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우리 모두를 응원한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내가 안식처라 믿었던
가족에게도 상처를 받기도 하고
가장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상실의 경험을 마주하기도 하고
학교, 직장 어디에서도
매 순간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아주 오래된 기억이라 할지라도,
몸속 깊이 박혀
도려내려고 해도 쉽지 않아
살아가는 순간마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튀어올라
나를 잠식하게 만든다.
어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9월 1일부터 10일까지 무료 관람을
진행하고 있어서 전시회를 보러 다녀왔다.
올해 작가상 수상작부터
물방울 화가라 불리는
김창열 화가의 회고전이 진행되었다.
김창열 화가는 어느 날,
그림 위에 물을 쏟게 되고
물방울 위에 반사되는 빛을 보며
그 순간, 운명을 직감하며
앞으로 자신이 그려야 할
무언가를 느꼈다고 한다.
"회귀"를 주제로 한 전시는
오래도록 보존되는 문자와
곧 사라질 운명을 지닌 물방울의 조합으로
완성한 작품으로
생동감 넘치는 물방울의 변주가 인상 깊었다.
화가의 영상에서
그는 6.25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겪으며
수많은 죽음과 상실을 경험하고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과
강렬한 기억으로 인해
불안과 고통을 안고 살아간 모습이었다.
화가의 시그니처인 물방울은
자신의 불안과 고통을 잊기 위함으로
그린다고 얘기하는 화가의 모습을 보면서
위태로웠지만, 그림이라는 도구가
무너지려 하는 그를
오랜 시간 지탱할 수 있게 해 준
원동력처럼 보였다.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이
예고를 하며 찾아오면 좋으련만,
늘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겹겹이 찾아와 삶을 무너뜨릴 때가 있다.
보고 듣고 느낀 무언가로 인해
꽤나 오랜 시간
힘들게 하고 괴롭힐 때면
가슴속부터
울분이 터져 나올 때가 종종 있다.
바닥까지 떨어진 순간
나를 다시 살게 해 준 건,
바다 건너
멀리 살고 계신 엄마의 위로의 말 한마디,
좋아하는 커피 한잔과
종이책의 바스락거리는 질감을 느끼며
글에 집중하는 시간,
발에는 마음과 같은 물집이 잡혀
힘들지만, 정처 없이 걸었던 길가,
서울숲 속
은행나무 숲에 있는 벤치에 앉아
숲과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었던 거 같다.
그렇게
나를 다스리고
주변을 정돈하고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주먹을 다시 꼭 쥐면서
다시 그렇게 살아가는 거 같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마음 아픈 날엔 가만히 누워 견디라
즐거운 날이 찾아오리니
마음은 미래를 산다
지나치는 슬픔엔 끝이 있게 마련
모든 것은 순식간에 날아간다.
그러면 내일은 기쁨이 돌아오느니
[삶의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쉬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