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수록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해요.
지난 주 주말은 후지필름에서 운영하는 파티클 갤러리에서 진행하는 전시회에 다녀왔다. 이번 전시회는 지금 현재 내 상황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유사해서 일까, 전시회 주제인 '보통의 고독'이라는 말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이번 전시는 손정기 작가님이 자신의 오랜 작업 방식인 흑백 드로잉을 중심으로 그동안 여행과 일상에서 마주한 실제 인물들의 고요한 순간을 더욱 가까이 들여보면서 표현하였고 고독은 보통 고립되고 폐쇄된 감정으로 설명 되고 있긴 하지만 작가님은 고독은 보다 고요한 정서에 가깝고 삶 속에서 조용히 스며드는 자발적인 고요에 가깝다고 얘기한다.
고독의 뜻인 'solitude' 인 혼자있는 상태로 오래된 조각상 앞에서 잠시 눈을 감는 사람, 카페 구석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사람, 바람이 스치는 벤치에서 아무 말없이 앉아 있는 사람 등 인간이 품고 있는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본질적인 고독을 발견해 이번 전시회에서 표현했다.
나의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10, 20대는 고독의 단어와는 거리가 멀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고 아직은 서로가 성숙되지 못함에서 오는 옅은 말과 행동으로 상처로 얼룩지기도 하고 30대는 직장에서 맡은 역활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고 경쟁사회안에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기도 하고 이간질과 정치질로 억울하게 보냈다.
40대는 더이상 지난날 처럼 사람과 사회에 상처 받고 싶지 않아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하게 되고 맞지 않은 사람과 환경은 되도록이면 마주하지 않으려 어울림 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특히 작년에 갑작스럽게 퇴사를 결정하게 된 후 처음에는 무던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퇴사할때 진행한 면담때 모습도 떠오르고 여러 회사를 거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다양한 감정과 가족과 친구들로 인해 무너졌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마음 속 정리의 시간이 필요했다.
면담때 본부장은 자신의 위치에서 회사 내부 사정과 직원들의 실제 감정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자신에게 아부하는 사람들의 말만 듣고 행동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불쾌한 말과 표정, 행동으로 교묘하게 상처주는 모습을 보면서 고생하면서 일을 해도 돌아오는건 이런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환멸감을 느꼈다.
일의 능력이나 지식, 경험 등을 통해 많은 직원들에 모범이 되어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이지만, 그와는 별개로자신의 자리에 심취해 부족한 조건안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에게 과한 희생을 바라기만 하고 자신에 권한을 남용하고 열심히 아부하면서 올라온 자리인 만큼 직원들도 자신에게 아부하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갖는 사람을 보면서 그저 한심했다.
존경하는 마음은 강요해서 나오는 감정이 아니라 인격과 가치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베어나는 감정인데 말이다.
마음 속에 혼돈을 정리하기 위해 사람들과의 교류 보다는 철저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고 마음을 단단하게 해주는 글귀가 가득한 책을 조용히 본다거나, 보고 싶은 전시회를 검색해 혼자 보러가기도 하고 카페 한켠에 앉아 글을 쓰기도 하고 좋아하는 공원 벤치에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듣곤 했다.
이런 과정이 외롭다기 보다는 오히려 스스로를 들여다보면서 나라는 사람을 더욱더 깊게 알아가게 되었고 내가 원하는 길이 보였고 앞으로 내가 나아갈길이 보였다.
보통의 고독 전시회에 다양한 작품도 이런 나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장면들이 많아 그 작품을 볼때 괜시리 울컥하는 감정이 몰려왔고 고독이라는 감정이 결코 나쁜것이 아니라 고요한 정서를 자발적으로 즐기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런 모습은 나이가 들면 더더욱 필요한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회 장에 마련된 작가의 방에 놓인 노트에 적힌 '당신의 보통의 고독은 무엇인가요?' 글귀를 보면서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다. "나와 친해지는 시간이요"라고,
이 시간 동안 나를 알게 되면서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되는지 명확해졌지만, 누군가는 이런 내모습에 청승 맞아 보이니 혼자 다니지 말라고 얘기하며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지인들에게 얘기하는게 부끄러워 입이 무거운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 속에 있어도 겉치레적인 만남 뿐이어서 그런지 방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컸다.
삶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 않고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변수 속에 나이가 들수록 힘듦의 깊이가 깊어만 가지만 어떻게든 살아지고 지나가기에 차분하고 고요하게 보통의 고독을 즐기면서 견딜수 있도록 바래본다.