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윈도 가족의 행복한 저녁식사

by 김이성


우리 가족은 사이가 틀어졌을 때도 외식만큼은 함께 했다.

그것은 우리에게 밀리지 않고 마쳐야 하는 학교 숙제 같은 것이었다.

서로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최소한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묵묵히 각자가 맡은 임무를 해내겠다는 각오로 식사 자리에 임한 것이다.


식당의 다른 손님들이 보았을 때, 우리 가족은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가 겪는 찰나의 마음고생이나 중년에 접어들수록 줄어드는 부부사이의 작은 관심 정도가 아니라면, 풍랑이라곤 몰아치지 않는화목하고 단란한 가정으로만 비춰졌으리라.

멀쩡한 여느 집 식구처럼 우리도 밥을 먹을 때만큼은 국자를 들고, 서로의 그릇에 따뜻한 음식을 덜어주었지만, 속으로는 저마다의 깊은 상처가 곪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지켜보는 그 누구도 가늠치 못했을 일이다.


그만큼 겉으로 보이는 우리 가족의 모습은 찰나의 행복일 뿐이었다.

어느 가족이나 여러 모양의 불행과 행복을 동시에 조각해 나가지만, 우리 가족에게 행복의 무게는 깃털만큼이나 가벼웠다.


음식에 비유한다면, 잘 섞여 맛있게 어우러질 수 없는 식재료들이었다.

마라탕과 똠얌꿍, 까망베르 치즈처럼 우리는 향이 강하고, 개성 있는 음식에 가까웠다.


함께, 자주 먹던 음식은 샤부샤부였다


네 가족이 함께한 마지막 외식 메뉴는 샤부샤부.

평소 가던 집이 문을 닫아서 처음 방문한 샤부샤부 집이었는데, 이상하게 맛이 밍밍하고 간이 잘 맞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격은 다른 가게보다 비싼 편이었다.

노르궁뎅이버섯이라는 특이한 식재료가 들어갔으며, 직원이 직접 자리에 와서 채소를 손질해 준다는 점이 다른 샤부샤부 집과 달랐다.

샤부샤부 국물에 익혀 흐물흐물 힘이 풀린 노루궁뎅이버섯을 말없이 나누어 먹던 우리 가족.

그날의 밍밍하고 이상하리만큼 맛없던 샤부샤부는 어린 시절부터 느껴온 집안의 공기 같았다.

'애로 사항은 없냐?'

아버지는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 늘 그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럴 때면 누나는 몸을 베베 꼬면서 짜증을 냈고, 나도 버럭 습관처럼 화를 냈다.


'나 이렇게 힘든데, 보고 있으면서 그것도 몰라!'


아버지에게 그것은 관심의 표현이었지만, 자녀 입장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내 아픔을 알아달라며 투정을 부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어떤 음식을 나누어 먹어도 관계는 회복되지 않았다


외식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시도면서 동시에 서로에 대한 그동안의 무관심을 절망적으로 마주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아버지의 차 안에서는 서로가 화를 내다가 결국 말다툼으로 이어졌고, 곧 모두를 무너뜨릴 거센 풍랑이 휘몰아쳤다.


단순히 학업이나 일상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도 그 관심은 줄곧 싸움으로 이어졌다.

제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시베리아 한복판에 버려진 듯한 우리 가족의 얼어붙은 관계는 녹아들지 않았다. 누나는 화를 내며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갔고, 엄마는 붉게 상기된 얼굴로 안방 침대에 앉아서 아버지와의 거친 싸움을 이어나갔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각자의 옷을 입은 채 친구나 친척, 낯선 이들의 시선에 따라서 억지스러운 표정 연기를 이어갈 뿐이었으며, 그 역할극이 빛을 발하는 무대는 바로 외식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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