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살면서 겪은 정말 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이 순간이 행여나 나의 죄 때문은 아닌지 반성하면서 거듭 기도했다.
동시에 수술이 무사히 잘 끝날 것이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그렇게 믿었다.
그저 쉽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순간이 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것 같은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