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편안한, 내가 꿈꾸는 삶
인스타그램 릴스의 도파민에 빠져
한참을 보고 있을 때
우연히 본 영상에서 "안온하다"라는 표현과
추억의 올드 팝송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
노래와 함께 흘러나오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안온하다는 표현을
처음 접하게 돼서 검색을 해보니
조용하고 편안하다의 형용사로
불안감이 없는 상태로
날씨는 바람이 없고 따뜻할 때 쓰인다고 한다.
다른 어떤 말보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같아
오래도록 카톡 상태메시지로 해두었던 거 같다.
평범하게 살기 바라는
부모님의 바람과는 다르게
하고 싶고, 보고 싶은 게 많은
호기심 가득한 나라서 고향을 떠나
무모한 선택을 하며 여태껏 살아온 거 같다.
사실 서울로 올라오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앞으로의 일에 대한 설렘만 있었던 터라,
앞날에 모든 것들이 설레었지만,
내가 접한 현실은
상상 이상으로 너무 달랐고
시간이 지날수록 숨이 차오르고
가슴이 답답하고 힘겨운 나날들에 연속이었다.
직장 생활로 치이고 무너졌을 때
내가 바라는 건 거창하지 않았다.
힘겹게 일을 끝내고
가족이 있는 품으로 돌아가 따뜻한 밥 한 끼 하고
일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술 한잔 기울이며 친한 친구들과
유치한 대화로 힐링하는
그런 소소한 순간들이 참으로 그리웠다.
하지만 내 앞의 현실은,
아무도 없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감이 감도는
원룸에 혼자 불을 켜고 들어가
냉장고에 있는 차디찬 맥주를 들고 나와
안주 없이 그저 들이키고
혼자 흐느껴 우는 일뿐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고향에 있는 친구들은 가정을 이루게 되면서
나와는 생활 패턴이 다르고
살아가는 환경도 다르고
대화에 주제가 다르다 보니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솔직히 고향에 있었다면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보고 배우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잃은 것도 많았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똑같은 선택을 했을까?
인생 절반 이상을 살게 되면서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지금까지의 삶은 만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이란 장벽 때문에
맞지 않은 직장 생활을 다시 돌아가는 건
몸서리치게 싫고
새로운 무언가를 하려고 준비는 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고 마음이 오락가락하다.
지난주에
마음에 위기가 찾아와 답답하여
비 오는 날이었지만
기분 전환으로 전시회를 찾아갔다.
서촌 대림미술관은 30주년을 맞아
무료로 캐나다 출신 아티스트인
"페트라 콜린스"의 사진 전시회가 진행되었다.
페트라 콜린스는 작가만의 독보적인 감성과
파스텔톤 색감, 몽환적인 분위기,
청춘의 복합적인 감정들이 작품에 녹아 있었다.
그녀는 양극성 성격장애의 어머니와
병약한 아버지 밑에 자라면서
불안정한 유년시절을 보냈고
발레리나를 꿈꿨지만 부상으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인생이 무너지고 혼란스러운 시기에
우연하게 사진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독학으로 시작했지만
사진 작업을 통해 꿈과 갈망,
감정과 경험을 기록하고
사진, 영상, 설치, 패션, 매거진 등으로
세계관을 확장하면서
멀티 크리에이터로 성장했다.
절망적인 시기에
그녀를 구원해 준 사진을 통해
다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 된 모습이었다.
나는 아버지와의 관계로 인해
상처받고 불안전한 10대를 보내고
부모가 원하는 삶을 극도로 거부하고
벼랑 끝에 있는 심정으로 도망쳐온 서울에서
홀로 보낸 시간들은 통곡의 시간들이었다.
40대 중반이 된 지금도 안정되지 못한
내 생활이 한탄스럽긴 하지만
그간의 시간들은 나만 알고 있기에
나까지 나를 원망하면
너무 안쓰러워 그럴 수가 없다.
나에게도 페트라 콜린스처럼
구원자가 나타나
다시 삶을 열정적으로
즐겁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뿐이고
그저 삶이
조용하고 편안하게 흘러가길 바랄 뿐이다.
최근에 공감하며 읽은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책에서도
어른의 행복은
짜릿함 보다 안도감에,
특별함 보다는 일상적임에 더 가깝다.
아무 탈 없이 일할 수 있어서
이픈곳 없이 가족들과 통화할 수 있어서
희망은 없어도
절망도 없이 살아갈 수 있어서
행복할 수 있는 게 지금의 내 삶이다.
행복이 많아진 삶이 아니라,
불행이 줄어든 삶이다.
이라 말한다.
아무 일 없이,
조용하고 편안하게 흘러가는 안온한 삶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내 사람들과 소소하게 일상을 나누는 삶
화려하고 풍요롭진 않지만
누군가에는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삶을
나는 그런 안온한 삶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